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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종교 자유를 ‘국가주권’으로 격상…美 새 ‘외교지침’ 속 세계질서 재편 구상 ㊤

2026년 01월 17일 오후 2:24
백악관 | 에포크타임스백악관 | 에포크타임스

미국이 향후 5년간의 외교 전략을 담은 국무부 전략계획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기본 시각을 분명히 했다. 핵심은 더 이상 모호하지 않다. 자유와 인권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이지만, 이제 그것들은 미국의 국가 주권을 구성하는 실질적 권익으로 재정의됐다. 이 변화는 미국 외교의 언어뿐 아니라, 동맹과 적대국을 가르는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2026–2030 회계연도 전략계획’은 6대 외교 목표를 제시한다. ▲국가 주권 강화 ▲서반구에서의 돈로 독트린 확립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럽 동맹 재건 ▲기술·지배적 우위 확보 ▲국익 최우선의 대외 원조가 그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익숙한 키워드의 나열처럼 보이지만, 문서의 구조를 뜯어보면 분명한 설계 의도가 드러난다(미 국무부 외교 전략계획 PDF).

‘국가주권 강화’…트럼프 2기 외교 출발점이자 관통축

이번 전략계획에서 가장 먼저 제시된 목표는 ‘국가 주권 강화’다. 국무부는 표현의 자유, 종교와 양심의 자유, 그리고 시민이 정부를 선택하고 정치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권리를 “미국 정부가 보호해야 할 자연권(natural rights)”으로 규정했다.

자연권은 국가나 법률이 부여하기 이전에, 인간이 존재 자체로 갖는 권리다. 정부가 주거나 박탈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며 오직 보호해야 할 권리라는 개념이다. 미국 독립선언서에서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고,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자연권이 ‘신이 부여한 권리’, 혹은 ‘양도 불가능한 권리’로 불리는 이유다. 반면, 법과 제도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권리는 ‘법정권’이다.

전략계획에서는 자연권 보호를 말로만 외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외국 정부가 자국의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표현·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과 규제를 도입할 경우, 이는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더 나아가 비자 제한과 금융 제재를 ‘적절한 대응 수단’으로 명문화했다.

미국은 과거에도 표현·종교의 자유를 강조해 왔지만, 이를 국가 주권과 결합해 외국의 입법을 직접적인 외교 및 제제 대응 대상으로 명문화한 것은 이번 외교 지침이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이번 전략계획에서는 외교 및 제재 대상을 ‘적대국(adversaries)’, ‘적대적 정권(hostile regimes)’, ‘권위주의 국가(authoritarian states)’로 한정했던 과거와 달리 ‘외국 정부(foreign governments)’로 표현했다. 이는 국제법이나 외교 문서에서 사용되는 표현 가운데 가장 넓은 적용 범위에 해당한다. 주권, 즉 자연권 침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적대국과 동맹국을 구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국내 언론 일각에서 이번 전략계획을 최근 개정된 ‘정보통신망법’과 연계해 접근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올해 초 공식 브리핑에서 한국의 정통망법 개정안과 관련 ‘미국 온라인 플랫폼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표현의 자유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중대한 우려”를 공개 표명했다.

미국의 우려를 표현의 자유에 관한 양측의 입장 차이로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법제와 정책 측면에서 표현의 자유는 공익과의 균형, 사회적 피해 방지 등 ‘규제 논리’로 다뤄져 온 반면, 미국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를 ‘자연권’과 ‘국가 주권’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전략계획은 표현·종교 자유 침해 시 제재 대상을 외국 정부뿐만 아니라 ‘국제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s)’, ‘비정부기구(NGOs)’, ‘활동가 단체(activist groups)’로 확장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유엔 인권기구나 기후 협약을 둘러싼 국제 규범 논의 과정에서, 미국 기업과 미국인의 권리를 제한할 소지가 있는 ‘다자주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관련 단체나 협약을 보이콧해 왔다.

다자주의는 규범 준수를 전제로 한 협력 체계이지만, 중국의 참여 이후 그 전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국 공산당은 인권이나 표현의 자유 문제로 국제적 비판에 직면할 경우 이를 ‘내정 간섭’ 프레임으로 차단하는 한편, 통상·기후·개도국 연대 등 자신들의 이익이 걸린 사안에서는 다자주의를 적극 활용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 왔다.

이러한 ‘선택적 다자주의’가 공산주의 중국의 부상을 가속화했다고 판단한 미국은, 더 이상 느슨한 규범과 합의에 의존하기보다 국가 주권과 자연권을 기준으로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 활동가 단체에까지 직접 대응하는 외교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돈로 독트린’ 부활…외세 침투 막고 미주 대륙 질서 재편

전략계획의 두 번째 목표로 제시된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의 확립’은 미국이 서반구, 즉 아메리카 대륙을 자국의 핵심 안보·번영 공간으로 재정의하고 외부 세력의 영향력 확대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선언이다. 문서는 “미주에서의 미국의 지배적 지위는 다시는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이 지역에서의 절대적 우위 회복 의지를 분명히 했다.

19세기 먼로 독트린(1823년)은 유럽 열강의 미주 대륙 재식민화를 반대하고 서반구를 미국의 영향권으로 설정하는 원칙이었다. 반면 이번에 제시된 21세기형 돈로 독트린은 중남미를 포함한 미주 전역에서 외부 세력의 정치·군사·경제적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보다 포괄적인 구상이다. 전략계획은 특정 국가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주요 경쟁 상대로 상정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전략계획에는 미국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담겼다. 지난 수십 년간 중동 등 먼 지역의 분쟁에 과도하게 개입하느라 주변을 방치했고, 그사이 지정학적 경쟁국과 초국가적 범죄 조직이 미주 지역으로 깊숙이 침투했다는 것이다. 문서는 대규모 불법 이주와 마약 확산, 갱단과 카르텔의 준동을 단순한 사회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위기로 규정했다.

외세 개입 차단의 범위도 군사·정치 영역을 넘어 경제와 인프라까지 확대됐다. 전략계획은 “외국 적대 세력이 무역과 투자를 빌미로 파나마 운하와 같은 핵심 요충지를 포함한 지역의 중요 인프라를 장악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항만, 운하, 에너지, 통신망 등 전략 인프라를 안보 사안으로 격상시키겠다는 뜻이다.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약탈적 차관과 부채를 통해 이웃 국가들을 종속시키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 대목은 중국의 ‘일대일로’식 투자 모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이러한 구조에 편입된 국가들에 대해서는 미국의 원조와 차관, 민관 협력을 통해 ‘금융적 사슬을 끊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됐다.

전략계획은 동시에 미주 지역 국가들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강조한다. 외부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는 것은 어느 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으며, 미주 대륙에 자리 잡은 강대국인 미국이 주변 질서를 관리하는 것이 지역 전체의 안보와 번영에 기여한다는 논리다. 미주 대륙의 동맹국이 중국에 맞서 고립된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도·태평양은 미국의 핵심 이익 지역…항행의 자유 재확인

미국 외교 전략계획의 세 번째 목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다. 문서는 21세기의 결정적 과제로 중국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제시하며, 인도·태평양이 미국의 핵심 이해가 걸린 지역임을 분명히 한다. 중동과 유럽으로 분산됐던 미국의 시선이 주변 단속 후 인도·태평양 특히 공산주의 중국에 집중될 것임을 시사하는 항목이다.

전략계획은 미국과 서방이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을 대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오류를 범해 왔다고 자평한다. 무분별한 자본시장 개방, 절제 없는 대중 투자, 제조 역량의 해외 이전이 그 사례로 제시됐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혁신과 역동성,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 독립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은 불안정을 조장하거나 충돌을 원하지 않으며, ‘미국 우선’ 기조 아래 자국의 경제적 힘을 키우고 외부의 군사적 모험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에서 미국은 인도·태평양의 경제 질서를 자국의 재산업화와 동맹 강화에 맞게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중국에 의해 형성된 의존 구조를 대체할 신뢰 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지식재산권 침해와 국가 주도의 약탈적 경제 전략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군사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유리한 군사 균형을 확립해 항로를 자유롭고 개방된 상태로 유지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중국의 전례 없는 군비 증강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해상 교통로가 특정 국가에 의해 봉쇄되거나 ‘통행세’를 부과받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동맹국에 국방 지출 확대와 억지력 강화를 요구하고, 미군의 전략 인프라 접근성을 확대하는 한편 방위산업 협력을 심화하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미국은 중국과의 소통 창구를 유지해 오판과 충돌을 줄이겠다고 밝히면서도, 힘의 균형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