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학문 자유까지 손뻗쳐…서방 대학들 ‘경계령’
중국은 영국의 가장 큰 유학생 송출국이다. 사진은 영국 공항 세관의 모습이다. |
DANIEL LEAL/AFP via Getty Images/연합 영국의 한 대학이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공산당의 학문적 협박을 지속적으로 받아왔으며, 그 압력과 위협 속에서 중국 공산당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 연구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영국 경찰이 이에 대해 반(反)테러 조사를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서방의 학술 기관들이, 서방의 민주와 자유를 악용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이 이른바 ‘초국가적 통제’를 통해 학문적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BBC는 11월 4일 보도를 통해 셰필드 할럼대학교(Sheffield Hallam University)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학문적 협박’을 받은 의혹에 대해 경찰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보다 앞서 BBC와 가디언은 중국 당국이 최소 2년간 해당 대학을 상대로 협박과 괴롭힘을 지속해 왔다고 보도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이 대학의 로라 머피 교수에게 신장 지역의 강제노동 문제에 대한 연구를 중단하라고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경찰은 이번 사건을 반(反)테러 담당 부서로 이관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이번 의혹이 〈국가보안법(National Security Act)〉 제3조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조항은 ‘외국 정보기관을 지원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과 관련된 활동에서 외국 정보기관을 직접 돕거나, 그러한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한 경우 범죄로 간주된다.
셰필드 할럼대학 측은 공식 성명을 내고 머피 교수에게 사과했다. 또한 “머피 교수의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보호하고 증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의 종즈둥(鍾志東)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례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 서방의 학문 자유와 민주 제도를 이용해 서방 대학 내부에 침투하고, 이른바 ‘초국가적 통제’를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밀어붙이고, 원하지 않는 것은 금지하는 방식으로 서방의 학문 환경을 통제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 유학생과 자금의 영향력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 박사는 “중국 유학생은 유럽과 미국 주요 대학의 핵심 재정원”이라며, 이러한 구조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악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BBC에 따르면, 셰필드 할럼대학교는 2018년 한 해에만 500명의 중국인 유학생을 모집했다. 비록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유학생 수가 급감했지만, 2021~2022학년도에도 중국 본토와 홍콩으로부터 약 380만 파운드(미화 약 5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8월에는 중국 당국이 이 대학의 웹사이트 접속을 중국 내에서 전면 차단했다. 그 결과 중국 학생들은 대학의 입학 사이트에 접근할 수 없었고, 입학 전 영어시험 응시나 강의 정보 확인, 영국 현지의 오리엔테이션도 신청할 수 없었다.
2024년 4월,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관리 3명이 셰필드 할럼대학교의 중국 현지 사무소를 방문해 한 중국인 직원을 두 시간 동안 심문했다. 당시 이들은 위협적인 어조로 로라 머피 교수의 연구 활동을 중단시키라고 명확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또 한 차례의 방문에서 중국 관리들은 “해당 대학의 웹사이트가 중국 내에서 차단된 이유는 신장 인권 문제 관련 연구 보고서를 게재했기 때문”이라고 통보했다.
그 영향으로 셰필드 할럼대는 2024~2025학년도에 중국 유학생 73명만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결국 2024년 9월, 대학 측은 중국의 강제노동 연구 최종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내부 문서에는 “이 사실을 중국 국가안전부에 통보한 뒤 양측의 관계가 즉시 개선됐으며, 직원들의 안전에 대한 위협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종즈둥 박사는 “중국 공산당은 국제사회가 중국 시장의 영향력을 두려워한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며, “서방 기관의 중국 내 직원이나 가족을 사실상 ‘인질’처럼 이용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더 심각한 사건도 있었다. 2023년 12월 머피 교수가 이끄는 ‘강제노동 연구소(Forced Labour Lab)’가 신장 인권과 관련된 의류 공급망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홍콩 의류업체 스마트 셔츠(Smart Shirts Ltd)가 “보고서에 자사 이름이 언급됐다”며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사는 영국 내 여러 브랜드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런던 고등법원은 2024년 12월 예비 판결에서 해당 보고서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일련의 압력 속에서 대학 측은 올해 2월 머피 교수에게 “중국의 공급망과 강제노동 문제에 대한 연구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주영 중국대사관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현재 영국에는 20만 명이 넘는 중국 유학생이 있으며, 중국은 영국 최대의 유학생 송출국”이라며 “교육 협력이 양국 관계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만 TIA협회 라이융웨이(賴榮偉) 사무총장은 “중국 공산당은 학문의 자유를 침식하고 파괴하며, 학계에 영향력을 미칠 뿐 아니라 인지전(認知戰)과 스파이 양성의 통로로 학계를 활용해 각국의 내부 정치에까지 개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라이 사무총장은 “학계는 반드시 연구의 독립성과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서방 대학들이 중국 시장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른 국가와의 교육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즈둥 박사는 “지금 드러난 중국 공산당의 서방 학계 침투와 ‘초국가적 통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서방 대학들은 학문의 양심을 지키고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 중국 유학생 시장에 눈이 멀어 학교의 명예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종 박사는 또한 각국 정부가 ‘해외 세력의 영향력’을 명확히 규정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셰필드 할럼대학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로라 머피 교수가 대학으로부터 중국 인권 연구를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은 뒤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소송 과정에서 학교 측에 ‘정보공개 요청’을 제출해 내부 문서를 확보했으며, 그 문서를 통해 “대학이 외국 정보기관과 직접 협상을 벌여, 내 학문적 자유를 중국 유학생 시장 진출과 맞바꾼 정황이 드러났다”고 BBC에 밝혔다.
현재 셰필드 할럼대는 입장을 바꿔 머피 교수의 연구 활동을 복원한 상태다.
라이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됨으로써 국제사회가 중국 공산당의 침투 방식과 영향력 행사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며, “이제 각국이 이에 대응할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BBC에 “외국이 영국 시민을 위협하거나 괴롭히거나 해를 끼치는 행위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을 인지한 후 런던 정부는 베이징에 공식적으로 항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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