에포크타임스

“中 훙얼다이 200명, 시진핑에 서한…후계자 체제 복원 제안”

2025년 11월 06일 오후 6:14
중국 베이징이 스모그에 뒤덮인 가운데 톈안먼 광장에서 무장경찰이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5.12.1 | Kevin Frayer/Getty Images중국 베이징이 스모그에 뒤덮인 가운데 톈안먼 광장에서 무장경찰이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5.12.1 | Kevin Frayer/Getty Images

재미 평론가 차이션쿤, 내부 소식통 인용 주장… “도전 아닌 건의”
시진핑, 공산당 관례 깨고 후계자 지목 없이 1인 종신 집권 행보
中 ‘세습귀족’ 훙얼다이, 경제 침체·군부 반발 속 권력 공백 가능성에 대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후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중국 내에서 200명 넘는 ‘홍얼다이(紅二代·혁명 원로 2세대)’ 인사들이 시진핑에게 “당과 국가의 후계자 양성 제도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공동으로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출신 재미 평론가 차이션쿤(蔡慎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200명 이상 홍얼다이가 시진핑에게 연대 서한을 보냈다”며 이들은 후계자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건의사항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차이션쿤에 따르면 이는 압력 행사가 아니라 당을 위한 제안이다. 그는 “(훙얼다이들은) 시진핑이 70세를 넘긴 만큼, 아직 주도권을 쥐고 있을 때 안정적인 후계 체제를 설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며 “지도자급 인물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매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진핑, 왜 후계자 안 키우나… “원로 영향 적은 50대 초중반 선호”

중국 공산당은 5년에 한 번씩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개최해 왔다. 이 자리에서는 특정 인물을 언론에 자주 노출시키거나 요직에 승진시키는 방식으로 ‘후계자’라는 신호를 발신했다. 이런 인물들은 대게 정치국 위원이나 중앙위원회 위원 혹은 후보 위원 중에서 발탁됐다.

그러나 지난 2022년 20차 당대회 때,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당 중앙)는 시진핑의 3연임을 확정 지었을 뿐, 차기 후계자로 발탁될 만한 인물을 부각시키지 않았다. 이는 공산당의 집권과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당 원로와 그 2세 그룹인 훙얼다이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를 두고 시진핑이 후계자 선정에 있어 원로 세력의 개입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견해가 제시된다.

한 소식통은 오는 2027년 예정된 21차 당대회 때 ‘후계자’는 정치국 위원이나 중앙위 위원 혹은 후보 위원에서 지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는 지금까지 후계자로 거론된 고위 인사들이 후보군에서 제외됐다는 의미다.

또 다른 소식통 역시 이에 동의하며 “시진핑은 60대 이상 간부들에게 권력을 넘길 생각이 없다. 그들은 모두 당 원로 정치인들의 영향권 안에 있기 때문”이라며 “시진핑은 직접 발탁할 수 있는 1975~80년 출생(50대 초중반) 인물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훙얼다이, 현상 유지 원해…시진핑의 종신 집권 행보 경계”

차이션쿤은 이번 움직임을 권력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공산당 체제를 지키기 위한 행위로 해석했다. 그는 “이들 홍얼다이는 공산당과 체제, 그리고 자신들의 부(富)를 지키기 위해 행동한 것”이라며 “그들 대부분은 시진핑과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훙얼다이는 부모 세대가 시진핑의 부친과 함께 혁명을 이끌어 현재의 공산당 정권을 수립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당이 이룩한 것을 시진핑 집권기에 잃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은 2018년 헌법을 개정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없앴고,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그의 공식적인 임기는 21차 당 대회가 열리는 2027년까지다.

외신과 중국 관측통들은 시진핑이 ‘종신 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그가 아직 공식적인 후계자를 내세우지 않았고 후보군마저도 육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후계자 없는 3연임 체제…1인 장기 집권에 쏠리는 불안한 시선

1인 집권이 순탄한 것만도 아니다. 직접 발탁한 인사 상당수가 비리로 숙청당하면서 시진핑은 인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집단지도체제와 파벌 간 협상에 따른 권력 나눠먹기로 집권을 유지해 왔다. 불안한 기반에서 권좌에 오른 시진핑은 대규모 반부패 운동을 일으켜 정계와 군부에서 반대파를 대거 숙청하고 권력을 독점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누적된 불만은 당 내부에 여전히 불씨로 남았다.

중국 현대 정치사에서 후계자 문제는 늘 권력 투쟁의 뇌관이었다. 마오쩌둥은 류샤오치, 린뱌오, 왕훙원, 화궈펑을 차례로 후계자로 지명했지만 네 명 모두 권력 투쟁 끝에 몰락했다. 덩샤오핑 역시 후야오방과 자오쯔양을 후계자로 내세웠으나,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숙청을 피하지 못했다.

오늘날 시진핑 시대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때 유력 후계자로 꼽혔던 쑨정차이는 2017년 베이징대 정경 유착 비리 등으로 실각했고, 또 다른 후계자 후보 후춘화는 지금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밀려나 있다.

전문가들은 훙얼다이의 제안이 당의 붕괴를 막기 위한 것이라 해도, 장기 집권 체제를 굳힌 시진핑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한다.

다만, 차이션쿤의 주장대로 200여 명의 훙얼다이가 후계자 제도의 복원을 요구했다면, 이는 단순한 권력 내부의 이견이 아니라 체제 내부 엘리트들 사이에서도 ‘권력 승계의 불확실성’이 현실적 위기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는 후계 구도가 공백으로 남을 경우, 향후 경제·정치적 충격이 닥쳤을 때 권력 공백을 메울 장치가 없다는 불안감이 이미 엘리트층 안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 내부에서조차 ‘영구 집권’의 한계가 감지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일종의 징후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