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화폐 폭락, 대규모 반정부 시위 촉발
2025년 12월 29일 이란 테헤란에서 상점 주인들이 가게 문을 닫고 거리로 나와, 갈수록 가중되는 경제적 압박과 리알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FARS NEWS AGENCY/AFP/연합 이란에서 통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누적돼 온 사회적 불만이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일제히 폭발했다. 리알화의 대(對)달러 환율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이는 2022년 이후 최대 규모의 항의 시위로 평가된다.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이란 국영방송은 중앙은행 총재 모하메드 레자 파르진이 사임했다고 확인했다. 이는 정부가 직면한 재정·사회적 압박이 급격히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월요일 테헤란 도심의 사아디 거리와 슈시 지역에서는 상인과 점주들이 집단 휴업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이며 추가 동참을 호소했다. 테헤란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최루가스를 사용해 군중을 해산시키기도 했다.
테헤란 외에도 이스파한, 시라즈, 마슈하드 등 주요 도시에서 집회가 열렸다. 전날까지만 해도 시위는 도심의 두 곳 휴대전화 시장에 국한돼 있었으나, 이날부터는 정부를 겨냥한 구호와 함께 범위가 급격히 확대됐다.
이번 시위는 2022년 전국적 격변 이후 가장 심각한 항의로 평가된다. 당시 22세의 마흐사 아미니가 ‘부적절한 히잡 착용’을 이유로 도덕경찰에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인 시위가 확산됐으며, 이는 당국에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악화되는 인플레이션, 민생에 직격탄
이란의 통화 가치 급락이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며 민생을 강타하고 있다. 리알화는 28일 기준 미 달러당 142만 리알까지 떨어졌다가 29일 138만 리알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앙은행 총재 모하메드 파르진이 2022년 취임 당시 환율이 약 43만 리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년 만에 통화 가치가 약 70% 증발한 셈이다.
급격한 환율 하락은 인플레이션과 생계비 부담을 끌어올렸고, 최근의 연료 가격 조정은 압박을 더욱 가중시켰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12월 연간 물가상승률은 42.2%로 11월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식료품 가격은 1년 새 72%, 의료용품은 50% 급등했으며, 여론에서는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에 근접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관영 매체는 정부가 2026년 3월 21일 시작되는 새해를 맞아 세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해 시장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전쟁 우려 및 시장 불안의 중첩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는 한때 이란 경제에 숨통을 틔워 리알화 환율을 달러당 3만2천 리알 수준으로 안정시켰다. 그러나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의 구조적 문제점을 비판하며 탈퇴를 선언하고 제재를 복원했다. 이후 이란 경제는 다시 압박을 받았고, 환율 약세가 장기화됐다.
최근에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이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일부 사찰을 제한하는 한편, 미사일·무인기 역량을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의 경계가 한층 강화됐다. 이에 따라 유엔은 올해 9월 핵합의를 위반할 경우 제재가 자동 부활되도록 한 ‘스냅백(snapback)’ 메커니즘을 발동했고, 이는 이란 경제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올해 6월 이란과 이스라엘이 약 12일간 무력 충돌을 벌였다가 미국의 중재로 휴전했지만, 이후 전면전 재발과 미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급격히 높아졌다. 이러한 불안은 통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이란이 핵무기나 탄도미사일 개발을 재개할 경우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지지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대규모 타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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