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집값 급락… “패닉성 매도 촉발, 전국 흔들어”

수십 억대 아파트값 반토막…그나마 매수자 안 나타나
선전·상하이도 동반 추락, 위축된 소비에 찬바람 우려
베이징 부동산 시장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한때 ‘고공행진’하던 4환 지역 아파트 가격은 제곱미터(㎡)당 2만 위안(약 370만 원) 수준까지 내려앉았고, 5환 밖 지역의 낙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일부 단지는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아 거래가 사실상 마비됐다. 중국 부동산 시장을 이끌던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주요 대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베이징의 한 시민은 “4환 아파트가 1㎡당 10만 위안(약 1900만원)에 거래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차오양구 아시안게임촌 인근에서 1㎡당 2만6천 위안(5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아파트값이 반의 반토막 난 셈이다.
또 다른 주민은 “최고가 때 1㎡당 2만 위안(390만원)이 넘던 단지가 지금은 6천 위안(120만원)대로 내려앉았다”며 “85㎡ 방 두 개짜리 아파트가 1㎡당 8만 위안(1560만원)대에 거래되고, 부속 공간과 가전제품까지 함께 제공된다”고 전했다.
베이징은 시내를 중심으로 동심원 형태의 순환 도로망이 구축돼 있다. 가장 안쪽부터 2환, 3환, 4환, 5환, 6환으로 불리며 그 바깥은 교외지역이다. 공식적으로 1환이란 명칭은 없지만, 암묵적으로는 자금성과 그 주변 중국 공산당 지도부 거주 및 집무 구역 등을 가리킨다.
중국에서 베이징 4환 이내에 산다고 하면, 거의 상류층 혹은 부자로 통한다. 4환 지역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가장 튼튼한 지역의 집값이 추락한다는 의미다. 중국 전역에 파급력이 미치는 이유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업자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중개업자는 “작년 1230만 위안(약 24억 5천만원)에 팔린 집과 동일한 평형이 최근 880만 위안(17억 2천만원)에 거래됐다”며 “매입자가 은행 대출만 900만 위안(17억 5천만원)을 떠안고 있어 버티기 어려워 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자도 “창핑 지역의 한 아파트가 6월 520만 위안(10억 1천만원)에서 8월 말 385만 위안(7억 5천만원)으로 떨어졌다”며 “두 달 만에 25% 넘게 하락했다”고 전했다.
가격 하락은 베이징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전에서는 1㎡당 12만8천 위안이던 아파트가 1㎡당 3만8천 위안에 거래됐다. 한때 ‘투자 명소’로 불리던 난산(南山) 단지는 70%가량 가격이 떨어져 많은 주민이 차익은커녕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상하이에서도 중심지 아파트가 85만~88만 위안(1억 6천만~1억 7천만원)에 급매로 팔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0만 단위가 아니면 접근조차 어려웠던 지역에서 20% 이상 떨어진 가격대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허베이성 융칭에서는 1㎡당 2만 위안(390만원)에 거래되던 주택이 4분의 1 이하인 1㎡당 4천 위안(80만원)까지 내려왔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고용 불안과도 맞물려 있다. 상하이 지역 주민들은 “대기업 감원과 임금 삭감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교외 지역 집값은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과열됐던 부동산이 조정에 들어갔다는 견해도 있지만, 중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부동산 시장이 구조적 위기에 빠지면서 하락세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국이 일부 지역의 거래 제한을 풀자 기다렸다는 듯 대량 매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시장 붕괴의 시작일 수 있다”며 “부동산 거품 붕괴가 금융권 부실, 소비 위축, 경기 침체를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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