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열병식, 후진타오 불참…“시진핑과 결별 신호” 관측

2025년 09월 05일 오후 4:15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열병식 개최 당일, 보안 요원들이 행사장 인근을 지키고 있다.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열병식 개최 당일, 보안 요원들이 행사장 인근을 지키고 있다.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

군사위 부주석 장유샤는 현직 중 유일하게 원로들과… “이례적 자리 배치”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열병식에 원자바오 전 총리, 리루이환 전 정치국 상무위원 등 중공 원로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면서, 미묘한 권력 구도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참석 여부가 주목됐던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과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관심이 집중됐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행사에 불참한 반면, 장유샤는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중화권 전문가들은 내부 소식통 등을 인용해 “후진타오의 불참은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 거부”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장유샤의 경우 단순한 참석 여부보다는 자리 배치에 의미를 뒀다.

후진타오, 건강 아닌 ‘정치적 불참’설

중국공산당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 중계 화면에는 리루이환, 원자바오, 자칭린, 장더장, 위정성, 리잔수, 왕양, 쩡칭훙, 왕치산 등 15명의 퇴임 고위층이 톈안먼 성루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후진타오, 주룽지, 쑹핑 등은 보이지 않았다.

후진타오는 지난 2022년 당 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지시에 따라 강제로 퇴장당하는 장면이 포착된 바 있다. 당시 당국은 “건강 문제”라고 설명했으나, 책상에 놓인 서류를 낚아채려다 저지당한 후진타오의 모습은 밝혀지지 않은 이유가 있음을 짐작게 했다.

이를 두고 중화권에서는 당내 권력투쟁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이후 후진타오는 공식 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나, 올해 들어 당 기관지에 그의 재임 기간 주요 정책이 높은 평가와 함께 언급되는 등 막후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시사 평론가 ‘샤오숴쟈’는 최근 개인 방송에서 “중국 공산당의 정치 행사에 누가 등장하고 누가 빠지는가는 곧 정치적 입장의 표현”이라며 “후진타오는 은퇴했지만 그간 당내 ‘원로’로서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번 불참은 단순히 건강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 소식을 인용해 “후진타오는 여전히 건강하다. 같은 기수인 원자바오가 참석했고, 그보다 연장자인 리란칭(93세)도 나왔다. 후진타오의 불참은 거부”라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양측이 타협에 실패하며 시진핑과 완전히 결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후진타오의 불참은 건강 문제 때문”이라며 “그가 정치적 영향력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고 여전히 존중받고 있다”고 전했다.

군 실권자 장유샤, 원로들과 나란히… ‘미묘한 자리 배치’

이날 또 다른 관심사는 군사위 부주석 장유샤의 자리였다. CCTV 중계에 따르면 장유샤는 정국급(正國級·국가지도자급) 원로들과 같은 줄에 자리했다.

재미 중국 평론가 데이비 웡은 “열병식에서 최고 지도자는 반드시 중앙에, 군사위 부주석도 가까운 중앙 구역에 배치되는 게 관례”라면서 “그런데 장유샤는 오른쪽 끝에 앉아 있었다. 이건 의도적으로 ‘격’을 낮춘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부주석 허웨이둥은 불참했는데, 그는 수개월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실종’ 상태다. 이미 숙청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권력 투쟁에서 밀려난 것이 사실이라면, 중국 군 지도부에서는 허웨이둥 등 시진핑 측근들이 낙마하고 장유샤 라인만 무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데이비 웡은 “이러한 관점에 따른다면, 시진핑이 장유샤를 그곳에 앉힌 것이 아니라, 장유샤가 오히려 일부러 주변 자리를 선택해 최근 자신에게 쏟아지는 ‘실세’라는 평가를 피하려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거주 학자 우쭤라이 역시 “장유샤가 국가지도자급 원로들과 한 줄에 선 것은 그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의미”라며 “시진핑과의 권력 게임에서 밀려났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직 권력 게임이 팽팽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한 중국 시사평론가는 “이번 열병식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장유샤였다”며 “은퇴한 상무위원들과 같은 줄에 선 유일한 현직 정치국 위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유샤가 눈에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은근한 특별 대우를 받음으로써 위상을 보여줬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