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2400만 中 자동차 리뷰어, 샤오미 홍콩 기부 ‘칭찬’했다가 SNS 정지…왜?
중국의 유명 자동차 리뷰어 천전 | 후롄왕 모든 SNS 계정 동시에 정지…다음날 관영매체 ‘탈세’ 보도
어디선가 본 장면… ‘선 차단 후 명분’ 중국식 여론 통제 사례
팔로워 2400만 명을 보유한 중국의 유명 자동차 리뷰 인플루언서 천전(陳震)이 돌연 중국의 모든 소셜미디어에서 계정 활동이 전면 차단되며 그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공식적으로는 ‘탈세에 따른 처벌’이 이유로 제시됐지만, 차단 시점과 샤오미의 홍콩 화재 관련 기부에 대한 발언을 놓고 중국 내에서는 단순한 개인의 비위 사건 이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4일 밤 천전의 웨이보, 더우인(틱톡 중국판), 콰이쇼우, 샤오홍슈, 빌리빌리 등 주요 SNS 계정이 일제히 ‘발언 정지(禁言)’로 전환됐다. 모든 게시 및 댓글 작성이 차단되는 사실상의 활동 정지 조치였다.
이튿날인 12월 5일 중국 공산당(중공) 관영 CCTV와 국가세무총국은 천전이 2021~2023년 개인소득세 118만6700 위안(약 2억4770만원)을 탈루했으며 추징금과 가산금, 벌금을 포함해 총 247만4800 위안(약 5억1600만원)이 부과됐다고 밝혔다.
형식적으로는 세무 위반에 따른 행정 처분이지만, 업계와 시장에서는 ‘조치의 순서’에 주목하고 있다. 계정 차단이 먼저 이뤄진 뒤, 그다음 날 세무 처분이 공식 발표됐기 때문이다. 중국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탈세가 사실이더라도 발표 과정을 보면 사후 명분 붙이기에 가깝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번 논란의 발단으로는 샤오미의 홍콩 화재 기부와 이를 둘러싼 천전의 언급이 거론된다. 샤오미는 11월 말 홍콩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자 1000만 홍콩달러(18억9500만원)를 긴급 기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온라인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당시 샤오미가 전기차 계약금 환불 분쟁, 품질 논란, 소송 등 여러 악재에 휘말려 있던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미지 관리 차원의 행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중공 관영매체들이 샤오미의 기부 소식을 전하며 “모범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으로 치켜세우자, 오히려 중국 네티즌의 예리한 촉이 가동하면서 나온 반응이다. 기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대형 참사를 물타기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홍콩 웡푹코트 화재 현장 앞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놓고 간 헌화 뒤로 참사 현장이 보인다. 2025. 12.2 | 쉬강/에포크타임스
천전 “샤오미, 기부 자체는 좋다”…물타기 풍자로 이해돼
자동차 리뷰어 천전의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됐다. 그는 “기부 자체는 흠잡을 데가 없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표면적으로는 긍정 평가에 가까운 표현이었지만, 중국 온라인에서는 ‘불순한 동기’를 우회 풍자한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확산됐다.
그의 발언은 웨이보(약 1014만), 더우인(약 1074만) 등 총 24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각종 SNS를 통해 퍼져 나갔다.
중공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에도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에 따라 홍콩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20년 홍콩판 ‘국가안전(안보)법’ 제정 이후 일국양제가 무너지고 홍콩은 급속히 중국화됐다. 이에 본토 기업들의 홍콩 관련 행보도 단순한 사회 공헌이 아니라 정치적 의미를 동반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4일 발생한 또 다른 사건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 농산물 판매자가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의 말투를 패러디하며 농산물을 팔아 샤오미 법무팀의 권리 침해 신고를 받았으나, 플랫폼 측 심사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아 화제가 됐다.
이 사연을 담은 영상은 “고구마 파는 누나가 7000명 법무팀을 이겼다”며 조롱 섞인 밈으로 퍼졌고, 천전 역시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풍자성 멘트를 덧붙였다. 천전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모두 차단된 그날이었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샤오미를 풍자한 게 계정 차단의 실제 이유 아니냐’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천전의 영향력과 수익 규모를 감안하면 118만 위안 수준의 탈세가 모든 SNS에서 퇴출로 이어질 만한 사안이냐는 의문도 나온다. 실제로 그는 광고 1건당 최대 80만 위안(약 1억67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올해 광고 수익만 수백만 위안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사건에 ‘윗선’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중국 각 플랫폼은 서로 다른 심사 기준과 운영 주체, 법적 책임 구조를 갖고 있다. 한두 곳은 기업 법무팀의 요청으로 정지될 수 있겠지만, 웨이보, 더우인, 샤오홍슈, 빌리빌리 등 모든 주요 플랫폼에서 한 번에 같은 수준의 제재가 내려진 것은 당국이 개입한 결과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전기차 등 중공 정부가 전략 산업으로 분류하는 분야에 깊숙이 진출한 핵심 민간 기업이다. 공장 인허가, 보조금, 배터리와 반도체 공급망 등에서 중앙 및 지방 정부 정책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애국 마케팅의 주된 기업이기도 하다.
“유명인, 먼저 사라지고 죄명은 나중에”…판빙빙 등 반복된 패턴
중국에서는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연루된 유명 인사의 경우, 활동이 먼저 중단되고 이후 탈세나 규정 위반 같은 행정·사법 사유가 사후적으로 제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인기 배우였던 판빙빙은 2018년 6월을 전후로 돌연 공개 활동이 중단됐고 웨이보 등 SNS에서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한동안 중국 내에서는 “감독 당국에 연행됐다”는 소문만 무성했을 뿐 공식 발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약 4개월 후 이중계약서를 통한 8억8000만 위안(약 1840억원)의 대규모 탈세 소식이 공식 발표됐다.
이 발표와 동시에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탈세 여배우’ 프레임으로 보도를 쏟아냈다. 판빙빙은 공개 사과문을 발표한 후 연예계 활동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이 사건은 중국 사회에서 “먼저 사람을 지우고, 죄명은 나중에 붙인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금융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통제도 비슷한 방식으로 전개됐다. 2020년 이후 중국 증시 급락, 부동산 위기,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다루던 이들의 웨이보 계정이 예고 없이 잇따라 정지됐다. 일부는 계정 삭제 후 며칠, 몇 주 후 ‘탈세’, ‘불법 금융 정보 유포’ 등 혐의가 뒤늦게 공개됐다.
2023년 초 상하이 증시를 강하게 비판하던 한 금융 인플루언서의 경우, 비판 영상이 확산된 직후 계정이 전면 삭제됐고 며칠 뒤 “소득세 허위 신고가 적발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조사 개시 시점이나 구체적 위법 행위는 상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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