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스비어, 중국 장기이식 논문 8편 철회…“윤리적 기준 위반”
2012년 8월 16일, 중국 허난성의 한 병원에서 의사들이 이식 수술을 위해 장기를 운반하고 있다. | Screenshot via Sohu.com 세계 최대 학술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가 지난달 중국의 장기이식 관련 논문 8편을 공식 철회했다.
사단법인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KAEOT)는 3일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이번 철회가 호주 매쿼리대의 웬디 로저스 교수가 주도한 연구 결과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로저스 교수팀은 2019년 ‘BMJ 오픈(영국의학저널 BMJ가 발행하는 오픈액세스 의학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의 장기이식 연구 445편을 검토한 결과 상당수가 사형수 장기 사용을 금지한 국제 윤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엘스비어가 발행하는 의학 저널 ‘간장학·소화기병 연구와 임상(Clinics and Research in Hepatology and Gastroenterology)’에 실린 간이식 논문 8편도 해당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 논문은 장기 출처, 연구 참여자의 동의 여부, 윤리 승인 등 핵심 정보가 불분명하거나 누락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저널 측은 저자들에게 해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이 없어 최종적으로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KAEOT는 “엘스비어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내부 판단이 아니라, 국제 인권단체들의 지속적인 압박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호주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이식오용 종식을 위한 국제연대(ETAC)’와 미국의 ‘강제 장기적출에 반대하는 의사들(DAFOH)’은 2021년 엘스비어에 약 1500쪽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하며 “중국의 장기이식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비윤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심장 이식 대기 기간은 평균 3.7일, 간 이식은 1~2주로, 국제 평균(심장 6~12개월, 간 6~18개월)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짧다. 이는 수요에 맞춰 장기를 확보하는 ‘주문형 장기 공급’ 시스템이 존재함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파룬궁 수련자나 위구르족 등 양심수의 장기가 강제로 적출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중국 당국은 2015년 “사형수 장기 사용을 중단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이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 증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에 철회된 논문 중 일부는 2000~2006년 데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단 발표 이전의 불법 장기 사용 사례가 연구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다만 이번 철회는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로저스 교수팀이 문제를 제기한 445편 중 실제 철회된 논문은 44편에 그친다. ‘우려 표명’이 붙은 논문도 여전히 다수 남아 있다.
로저스 교수는 “동의하지 않은 양심수로부터 장기를 얻어 그 과정에서 살해된 비윤리적 이식 연구를 많은 저널이 철회하지 않은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저널 편집자들이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논문 출판을 거부해 연구의 윤리적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술 출판계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AEOT는 엘스비어의 논문 철회 결정을 환영하며 “이번 사안은 학문적 자유뿐 아니라 생명윤리의 기본 원칙을 다시 일깨운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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