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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민일보 “지도 간부, 승진·강등 모두 받아 들여야”…중화권 “시진핑은?”

2025년 12월 12일 오후 4:13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경찰이 사진 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 연합뉴스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경찰이 사진 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산당, 조직 기강 강조하며 ‘능상능하(能上能下)’ 재가동
부동산·취업난 불만 여론…지방에 책임 떠넘기기 의도 분석도

중국 공산당이 인민일보를 통해 “오를 줄 알면 내려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내용의 오피니언을 게재하며 간부 인사개혁 기조를 다시 띄우고 조직 기강 다지기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승진뿐 아니라 강등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조직 상하 이동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경기 침체와 정책 집행력 저하, 간부층 동요 등 복잡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중화권에서는 “이 원칙이 시진핑에게도 적용되느냐”는 비판이 나오며, 자기반성보다 책임 전가가에 기울어진 조직 문화를 꼬집는 반응도 나왔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인민일보는 11일 ‘주요 간부들의 승진과 강등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제목의 오피니언을 통해, 직무에 태만하고 무책임한 간부들을 “제때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민일보는 종종 기고문 형태로 당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이 글은 중공 20기 4중전회 ‘건의’에서 제시된 간부제도 개편 방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인민일보는 “일을 하거나 안 하거나, 많이 하거나 적게 하거나, 잘하거나 못하거나 큰 차이가 없는 조직 문화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하며, 간부 승진에는 적극적이지만 강등에는 소극적인 일부 지방정부의 관행을 문제로 꼽았다.

지방의 당 간부들이 조직 내 요직에 머무르며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실무자들을 고립시키면서 자신들은 승진하는 구조가 조직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승진과 강등이 모두 가능한 역동적 관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글에 담긴 메시지와 달리 해외 소셜미디어에서는 중국어 사용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용자들은 “글에서 가리킨 지도 간부에 시진핑도 포함되는지가 관건”, “공산당은 70년 동안 ‘내려갈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내려가는 경우는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파벌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작 내려가야 할 것은 집권당 자체”라는 글도 등장했다.

시진핑에 대한 사퇴 요구는 해외뿐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5일에는 소셜미디어 X(엑스)에 ‘시진핑의 사임을 제안한다’는 글이 올라 코로나19 초기 책임 회피, 재난 대응 부재 등을 이유로 들었다.

올해 10월 4중전회 전후로는 중국 곳곳에서 ‘시진핑 퇴진, 독재 종식, 인권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표어가 등장했으며, ‘백지시위’ 3주년이었던 지난달 26일에는 뉴욕 중국 총영사관 외벽에 “시간이 됐다, 내려오라”는 문구가 투사되기도 했다.

‘중앙에선 잘 하는데 지방 실행이 문제’ 프레임

중화권에서는 인민일보의 이번 논조가 경제·사회적 압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비난 여론의 화살을 지방정부와 중간 간부에게 돌리려는 시도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2024년을 코로나19 이후 경제 정상화의 원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누적된 부동산 부실, 지방정부 채무, 청년층 실업 확대는 더 악화됐고,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겹치며 복합적 난국이 전개됐다.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자 중앙에서는 올해 중반부터 “정책 집행력이 떨어지는 지방 간부들 때문에 개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인민일보가 언급한 “일을 하거나 안 하거나 큰 차이가 없는 문화”, “책임 회피형 간부”는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 표현이다.

집권 초반 반부패로 기존 간부 조직을 대거 물갈이한 시진핑은 집권 2기부터는 ‘정치적 충성’을 간부 평가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책임 있는 실행보다는 상부 기조에 대한 충성 경쟁이 강화됐다. 이번 기사에서 “직위는 철제의자가 아니다”, “재능이 직책에 미치지 못하면 내려간다”고 언급한 것은 충성뿐 아니라 능력까지 보겠다는 신호를 전한 셈이다.

관측통들은 인민일보의 이번 메시지가 실제 제도 개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본다. 중앙이 먼저 책임을 분담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지방 간부를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하는 방식으로는 조직의 신뢰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오를 줄 알면 내려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원칙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 특히 최고위층이 스스로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음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기준이 시진핑에게도 적용되느냐”는 소셜 댓글은 공산당이 책임을 아래로 돌리려는 의중을 날카롭게 짚은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