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천 위안인 내가 왜?”…中 청년들, 정부 반일 선동에 ‘냉소’
일본과 대결국면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 공산당 선전부가 청년들의 반일불매 운동 참여를 촉구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청년 취업난부터 해결해달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수산물 보이콧을 선언한 중국의 한 초밥집 간판(좌), 취업 박람회 앞에서 대기줄(우) | 화면 캡처 한화 62만원…저임금 상징으로 온라인 ‘밈’으로 자리 잡아
“국가적 사안에 관심” 당 선전부 비판에 네티즌 “민생 해결부터”
중국에서 일본 여행 자제 등 반일불매 운동이 촉발됐지만 ‘이게 월급 3천 위안(약 62만 원) 받는 나와 무슨 상관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는 ‘국가 대사’라며 결집을 촉구했지만, 온라인에서는 “훈계하지 말고 민생부터 해결하라”고 응수했다.
지난 21일, 저장성 공산당 선전부가 운영하는 공식 위챗 계정 ‘저장선전(浙江宣傳)’은 ‘월급이 얼마든 나랏일은 곧 (당신의) 집안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이 글에서는 “최근 국제 정세, 중일 관계, 그리고 ‘제15차 5개년 계획’(십오오·十五五) 등 국가적 중요한 의제가 온라인에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월급 3000위안(약 62만 원)의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보이며 국가 발전과 개인의 삶을 분리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저장성 선전부는 또한 “국가와 ‘월급 3000위안의 나’를 대립시키는 인식은 황당한 사고”라며 “집안일과 나랏일은 결코 떼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라는 용어를 여러 차례 사용해, 애국주의 내러티브를 부각시켰다.
이 게시물에서는 ‘국제 정세, 중일 관계, 십오오와 관련한 온라인 논쟁’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 소셜미디어에서의 논쟁을 정리하면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현재 가장 뜨거운 주제는 중일 관계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 유사시 개입할 수 있다는 일본의 발언을 ‘외교·안보 위기’로 자국 내에서 전파하고 있다. 저장성 공산당 선전부가 ‘당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 것은 일본 여행 안 가기, 반일 불매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정치와 생활은 별개”라는 반응이 확산 중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일본과 싸우는 게 월급 3천 위안인 내 삶에 무슨 의미냐”, “일본 여행은 막지만, 중국 고위층은 도쿄 병원을 이용하고 도쿄에 부동산 투자한다”고 지적했다. 청년 실업, 의료 부족, 연금 고갈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한 이도 있었다.
국제 정세로는 중국 공산당의 대미 강경 노선이 주로 거론된다. 공산당은 ‘안보가 곧 민생(나랏일이 집안일)’이라며 서방의 봉쇄와 패권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체제 결집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AI·반도체 전쟁은 국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는 점도 강조한다.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의 패권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취업이 안 된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공산당이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는 ‘제15차 5개년 계획’에 관해서도 “청년 실업률 21.3%는 해결되나”, “AI·로봇 산업으로 일자리가 더 줄어들겠네”라고 비판했다.
저장성 공산당 선전부의 게시물은 “온라인에서는 ‘한 달에 3천 위안밖에 못 버는 나와 이런 중요 사안들이 무슨 상관이냐’라며 비꼬는 댓글이 퍼지고 있다”며 “불화를 조장하고 단결을 해치려는 시도”라고 단죄했다.
온라인 여론은 즉각 반발했다. “평소에는 무관심하더니 희생이 필요할 때만 국민 찾는다”는 댓글이 큰 호응을 얻었다. “밥 먹을 때는 안 부르고 계산할 때 부른다”, “정말 나랏일을 걱정한다면서 기사 댓글은 왜 항상 막아 놓나”, “정치·입법·선거·예산 공개 같은 진짜 나랏일에 대해 논하자”는 댓글이 이어졌다.
당 선전부의 ‘훈계’에 일부 네티즌은 ‘팩트’로 대응했다. 한 댓글에서는 “당신이 나랏일에 정말로 신경을 쓴다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주제들”을 꼼꼼히 나열했다. “식품 안전, 공직자 부패, 세금 사용처, 지방재정 위기, 청년 실업과 취업률, 노동시간 과도, 최저임금과 사회보험 불균형, 권력 감시 제도,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교육·선거제도·연금 체계 개혁 등”이었다.
일부 댓글은 관영매체의 입장 자체가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직격했다. “권리는 빼고 책임만 강조하는 건 일방적인 요구다”, “공무원 월급도 3천 위안으로 동결하고, 매월 2일 휴무, 하루 16시간 근무로 전환부터 하고 논의하자”고 조소했다.
한 네티즌은 “‘관심’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나랏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막고 있다”며 국민이 중요하게 보는 문제들은 덮어 감추고, 정권 입맛에 맞는 이슈만 공론화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중국 공산당은 주변국 정부와 정치·외교적 갈등이 고조될 때, 자국 여론을 자극해 체제 결집과 집권 강화의 계기로 삼았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전쟁으로 경제 침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중국인들은 민생 문제에 관해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월급 3천 위안은 2019년 무렵부터 중국 온라인에서 ‘밈’으로 자리 잡아 왔다. 사회적 이슈를 다룬 기사에 “이게 월급 3천 위안인 나와 무슨 상관”이라며 댓글을 다는 식이다.
지난해 텐센트 뉴스 논평은 이 댓글에 관해 “최근 수년간 모든 주요 뉴스에 꼭 달리는 댓글”이라며 맹목적 애국주의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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