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또 ‘무단 아동 채혈’ 파문…이번엔 유치원서 부모 동의 없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어린이 대상 채혈 검사 장면 | NTD 앞서 이달 6일에는 초등학교에서 사전 통지 없이 혈액검사
학부모들 “왜 허락 없이 아이 혈액 채취하나” 의구심도
당국은 “교사 부주의로 미통지”…재발방지 약속
중국에서 부모 동의 없이 유치원과 학교가 학생들에게 무단으로 혈액을 채취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포와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중공(중국 공산당)의 장기이식 논란과 겹치며, 비윤리적 의료 조사나 혈액 샘플 활용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 사건은 산시성 윈청(運城)시 옌후(鹽湖)구의 한 유치원에서 발생했다. 25일 한 학부모가 온라인 영상으로 “사전에 어떤 통보도 없이 아이들의 팔에서 피를 뽑아 정식 혈액 검사를 실시했다”고 폭로했다. 사건 직후 학부모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왜 동의 없이 아이들에게 채혈을 했느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내용까지 공개됐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극목(極目)뉴스’ 등 지역 매체 취재가 시작되자, 옌후구 교육국은 “보건당국의 통지를 받아 건강검진 차원에서 실시했다”며 “담임교사의 업무 소홀로 부모에게 사전 통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 관계자는 “다음부터는 강제하지 않고, 최소한 사전 통지와 동의 절차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미성년자 보호법’에 따르면, 학교 측은 아이의 건강 이상이 의심될 경우 부모에게 알려야 한다. 특히 채혈과 같은 침습적(피부에 바늘을 찌르는) 의료 행위는 반드시 학부모의 명시적 동의를 받도록 규정했다.
이처럼 관련 법 위반 소지가 뚜렷한데도 책임을 현장 교사에게 돌리는 교육국 태도는 반성보다는 변명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식적인 문책 조치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에서 아동의 혈액을 보호자 동의 없이 검사한 사건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같은 달 6일, 광둥성 광저우(廣州)시 하이주(海珠)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부모 동의 없는 ‘비밀 채혈 검사’가 시행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현지 매체 ‘강남도시보(江南都市報)’는 1학년 학부모 발언을 인용해 “학교 측이 사전 통보나 부모 동의 없이 아이의 혈액을 무단으로 검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담임교사는 아이들에게 ‘비밀 임무’라며 부모에게 피를 뽑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요구했으며, 위반 시 ‘작은 빨간꽃(小紅花)’을 빼앗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매체의 질의에 “지역 교육국의 통일 지시에 따라 1학년 신입생 정기 입학검사의 하나로 시행됐다”며 “혈액은 두 개의 관(총 8ml 미만)을 채취했고, 일반 혈액 검사와 간 기능 검사(아미노전이효소 검사)를 위한 용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전 동의 절차를 생략한 경위에 관해서는 “일부 담임교사들의 부주의로 신체 검사 일정이 제때 전달되지 않았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산시성 유치원생 무단 채혈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현장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해명이었다.
당시 학부모들은 크게 분노했다. 온라인에 공개된 학부모들의 채팅 기록에는 “왜 채혈을 하나”, “누가 내 딸 피를 허락도 없이 뽑느냐, 요절을 낼 것”이라는 과격한 대화가 포착됐다. 한 학부모는 “누구와 장기가 맞는지 알아보는 거냐”라며 “누구든 내 아이를 채혈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예민한 반응은 소셜미디어의 영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더우인’ 등 현지 SNS에는 중국 부유층과 연예인을 중심으로 ‘청소년 혈액 항노화 시술’, ‘줄기세포·간 기능 강화 치료’ 등 미확인 의료 상품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영상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이식이나 재생의료, 항노화 실험에 어린이 혈액을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했고 “아이들의 간 기능 수치를 학교에서 왜 필요로 하나”, “이게 단순 건강검진이 아니라 생체 정보 수집은 아닌가”, “이제는 혈액까지 미리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내놨다. 단순한 채혈 논란을 넘어, 개인의 생체 정보가 중국 사회에서 어떻게 수집되고 관리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불신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국의 경우 ‘학교보건법’과 ‘학생건강검사규칙’에 따라 모든 초중고에서 학생 건강검진을 실시할 의무가 있다. 다만, 초등학교의 경우 신체발달(키·몸무게 등), 시력·청력, 구강, 기초 문진, 설문조사 등이 중심이다. 이 밖에 학생건강검사 통계를 위해 표본으로 선정된 수백 개 학교를 중심으로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일반 정기검진을 시행하지만 혈액검사나 간기능 검사는 과체중 등 학생의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맞춰 선별적으로 이뤄진다. 중국처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례적인 혈액검사는 실시되지 않는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등장한 ‘작은 빨간꽃’과 교사의 ‘비밀 임무’ 발언은 공산주의식 통제 문화가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작은 빨간꽃은 한국의 칭찬 스티커와 비슷해 보이지만, 단순한 학습 장려 수단을 넘어 공산주의 상징인 홍색 문화를 배경으로 한다.
붉은색은 전통 중국에서 길상과 행운의 상징으로 쓰였지만, 1949년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에는 혁명 정신과 충성, 집단에 대한 복종을 의미하는 색으로 이른바 ‘재해석’됐다. 홍군(紅軍), 홍위병, 소년선봉대의 붉은 스카프에 이어 지금의 초등학생 칭찬 배지에 이르기까지 중공 오성홍기의 ‘붉은색’은 사상 통제와 군중 동원의 상징이자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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