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분석] 한국 청년 노리는 동남아 조직범죄…‘일대일로’ 그늘 속의 인신매매

2025년 10월 13일 오후 1:40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 A씨 살인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용의자 3명. | 사진= 캄보디아 경찰청.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 A씨 살인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용의자 3명. | 사진= 캄보디아 경찰청.

“돈 벌러 간다더니, 고문 끝에 시신으로 돌아왔다.”

2025년 8월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학생 A씨 살해 사건은 단순한 해외 강력범죄를 넘어, 동남아시아 전역에 퍼진 국제적 조직범죄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소극적 대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캄보디아 깜폿 보코산 인근의 이른바 ‘범죄 단지’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해외 취업을 미끼로 한국 청년들을 유인해 감금하고 폭행하는 조직적 인신매매 범죄의 전형을 보여준다.

A씨는 ‘현지 박람회’라는 미끼와 ‘고수익 취업’ 약속에 속아 출국했으나, 실제로는 국내 대포통장 모집책 일당에게 넘겨져 범죄 조직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현지에서 감금된 A씨는 지속적으로 고문을 당했고, 범죄 조직은 그의 가족에게 5000만 원이 넘는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다.

협박범이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말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건이 국경을 넘나드는 아시아계 범죄 조직에 의해 치밀하게 기획·실행된 범죄임이 드러났다.

경찰 수사 결과,  A씨가 끌려간 지역은 이미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와 감금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던 ‘위험 지대’로 분류된 곳이었다. 캄보디아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중국인 3명을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했으며, 범죄의 배후에 중국계 조직이 깊숙이 연루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 같은 납치–감금–고문–몸값 요구 방식의 범죄는 이미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전역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권 청년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 예로, ‘베트남 축구 영웅’ 박항서 전 감독조차 2018년경 캄보디아 여행 중 택시를 탔다가 외딴 지역으로 끌려가 납치될 뻔한 아찔한 경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현지 범죄의 일상적인 위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15배 폭증한 납치 신고…정부는 왜 외면했나

A씨의 비극적인 사건 발생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은 ‘늑장 대처’와 ‘소극적 대응’으로 유가족과 여론으로부터 날카로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초기 대응 미흡과 사후 조치의 지연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위험 신호 무시: 캄보디아 주재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최근 1년 사이 15배 가까이 폭증하는 등 이미 ‘위험 신호’가 명확히 제시됐었다. 그러나 외교 당국은 위험 지역에 대한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현지 정부와의 공조 체계 구축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구조 골든타임 상실: 앞서 구조된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지 경찰이 범죄 조직과의 ‘합의’를 강요하거나 구조 요청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던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외교적 압박이나 직접 개입을 통한 조기 대응에 실패했다.

결국 A씨의 경우처럼 인질극이 비극으로 끝난 뒤에야 외교장관 차원의 조치가 이뤄졌고, 뒤늦은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국민 안전은 뒷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접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현지 공관과 외교부는 강력한 국제 공조를 조기에 구축하지 못한 채 사건이 커질 때까지 방관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학생이 살해당하고 나서야 움직이는 정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는 현 정부의 ‘국민 보호 의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현재도 수많은 한국 청년이 ‘고수익 취업’이라는 달콤한 미끼에 속아 동남아시아 국가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그중 상당수는 실제로 강제노동(온라인 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시달리거나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단순히 범죄 발생 이후의 사후 처리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해외 취업 사기 경로를 원천 차단하고 현지 조직 소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선제적 국민 보호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할 때다.

일대일로와 중국계 조직범죄의 연관성

동남아시아에서 조직범죄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과 그에 따른 대규모 중국 자본 및 인력의 진출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범죄 특구’의 형성: 중국 자본이 대규모로 투입되어 조성된 캄보디아, 미얀마 등의 특별경제구역(SEZ)이 역설적으로 중국계 범죄 조직의 안전한 거점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일대일로를 통해 개선된 초고속 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사이버 사기 등 각종 범죄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중국인 범죄 급증: 2019년 기준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외국인 범죄자 중 70% 이상이 중국인일 정도로 중국인 관련 범죄가 압도적이다. 특히 단순 불법체류를 넘어 납치, 강도, 총기 살인 등 강력범죄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현지 유착 및 방조: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가 중국 자본에 깊이 의존하게 되면서, 현지 당국이 중국계 범죄 조직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에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유착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검은 자본’이 현지 법 집행력을 무력화시키고, 범죄 조직의 활동을 사실상 방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기 적출까지 노리는 국제 범죄의 잔혹성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동남아시아의 인신매매 범죄가 단순한 사기나 감금, 강제 노동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완전히 짓밟는 ‘장기 적출’ 단계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국제 인신매매단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해 거래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대만 언론 등을 통해 폭로된 바 있다.

이 장기 적출은 주로 중국 본토의 장기 이식 수요와 연관되어 있으며, 인신매매 조직은 피해자들에게 ‘신체 부위별 가격표’를 매겨 거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에서 살해된 한국인 대학생 A씨의 시신에서도 심한 고문 흔적이 명확하게 발견됐다. 이는 해당 범죄 조직이 인간의 생명을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며 잔혹성을 극대화했음을 시사한다.

감금됐다가 가까스로 구출된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직원들은 피해자에게 “당신 가족이 돈을 보내지 않으면 우리는 네 장기를 꺼내 팔 수밖에 없다”고 협박하며 극도의 공포심을 조성했다고 한다.

이러한 행태는 단순히 몸값을 요구하는 범죄를 넘어, 피해자의 생명 자체를 거래 가능한 ‘생체 장기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극악무도한 범죄 구조를 보여준다.

국제 공조 없이는 해결 불가능…정부의 대책 전환 필요

이처럼 잔혹한 초국가적 조직범죄는 한 국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중국, 대만,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관련국들과 대테러급의 강력한 형사사법 공조 체제를 즉각 가동해야 한다.

단순한 외교적 요청을 넘어, 한국 경찰과 정보기관이 직접 현지 수사에 참여하고, 범죄 조직의 구조를 추적·분석할 수 있는 실질적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한때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던 동남아시아는 이제 한국 청년들에게 ‘생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는 소극적이고 늑장 대처로 일관했던 과거의 태도를 버리고,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지키기 위한 전방위적이고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쌓았습니다. 이후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을 깊이 이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서, 정무·언론·홍보 전반에 걸친 통합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