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열병식 비용에 4조 2천억 원…경제 침체 속 ‘허영 쇼’ 논란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고 국민들이 생활고에 허덕이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에서 대규모 군사 열병식을 강행하며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만 국가안보국과 복수 매체에 따르면 9월 3일 열리는 열병식에는 총 약 4조 2천억 원(360억 위안)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훈련 및 인력 준비에 933억 원(8억 위안), 45개 부대 차량·항공기의 연료 및 정비비에 2334억 원(20억 위안), 치안 유지와 무장경찰 증파에만 5835억 원(50억 위안)이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분석에서는 연료비와 병력 비용만 약 1167억 원(10억 위안)에 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로이터는 이번 행사 비용이 중국 2025년 국방예산(약 2,490억 달러)의 2%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베이징, 사실상 ‘준계엄’ 상태
행사 준비 과정에서 베이징은 사실상 준계엄에 가까운 통제 상태에 놓였다. 호텔 투숙객은 수하물 검사를 받아야 했고, 도심 곳곳에는 무장경찰과 특수부대가 대거 배치됐다. 반체제 인사와 인권 활동가, 학자, 변호사들은 타지역으로 강제 이송되거나 철저한 감시망에 묶였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장모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은 철저히 경계하면서도 가난한 나라 정치인들은 대거 초청했다”며 “국내 민심보다는 대외 과시에 더 집착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군사력 과시와 역사적 주도권 쟁탈
전문가들은 이번 열병식이 ▲군사력 과시 ▲권위주의 진영 결집 ▲역사 주도권 장악 ▲민족주의 고양 등 네 가지 목표를 노린 행사라고 분석한다.
타이완 국방안보연구소 션밍스(沈明室)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항일전쟁을 내세운 열병식은 사실상 전쟁의 역사적 주도권을 중화민국에서 빼앗으려는 의도”라며 “동시에 내부의 사임 요구를 잠재우고 권위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는 것은 결국 시진핑 주석의 허영심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불투명한 재정…2015년보다 더 큰 비용
중국의 열병식 비용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다. 2015년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당시에도 홍콩 언론은 비용을 약 2조 5천억 원(215억 위안)으로 추산했으나, 중국 당국은 이를 부인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비용 공개를 요구한 학자의 글은 웨이보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푸른 하늘 만들기’를 위해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상업 지구 영업 제한, 임시 경비 인건비, 병사들의 식비 등 간접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 지출은 훨씬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전문가 왕허는 “중공의 지출은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모두 비공개로 진행돼 외부인이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베이징 시민들의 일상과 기업 활동에 미치는 간접 비용이 오히려 직접 지출보다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코로나 봉쇄 3년의 여파로 경제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지방정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었고, 공무원 급여는 잇따라 삭감됐다. 외국 자본 철수와 기업 도산으로 실업자도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열병식은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폭죽 같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민의 고통과 괴리를 보이는 ‘허영 쇼’가 오히려 민심을 더 차갑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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