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전역서 ‘노 킹스(No Kings)’ 시위… 공화당 “반미 시위” 비판

2025년 10월 20일 오전 7:39
2025년 10월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노 킹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2025년 10월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노 킹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

2025년 10월 18일(이하 현지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노 킹스(No Kings)’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대규모 항의 행동의 일환으로, 워싱턴 D.C., 뉴욕, 보스턴, 뉴올리언스, 애틀랜타 등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노 킹스’ 공식 웹사이트는 이번 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예정이라며, “미국에는 왕이 없으며,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이번 시위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예산 협상 난항으로 발생한 연방정부 셧다운 기간 중에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 시위 참가자들

워싱턴 D.C.에서 열린 ‘노 킹스’ 집회 참가자들 중 여러 명이 왜 시위에 참여했는지 그 이유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중 한 명인 메릴랜드 출신 변호사 크리스티는 성을 밝히지 않았지만, 사회복지 혜택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녀는 가장 우려하는 사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근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각종 문제들로 압도당하는 기분이다”며 “도대체 무엇을 먼저 꼽아야 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시위에 참여한 이유 중 하나가 “연방정부에서 일하는 친구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시위에 참가한 친구들이 이 때문에 직장을 잃을까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에포크타임스는 또 다른 참가자인 ‘폴’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성을 밝히지 않았으며, 공룡 모양의 공기주입식 의상을 입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는 그 외에도 닭, 바닷가재, 당나귀 등 다양한 동물 복장을 한 참가자 수십 명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복장은 ‘노 킹스’ 이전에도 전국 각지의 여러 시위에서 사용된 바 있다.

폴은 자신이 시위에 나온 가장 큰 이유로 “미국에서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의회 공화당원들, 백악관의 종신 독재를 꿈꾸는 자, 그리고 대법원의 비겁한 판사들까지 모두가 정부가 법을 따르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활동, 연방정부 공무원 해고, 그리고 백악관이 의회 승인 예산을 임의로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행위 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2025년 10월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노 킹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

워싱턴 D.C. 집회에 참석한 윌리엄 스콧 켈리는 자신을 2007년 이라크에 파병된 육군 참전용사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군 관련 정책, 특히 전국 주요 도시에 주방위군을 배치한 결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시위에 나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재산을 보호하고 연방법 집행관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을 배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켈리는 이에 대해 포시 코미타투스법(Posse Comitatus Act)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법”이라며, “이 법은 미군이 국내 치안 활동에 투입되는 것을 제한하는 핵심 원칙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집회 현장에서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 응한 그녀는 “국민이 국민을 상대로 맞서게 만든 조치”라고 비판했다.

한편, 앨런이라는 남성은 자신은 시위 참가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동부 해안을 따라 자동차 여행을 하던 중 워싱턴에 잠시 들렀다가 집회를 우연히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시위 참가자들에게 “왜 시위에 나왔는지”를 물었지만, “일부 참가자들이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경계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정치를 가까이하지 않아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잘못하는지 잘 모른다”면서도, “그가 하는 일 중에는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예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의약품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댈러스 시위 참가자들, 트럼프 정책에 항의

10월 18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노 킹스’ 시위에 참여해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 강화 및 문화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시위대는 직접 만든 팻말을 들고 행진했으며, 이민, 낙태, 성소수자(LGBT) 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비판하는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파시스트’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무지개 깃발과 성조기가 뒤섞인 가운데, 닭이나 공룡 복장을 한 시위자들이 반(反)트럼프 구호를 외쳤고,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형을 들고 퍼포먼스를 벌이자 구경꾼들이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행사 연단에 오른 ‘인디비저블 댈러스(Indivisible Dallas)’의 설립자 사만다 미첼은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는 트럼프가 도를 넘었기 때문”이라며 “이건 단순한 정치적 의견 차이를 넘어 인간성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를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로 지칭하며, 이들의 정책이 유색인종과 성소수자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첼은 또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두려운 이유가 트랜스젠더 때문이 아니다”라며, “좌파 이념 주입이 아이들이 제 수준의 독서를 못하는 이유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행사장에서는 사회주의 단체를 포함한 여러 조직이 참여했으며, 연설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뿐 아니라 사회복지 예산을 삭감한 텍사스 주정부를 비판했다.

경찰은 주차장 옥상 등 고지대에서 감시를 강화했으며, 응급차량 여러 대가 대기해 있었다. 주최 측은 “평화적 시위를 유지하자”고 당부했다.

한 어머니는 두 딸(19세, 22세)과 함께 동부 텍사스에서 댈러스까지 차를 몰고 와 “이웃들이 연방 이민 단속 요원들에게 끌려가는 현실에 지쳤다”며 항의에 나섰다.

또 다른 참가자 크리스티 바레라는 자유의 여신상 복장, 토냐 트레핀스키는 성조기 무늬 옷을 입고 각각 이민 및 성전환자 인권 문제를 지지하기 위해 웨이코에서 왔다고 밝혔다.

트레핀스키는 23년째 텍사스에 거주 중인 캘리포니아 출신 이주민으로, “트랜스젠더인 내 아이가 보다 포용적인 콜로라도로 떠났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행사를 시작하고 나서 한 시간쯤 뒤 폭우가 쏟아지면서 일부 참가자들이 비를 피해 건물 안이나 차량으로 대피해 시위는 일시 중단되었다.

‘노 킹스(No Kings)’ 시위란?

‘노 킹스’ 시위는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반(反)트럼프 시위로, 수백 개의 공식 후원 단체(파트너)가 참여하고 있다.

행사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주요 참여 단체에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리프로덕티브 프리덤 포 올(Reproductive Freedom for All), 휴먼라이츠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 무브온(MoveOn.org), 피플 포 더 아메리칸 웨이(People for the American Way), 그리고 여러 노동조합 단체들이 포함돼 있다.

뉴욕 시위 웹페이지에는 미국공산당, 청년공산주의연맹, 자유사회주의당,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 등 여러 마르크스주의 단체가 파트너로 명시되어 있다.

‘노 킹스’ 대변인 유닉 엡스타인-오르티스는 미국공산당은 뉴욕 행사에만 참여하며, 다른 행사의 주최 단체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녀는 뉴욕의 공산당 참여가 전국 ‘노 킹스’ 시위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노란색 옷을 입도록 요청받았다. 웹사이트는 “역사를 통틀어 권위주의 정권에 맞선 시위에서, 수천 명의 군중 속에서도 눈에 띄는 색상을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2025년 10월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노 킹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는 자신도 이번 ‘노 킹스’ 시위에 직접 참여해 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초의 ‘노 킹스’ 시위는 지난 6월 14일, 미국 전역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열렸다. 다만, 워싱턴 D.C.에서는 개최되지 않았다.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자, 수도 워싱턴에서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가 열린 날이기도 했다.

당시 ‘노 킹스’의 주요 집회(플래그십 행사)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진행됐으며, 현장에는 수만 명의 시위대가 모여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규탄하고 “미국에는 왕이 없다(There are no kings in America)”는 구호를 외쳤다.

각 도시, 시위 대비해 경비 강화

첫 번째 ‘노 킹스’ 시위는 대체로 비폭력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일부 주에서는 예방 차원에서 경찰력과 주 방위군 배치를 강화하고 있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17일 성명을 내고, 주도 오스틴에 주방위군과 공공안전부 병력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애벗 주지사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시위를 “안티파(Antifa) 연계 시위”라고 지칭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텍사스는 혼란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재산을 파괴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즉시 체포될 것이다. 법과 질서를 반드시 유지하겠다.”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역시 주방위군을 현역 대기 상태로 전환하고, 주 전역의 경찰 배치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8일 아침 엑스(X)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버지니아 주민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기본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권리는 재산 파괴, 약탈, 교통 방해, 또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포함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다”

‘노 킹스’ 웹사이트는 주최 측이 “모든 참가자가 우리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피하고 법을 준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합법적으로 허용된 무기를 포함해 어떤 무기도 행사에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2025년 10월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노 킹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

정부 셧다운 3주째… ‘노 킹스’ 시위 정치권 압박 변수로

미국이 정부 셧다운 3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10월 18일 열리는 전국적 ‘노 킹스’ 시위가 정치적 압박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셧다운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코로나19 시기 도입된 의료 보조금(건강보험 보조금) 연장 문제를 두고 대립하면서 장기화되고 있다.

공화당은 단기 지출 법안을 통과시켜 정부 기능을 일시 재개하면서, 민주당과의 예산 우선순위 협상 시간을 확보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메디케이드(Medicaid) 삭감 철회와 오바마케어(ACA) 세액공제 연장을 요구하며, 공화당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민주당이 ‘노 킹스’ 시위가 끝날 때까지 정부 재개를 위한 단기 지출 법안에 투표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민주당)은 극성 지지층 앞에 나설 용기가 없다”고 비판했다.

존슨 의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리가 들은 바로는, 10월 18일 내셔널몰에서 ‘반(反)미국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하마스 지지 세력, 안티파 단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하고, 행사용 티셔츠까지 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척 슈머 원내대표는 “공화당의 공격은 시위대의 입을 막기 위한 협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17일 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말했다. “‘노 킹스 데이(No Kings Day)’는 우리가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한편, 로사 델라우로 하원의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가 공화당이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협상에 나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정부 기능을 재개한 뒤에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들은 민주당에 대해 “10월 1일 셧다운 이전 수준의 예산으로 연방정부를 임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단기 지출 법안에 동의하라”고 촉구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