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BBC, 트럼프 연설 편집 논란에 최고경영진 동반 사임

‘파노라마’ 프로그램, 발언 시간·맥락 왜곡 의혹… 내부 조사 착수

2025년 11월 10일 오전 6:05
(왼쪽) 2022년 10월 13일 런던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BBC 뉴스 총괄 책임자 데버라 터니스.
(오른쪽) 2022년 4월 28일 런던 BBC 월드서비스 본부에 있는 BBC 사장 팀 데이비. | Leon Neal/Getty Images, Hannah McKay/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왼쪽) 2022년 10월 13일 런던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BBC 뉴스 총괄 책임자 데버라 터니스. (오른쪽) 2022년 4월 28일 런던 BBC 월드서비스 본부에 있는 BBC 사장 팀 데이비. | Leon Neal/Getty Images, Hannah McKay/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

영국 공영방송 BBC의 팀 데이비 사장과 뉴스 부문 총괄 책임자 데버라 터니스가 11월 9일 동반 사임했다.

이들은 BBC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21년 1월 6일 연설 영상을 편집해 시청자들을 오도했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논란은 BBC의 대표적 탐사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Panorama)’에서 비롯됐다.

내부고발 보고서에 따르면, 문제의 다큐멘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고, 내가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싸울 것이다. 우리는 지옥처럼 싸운다….”라고 발언하는 장면을 강조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편집했다.

그러나 실제 연설에서는 이 문장들이 약 50분 이상 간격을 두고 따로 나온 발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즉, 프로그램이 서로 다른 시점의 발언을 이어 붙여, 트럼프가 마치 즉각적인 폭력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다큐에서는 트럼프가 “여기 있는 여러분이 곧 평화롭고 애국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의사당으로 행진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한 ‘평화적 행진’ 발언 부분이 삭제되거나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연설 장면 전후에 삽입된 시위대 영상은 실제로 연설 이전에 촬영된 것이었음에도, 마치 연설 이후 폭동으로 이어진 것처럼 보이게 배치되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로 인해 BBC가 시간적 맥락과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BBC는 같은 날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에서 “팀 데이비 사장과 뉴스 부문 총괄 책임자 데버라 터니스의 사임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는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편지에서 “20년 동안 근무한 BBC를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이 결정은 전적으로 제 의지에 따른 것이며, 재임 기간 내내 한결같이 저를 지지해준 BBC 의장과 이사회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터니스 역시 사임서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 관련 ‘파노라마’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이 이제 제가 사랑하는 BBC에 피해를 줄 정도로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며
“BBC 뉴스 및 시사 부문 책임자로서 모든 책임은 제게 있으며, 어젯밤 사장에게 직접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BBC는 현재 내부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문제의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과 편집 책임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