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TSMC·삼성·SK 중국 공장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제동

2025년 09월 03일 오후 8:39
2021년 10월 20일 대만 신주에 위치한 대만반도체제조회사(TSMC) 본사.│Chiang Ying-ying/File/AP Photo/연합2021년 10월 20일 대만 신주에 위치한 대만반도체제조회사(TSMC) 본사.│Chiang Ying-ying/File/AP Photo/연합

미국 정부는 대만반도체제조회사(TSMC)가 중국 내 핵심 칩 제조 공장으로 필수 장비를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하던 포괄적 허가를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해당 시설에서 반도체 생산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BIS)은 9월 2일(이하 현지시간) TSMC에 중국 난징 칩 제조 공장에 대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이 올해 말 종료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VEU는 미국이 특정 외국 기업에 주는 특별한 자격으로서, 이 자격을 받으면 미국산 반도체 장비나 기술을 중국으로 보낼 때마다 받아야 했던 건별 수출 허가 없이 자유롭게 장비와 기술을 중국 내 공장으로 보낼 수 있다.

TSMC는 성명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TSMC 난징에 대한 VEU 허가가 2025년 12월 31일부로 철회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상황을 평가하고 미국 정부와의 소통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TSMC 난징의 중단 없는 운영을 보장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BIS가 8월 29일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VEU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2023년부터 시행된 이 프로그램은 일부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미국산 제품과 기술을 허가 없이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이는 미국 제조업체에는 결코 주어지지 않은 옵션이었다. BIS는 VEU 프로그램을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불공정하게 불리하게 만드는 “허점”이라고 규정했다.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산업보안 차관은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수출 통제상의 허점, 특히 미국 기업들을 경쟁에서 불리하게 만드는 허점들을 막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오늘의 결정은 이러한 약속을 이행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BIS는 9월 2일 삼성, SK하이닉스, 인텔에 대해서도 중국 내 제조 공장에 대한 VEU 지정을 12월 31일부로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해당 기업들은 중국 내 공장 운영을 위해 장비를 수출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시설의 확장이나 업그레이드는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BIS는 성명에서 “앞으로 BIS는 기존 VEU 참가 업체들이 중국 내 기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수출 허가 신청을 승인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생산 능력 확장이나 기술 업그레이드에 대한 허가는 승인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 TSMC의 사업 규모는 한국 기업인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대규모 공장에 비해 작은 편이다.

SK하이닉스는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모두와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기사 발행 시점까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 반도체업체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미 상무부에 중국 내 한국 반도체업체들의 원활한 운영이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 필수적이라는 뜻을 전달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조치에 반대한다”고 밝히며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6월 상무부가 VEU(검증된 최종사용자) 자격 철회 구상을 처음 제기하자, 백악관 관계자는 이 조치를 미중 무역협상이 악화될 경우의 비상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과 워싱턴은 현재 11월까지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30%, 미국의 대중 수출품에 10%의 관세를 유지하는 관세 휴전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7월에 미국과 한국은 무역협상에서 합의를 보았으나, 8월 25일 트럼프와 이재명의 정상회담은 서명 없이 마무리됐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VEU 자격 철회에 앞서 CHIPS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연방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업체들의 지분을 취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하에서 지급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일부를 소유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텔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 제안이 첨단 반도체 생산을 미국 내로 유치하고 전 세계 최첨단 칩의 거의 전량을 생산하는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광범위한 국가안보적 조치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목표가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역량을 강화하고 핵심 공급망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