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네덜란드 정부, 중국 소유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 통제권 장악

2025년 10월 14일 오후 6:40
2024년 6월 27일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의 생산라인에서 한 직원이 웨이퍼 작업을 하고 있다. │ Fabian Bimmer/Reuters/연합2024년 6월 27일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의 생산라인에서 한 직원이 웨이퍼 작업을 하고 있다. │ Fabian Bimmer/Reuters/연합

네덜란드 정부는 10월 12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으로 핵심 기술이 이전될 가능성을 우려하여 자국 반도체 제조업체 넥스페리아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한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및 가전제품용 반도체를 제조하는 넥스페리아는 중국 자싱(嘉興)에 본사를 둔 윙테크(Wingtech)가 소유하고 있으며, 윙테크는 중국공산당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네덜란드 경제부는 9월 30일 성명을 통해 물자 가용성법(Goods Availability Act) 발동을 설명하며, 이번 조치를 “매우 이례적”이라고 표현했다. 경제부는 넥스페리아의 “심각한 행정적 결함과 행태를 나타내는 긴급한 신호”에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입으로 정부는 해롭다고 판단되는 경영진의 결정을 번복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다만 회사의 소유권은 그대로 유지되며, 정상적인 생산은 계속 허용된다.

경제부는 “네덜란드와 유럽 영토 내의 중요한 기술 지식과 역량의 지속성과 보호에 위협이 되는 신호를 감지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러한 역량을 상실하면 네덜란드와 유럽의 경제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번 조치가 “그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 법원에 이번 결정에 대해 항소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의 조치 이후 10월 13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 윙테크 주가가 10% 하락했다.

윙테크는 중국 금융 뉴스 사이트 시나 파이낸스에 발표한 성명에서 “상업적 문제의 정치화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네덜란드 정부의 안보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규정했다.

윙테크는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이 오랫동안 옹호해 온 시장경제, 공정경쟁, 국제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중국 기업에 대한 이러한 차별적 대우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넥스페리아 대변인은 회사가 “모든 법률 및 규정, 수출 통제, 제재 체제”를 준수한다고 밝혔다.

넥스페리아는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 같은 단순 컴퓨터 칩의 세계 최대 제조업체 중 하나다. 또한 칩을 사용해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고급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윙테크는 네이메헌(Nijmegen)에 본사를 둔 넥스페리아를 2018년 약 36억 3천만 달러에 인수했는데, 2024년 12월 미국 “제재 대상 기업 명단”에 올라 국가 안보 우려 대상으로 지정됐다.

지난달 워싱턴은 제재 대상 명단에 오른 기업이 50% 이상 소유한 자회사를 자동으로 국가 안보 우려 대상에 포함하도록 규칙을 확대했다. 이는 넥스페리아도 이제 윙테크와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칩의 대부분이 대만에서 제조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며 지속적으로 실존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국산 반도체와 컴퓨터 마이크로칩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칩과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 내에서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경우, 아직 생산하지 않더라도 비용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9월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이 반도체 생산의 절반을 미국으로 이전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9월 27일 방송된 뉴스네이션(NewsNation)과의 인터뷰에서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과 대만이 미국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칩을 동등하게 분담해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루트닉은 대만이 중국과 가깝고 미국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만이 우리 칩의 95%를 생산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은 ‘우리가 대만을 점령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들은 이에 대해 숨기지도 않는다. 이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제조업체 대만반도체제조회사(TSMC)가 주도하는 글로벌 칩 제조 분야에서 대만의 지배적 역할은 중국 공산정권의 군사적 공격에 대한 억지력으로 평가받아 왔다. 소위 “실리콘 방패”로 알려진 개념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유럽에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3월 조직된 유럽연합의 세미콘 연합이 9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연합은 EU 27개 회원국 전체로 구성되어 있다. 성명은 반도체법(Chips Act)을 더욱 강화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목적은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유럽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성명은 “반도체는 디지털 경제와 핵심 기술의 근간이며, 자동차, 통신, 의료, 에너지, 국방, 인공지능을 구동한다. 우리는 유럽이 취약성을 줄이고, 공급망을 확보하며, 설계∙제조∙혁신 분야에서 기술적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함께 행동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