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전문가가 평가한 中 ‘5개년 계획’…“경제 내세운 정치적 선언”

2025년 10월 29일 오전 11:27
중국공산당 4중전회가 열린 것으로 알려진 베이징 징시호텔 앞을 보안 요원이 지키고 있다. | AP/연합중국공산당 4중전회가 열린 것으로 알려진 베이징 징시호텔 앞을 보안 요원이 지키고 있다. | AP/연합

전문가 “소비 중심 성장 선언했지만 구조적 문제로 실행엔 한계”
“신산업 지원 방안에는 자본시장에 대한 ‘당의 통제’ 강화 의도”

중국 공산당이 새로 내놓은 ‘제15차 5개년 계획’이 과학기술 자립과 고품질 성장을 내세웠지만, 정작 자본시장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투자 확대와 소비 진작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 구조적으로 모순돼 있다며,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28일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지난 23일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5차 5개년 계획’ 제정에 관한 중앙의 건의안을 통과시켰다”며 계획안 전문을 공개했다.

이 건의안에서는15차 5개년 기간을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본 실현 단계”로 규정하며, ▲현대 산업체계 건설 ▲과학기술 자립 강화 ▲국가안보 및 사회 거버넌스 제고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 계획이 겉으로는 ‘과학기술 자립’과 ‘내수 확대’를 내세우면서도 경제, 특히 금융 부문에서 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정치적 목적을 품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자본시장 전문가 쉬전(徐真)은 “계획 전반이 ‘당이 금융을 통제한다’는 기조 아래 설계돼 있다”며 “자본시장은 이제 미·중 기술 경쟁을 뒷받침하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획에서는 ‘신산업과 신업종에 대한 포용적 금융 서비스’를 언급했는데 이는 과학창업판(科創板·기술주 위주의 증권시장)이나 베이징 증권거래소, 신삼판(新三板·장외거래시장) 등을 통해 기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중국의 금융 지원은 민간 투자자가 아니라 국가 기관 중심으로 굳어진 상태라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쉬전은 “현재 자본시장은 공모펀드, 중앙기업 위탁운용기관, 지방정부 주도의 산업펀드 등 이른바 ‘국가팀’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외국 자본이 이탈하고 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자본시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적격외국인투자자(QFII)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시장 개방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위한 통일전선 수단”이라고 비평했다.

이 개선 방안은 외국인 투자자의 인허가 및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해외 연기금·국부펀드 등 장기 투자자에게 신속 승인 절차를 제공하도록 했다. 외국 기관투자자에 원자재 선물과 옵션 등 다양한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외국인의 중국 직접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쉬전은 “실제 심사 기준을 들여다보면 시장 원칙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과 정부에 대한 정치적 충성도를 평가하고 있다”며 “이미 중국은 희토류와 리튬 배터리 수출 통제로 사실상 서방에 대한 경제적 전쟁 선포를 한 상태다. 중국 시장에 대한 문호를 열겠다는 발표에 대해 외국 투자자들은 그 진위를 재삼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이번 계획의 경제 전략 자체가 현실과 어긋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소비로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비로 성장을 이끌어내려면 가계의 소득을 높이고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중국이 추진해 온 투자 중심의 성장과 모순된다”고 말했다.

리린이는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경제 정책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 굴기의 경우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므로 소비를 통한 성장 정책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국민 전반에 대한 복지 확충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따라서 소비 중심 정책의 범위에 근본적으로 제약이 걸린다”며 “소비로 경제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은 애초에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정권에 대한 여론의 불만을 완화하기 위한, 말뿐인 약속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리린이는 “중국 공산당의 15차 5개년 계획은 과학기술 자립과 내수 확대라는 두 축을 내세우고 있지만, 경제 논리보다 자본시장에 대한 통제 강화라는 정치적 목적에 우선하고 있다”며 “여기에 외국 자본 이탈, 내수 위축,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심화 등 삼중고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