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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주한미군 현 규모 유지’ 명문화…“의회 승인 없인 감축 불가”

2025년 10월 22일 오후 4:02
부대기 올린 주한미군 순환배치 여단 | 연합뉴스부대기 올린 주한미군 순환배치 여단 | 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최근 본회의를 통과시킨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 상원안에 ‘주한미군 병력 규모 유지’ 조항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에 주둔한 미군 규모를 2만 8천 5백명 이하로 감축하는 데 본 법이 승인한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강제적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조항은 특히, 미 행정부가 사전 협의 없이 주한미군 감축 혹은 지휘체계 변화(전작권 전환 등)를 추진할 경우 의회가 예산 통제를 통해 견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미 동맹 및 미군 전략구도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상원 본회의에서 가결된 NDAA 상원안의 핵심 조항은 다음과 같다.

▲한국에 영구 주둔하거나 배치된 미군 병력을 2만 8천 5백명 밑으로 감축하는 데 이 법에 의해 승인된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
▲전시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 전작권) 전환과 관련된 예산도 동일한 조건 하에서 집행이 제한된다.
▲미 국방장관이 감축이나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경우, 미국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확인서를 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며 제출일로부터 90일간 관련 예산 집행이 제한된다.

앞서 하원 본회의에서 가결된 NDAA 버전에서도 “한국에 배치된 약 2만 8천 5백명의 미군 규모 유지, 상호 방위 기반 협력 향상”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이 같은 조항의 부활은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의회가 주한미군 감축에 대응해 NDAA에 ‘예산 사용 금지’ 조항을 삽입했던 경력과 맥이 닿아 있다. 당시에는 2019~2021회계연도 NDAA에 해당 조항이 포함된 바 있다.

한국에 주둔한 미군 규모는 약 2만 8천 5백명 선으로, 한-미 동맹 아래 미군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병력 규모를 반영한다.

이번 NDAA 조항은 미국 의회가 미군 감축이나 동맹의 역할 재조정 가능성에 대해 제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기반을 다시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행정부가 사전 동맹국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병력을 감축하거나 전작권을 넘기려 할 경우 예산 집행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

아울러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포함한 전략 경쟁 구도의 중심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의회에서도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병력 규모 유지 조항은 그 맥락에서 동맹 안정성을 재확인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병력 숫자 자체보다 ‘능력(capability)’과 ‘역할(role)’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이번 조항은 2만 8천 5백이라는 숫자에 기반해 있지만, 병력 수만으로는 전략적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상·하원은 각각 통과된 NDAA 버전을 조정위원회(Conference Committee)를 통해 단일안으로 조율 중이다. 조정 과정에서 하원안과 상원안 간 문언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 단일안이 마련된 뒤에는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안이 발효된다. 보통 12월 말까지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상원안처럼 예산 사용 금지 조항이 단일안에 그대로 반영될지 여부 △주둔비 분담, 자주국방 추진, 전작권 일정 등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응 △숫자 유지 조항이 있음에도 병력 이외의 역할 확대나 재배치 가능성 존재 등은 쟁점으로 거론된다.

한국 정부는 이번 조항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주한미군 규모 유지가 동맹 안정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측도 방위비 분담, 연합훈련 및 작전역량 강화, 전작권 전환 일정 등과 맞물려 있다.

한편, 한국은 2026~2030년 주둔비 분담 협정을 이미 체결한 상태이며, 2026년에는 전년 대비 약 8.3% 인상된 금액(약 1조 5200억원)으로 합의한 바 있다.

향후 한-미 안보협의체에서 이 조항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