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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수출 급제동…러시아 세금 인상, 멕시코 50% 관세 예고

2025년 11월 11일 오전 6:55
2024년 5월 13일, 모스크바의 한 교차로에서 두 대의 한국산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잇따라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 Natalia Kolesnikova/AFP via Getty Images/연합2024년 5월 13일, 모스크바의 한 교차로에서 두 대의 한국산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잇따라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 Natalia Kolesnikova/AFP via Getty Images/연합

올해 첫 9개월 동안 중국의 러시아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58% 급감하면서, 러시아는 중국 자동차의 최대 수출국 자리에서 3위로 밀려났다.

대신 멕시코가 새로운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부상했으나, 곧바로 중국산 자동차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발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에 또 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 1년 만에 중국 자동차 수출 시장 ‘톱3’에서 밀려나

중국자동차유통협회 산하 승용차시장정보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의 대(對)러시아 자동차 수출량은 35만7700대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중국 자동차의 최대 수출국이었으나, 올해는 시장 순위 3위로 떨어졌다.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가 공개한 9월 러시아 내 브랜드별 판매 통계에 따르면, 장성자동차의 하발은 약 1만7천 대로 전년 대비 15.5% 감소했으며, 지리자동차는 9741대로 39.3% 줄었다. 체리와 창안자동차도 각각 약 50%의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

2025년 1분기 동안 러시아 내에서 폐쇄된 자동차 전시장 274곳 중 약 213곳이 중국 브랜드 전시장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 판매망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웨이신에너지테크놀로지의 왕샹위(王翔雨) 대표는 “중국산 신재생에너지 SUV 10대 주문 중 현재 1대만 인도됐고, 나머지 차량은 러시아의 고액 폐차세 부담으로 고객들이 계약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톈진국제무역유한공사의 류레이(劉雷) 부대표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도 러시아 수출 물량을 줄이고 있으며, 주변 무역업체 중 일부는 러시아 관련 사업을 일시 중단했다”고 전했다.

체리자동차 역시 기업공개(IPO) 설명서에서 “2025년 러시아 내 운영 규모를 축소하고, 현지 자산 및 판매 네트워크 일부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명시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위축은 일련의 정부 정책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2024년 10월 1일부터 러시아 정부는 신규 수입 자동차의 폐차세를 70~85% 인상했다. 특히 중고차의 경우, 배기량 2~3리터·차령 3년 초과 차량의 폐차세는 기존 130만 루블(약 2000만 원)에서 237만 루블(약 3600만원)로 치솟아 약 83% 인상됐다.

여기에 2025년 1월 1일부터 러시아는 수입 자동차 관세율 계수를 20%에서 38%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자동차의 통관 비용은 최대 3만 루블(약 45만 원)까지 늘어날 수 있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성에 추가적인 부담이 될 전망이다.

멕시코, 중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 추진

러시아의 정책 변화로 중국 자동차 수출 지형이 크게 바뀌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의 멕시코 수출 차량은 41만 700여 대로, 멕시코가 러시아를 제치고 중국 자동차의 최대 수출국이 됐다. 아랍에미리트(UAE)는 36만 7796대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수출 방향을 멕시코로 돌리는 시점에, 멕시코 정부가 자동차 수입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9월 10일 멕시코 경제부는 중국을 포함해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자동차에 최대 50%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중국산 자동차가 ‘우리의 기준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멕시코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며, “일정 수준의 보호 조치가 없으면 현지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과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해당 협정은 역내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비회원국(특히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허용하고 있어, 멕시코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미국의 산업 보호정책과 발맞춘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멕시코는 중국산 자동차에 약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시장 분석 기관 MarkLine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 브랜드 차량이 멕시코 전체 수입차의 약 30%를 차지했으며, 소형차 시장에서도 약 20%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최대 50%에 달하는 신규 관세가 시행되면 BYD, 장성 등 중국 브랜드뿐 아니라,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GM, 포드, 기아 등 글로벌 브랜드의 차량 가격도 함께 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자동차의 멕시코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1월 재집권한 이후, 멕시코 정부에 미국의 산업정책을 따를 것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으며,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조치가 “멕시코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심을 보여주는 정치적 제스처이자, 2026년 예정된 USMCA 재검토를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고 분석했다.

USMCA는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자동차 산업의 부품 현지 조달 비율 규제를 강화했으며, 그 핵심 목적은 중국산 부품의 북미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것에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번 2026년 재검토가 단순한 평가 절차를 넘어, “사실상 재협상(re-negotiation)”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주요 쟁점은 원산지 규정, 역내 안보, 노동 규제 강화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캐서린 타이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일부 국가들이 “실질적인 생산은 중국 등 역외에서 하고, 멕시코에서 단순 조립만 한 뒤 USMCA 혜택을 이용해 미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이들은 협정의 의무 대신 이익만 취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