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에 의존하다 약해진 유럽에 일갈…美 새 ‘외교지침’ 속 세계질서 재편 구상 ㊥

2026년 01월 18일 오후 4:26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 휘날리는 미국과 유럽연합 국기. | 로이터/연합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 휘날리는 미국과 유럽연합 국기. | 로이터/연합

앞선 연재 <표현·종교 자유를 ‘국가주권’으로 격상…美 새 ‘외교지침’ 속 세계질서 재편 구상 ㊤>에서 살펴본 미국 국무부의 새 외교전략계획은 ‘국가 주권’과 ‘자연권’을 외교의 출발점으로 삼고, 서반구와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미국의 영향권을 다시 재정렬하려는 구상을 담고 있었다.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정책적 조정 대상이 아닌 침해 불가한 자연권으로 규정하고, 외세의 군사·경제·정보 개입을 주권 침해로 간주하는 인식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기준선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보여준다.

미 국무부 외교전략계획 후반부 3개 목표(4·5·6번)에서는 미국이 유럽 동맹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의하고, 기술과 산업, 원조 정책을 어떤 기준으로 재편하려 하는지를 설명했다(미 국무부 외교 전략계획 PDF).

유럽 동맹 재건…국방비 증액·산업화 등 고강도 자립 대책 요구

미국 외교 전략계획의 네 번째 목표는 유럽 국가들과의 ‘문명적 동맹(civilizational alliance)’ 재건이다. 전략계획은 미국과 유럽을 단순한 지정학적 동맹이 아니라, 공통의 역사·문화·정치적 가치로 연결된 문명 공동체로 규정한다.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기 미국이 유럽의 안보 보증자이자 경제적 후견국 역할을 맡으며 공산주의에 맞섰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러한 대서양 동맹이 서구 질서의 핵심 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략계획은 냉전 종식 이후 유럽이 스스로를 약화시켜 왔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신자유주의와 초국가적 규제에 경도된 유럽연합(EU) 체제 아래에서 유럽은 국방비를 줄이고 산업 경쟁력을 상실했으며, 러시아 에너지와 중국산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대규모 이주 정책은 사회적 결속과 역사적 정체성을 훼손했고, 엘리트층은 국가 주권과 표현의 자유, 자유시장 같은 서구 문명의 핵심 가치를 경시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략계획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계기로 유럽이 ‘깨어나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미국은 유럽의 안보를 계속 중시하지만, 더 이상 일방적 보호자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토(NATO) 동맹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유럽 스스로 재무장과 재산업화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안보 우산에 무임승차하는 국가는 미국과의 동맹 혜택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경고도 담겼다.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은 유럽과의 무역에서 상호주의를 강화하고,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EU식 규제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러시아 에너지와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와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중국산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핵심 인프라에서 제거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법률전(lawfare·법과 사법 절차를 무기처럼 활용해 상대를 압박하거나 무력화하는 행위)’으로 정치적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태, 그리고 대규모 이주 정책에 대해서도 문명적 가치와 주권을 훼손하는 요소로 규정했다.

전략계획은 군사·경제·문화적으로 자립한 유럽만이 미국의 유효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새로운 대서양 문명 동맹의 조건을 명확히 했다.

‘세계의 공장’ 탈환 선언…미국의 경제·기술적 지배력 강화

전략계획은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 약화의 핵심 원인으로 탈산업화와 기술 주도권 상실을 지목하며, 이를 되돌리는 것을 국가 전략의 중심 과제로 설정했다. 미국은 에너지, 반도체, 인공지능, 첨단 제조, 핵심 광물, 방위산업 등 전략 산업에서 다시 ‘세계의 공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보조금·관세·환율 조작 및 우회 수출(환적) 등─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명시했다. 자유무역이라는 명분 아래 지속돼 온 구조적 무역적자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관세 회피를 돕는 국가에 대해서는 고율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경제 외교의 초점을 ‘상업 외교’로 전환해, 외교 공관이 미국 기업의 해외 수주와 시장 진출을 직접 지원하도록 했다. 중국 중심의 투자·기술 의존 구조를 미국 기술과 공급망으로 대체하고, 동맹국을 포함한 ‘친미 경제 블록’을 구축해 미국 중심의 기술·표준 생태계를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퍼주기’ 중단, 상호주의 강조…미국 이익 우선의 선택적 대외 원조

대외 원조 체계 역시 수술대에 올랐다. 전략계획은 미국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시행하던 기존 원조가 전략적 목적을 상실했다고 보고 국제개발처(USAID)를 폐지해 국무부로 통합하기로 했다.

향후 대외 원조는 두 가지로 한정한다. ▲재난 대응 등 한시적 생명 보호 ▲미국의 안보·경제적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다. 원조 대상국 선정 기준에는 안보 협력, 이민·재이민 협조, 국제기구에서의 투표 행태, 대미 경제 관계 등이 명시적으로 포함된다.

특히 ‘원조보다 무역’ 원칙을 내세워, 개발도상국을 원조 의존 구조가 아니라 미국 기업·기술과 연결된 시장으로 편입시키겠다는 구상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의 부채 함정식 투자 모델(일대일로)에 대한 대안으로, 민간자본·시장원칙·미국 기술을 결합한 방식이다.

또한 대외 원조 예산을 미주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폭 집중하겠다는 배분 방침을 밝혔다.

루비오 장관 “글로벌리즘과 다자주의 반성…현실주의 외교로 전환”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전략계획 서문에서 지난 수십 년간의 미국 외교를 “글로벌리즘과 다자주의에 집착한 실패한 실험”으로 규정했다. 미국의 주권, 산업 기반, 국경 통제, 문화적 자신감이 동시에 약화됐으며, 그 결과 중국·러시아 등 경쟁국이 전략적 공간을 확장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우선 외교(America First)’를 고립주의가 아닌 현실주의 외교로 정의하며, 미국의 자원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핵심 이익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경 통제, 산업 재건, 서반구 안정이 글로벌 리더십의 전제 조건이라는 인식도 분명히 했다.

특히 서반구에 대해서는 외세의 군사·경제적 개입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공정한 부담 분담’과 자립을 요구했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이 다시 자국의 힘과 문명적 가치에 대한 확신을 회복해야 하며, 외교는 이상이 아니라 이해관계와 힘의 균형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보고서 전체의 기조로 제시했다.

– 하편 ‘한국 사회에 대한 시사점’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