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의 비공개 통화 사실을 인정하면서 카리브해 정세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단순한 외교적 경고 단계를 넘어, 미국이 ‘최종 수단’ 사용을 염두에 둔 실질적 행동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워싱턴과 중남미 외교가에서 동시에 제기된다.

케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필요한 모든 준비를 사실상 완료했으며,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분기점에 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수년간 제재·중재·해상 봉쇄 등 비군사적 수단을 총동원하고도 마두로 정권의 자발적 변화 가능성을 사실상 접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마두로와) 통화가 있었다”고 공개하며 비밀 협상이 실제로 진행됐음을 시인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 통화는 11월 21일 전후에 이뤄졌으며, 미국은 마두로에게 ‘즉각 사임 및 해외 망명’이라는 사실상의 최종 선택지를 제시했다. 수년간 동원 가능한 모든 압박 수단을 소진한 뒤 내놓은 마지막 카드라는 것이 미국 측 판단이다.

그러나 마두로는 자신과 측근 전원에 대한 전면 사면을 요구하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굴종적인 평화는 선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맞섰고, 협상은 교착 국면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잘됐는지, 잘못됐는지 말하지 않겠다. 그냥 전화 통화였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정상 간 직통 대화는 극히 이례적인 절차라는 점에서 미국의 경고가 ‘말의 단계’를 넘어 ‘행동의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군 전력 집중 배치…‘준작전 구역’ 된 카리브해

카리브해 일대는 최근 미군의 대규모 전력이 연속적으로 집결하면서 사실상 준(準)작전 구역으로 전환됐다. 미국은 세계 최정예 전력을 갖춘 포드급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을 11월 말 이 해역에 투입했다.

포드급은 기존 니미츠급 대비 전자전체계, 함재기 운용 효율, 전력 공급 능력 등이 크게 향상된 최신 전력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전쟁 직전 단계에서만 나타나는 최고위급 신호”라고 평가한다.

항모전단에는 F-35 스텔스 전투기, F/A-18 다목적 전투기, 조기경보통제기, 전자전기, 공중급유기 등 약 90대의 항공기가 탑재돼 있다. 초기 교전, 정밀 타격, 해상·공중 제해권 장악까지 한 전단에서 수행할 수 있는 완전한 전투 구성이 가능하다.

미 육군 기동부대와 해병대 특수전 부대도 카리브 주변 기지로 이동해 병력 규모는 약 1만6천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상 봉쇄부터 공습·특수작전·상륙전까지 포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명령만 내려지면 작전은 즉시 개시될 수 있다”고 언급한다. 군사전략가들은 이번 전력 배치를 “압박을 위한 과시가 아니라 실제 교전 가능성을 전제로 한 실전형 배치”라고 규정했다. 베네수엘라의 군사력은 장비 노후화와 군부 내부 분열로 인해 구조적으로 취약해, 미군과의 정면 충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이 강경 대응으로 전환한 또 하나의 핵심 요인은 정권 내부의 구조적 부패와 범죄 네트워크다. 베네수엘라 군부와 정보기관 일부는 국제 마약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오랫동안 받아 왔다.

최근 미군이 공습으로 격침한 선박들 가운데 상당수가 마약 운반선이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이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사태를 단순한 지역 불안이나 정권 문제로 보지 않고,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 붕괴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초인플레이션 속에서 생필품 부족, 전력난, 치안 붕괴가 일상화됐고, 수백만 명이 국외로 탈출하는 인도적 재난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보고에서 “베네수엘라 정국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중·러·이…정권 붕괴 시 ‘동시 타격’ 불가피

▣ 중국—경제·지정학·자원 전략 전반이 흔들릴 충격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수십억 달러의 대출을 제공하고 인프라, 정유, 광물 개발, 통신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마두로 정권이 붕괴할 경우 중국의 대출 상당 부분이 회수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광물 감소는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중국은 베네수엘라를 ‘남미 전략 확장’의 핵심 교두보로 삼아 왔다. 향후 정권이 친미 성향으로 전환될 경우 중국은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지정학적 후퇴까지 감수해야 한다.

일대일로(一帶一路) 남미 루트의 관문 역할을 해온 베네수엘라가 붕괴하면 중국 국영기업의 통신·석유·광물 계약은 전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영향력이 회복되면 중국 기업의 남미 인프라 기반은 구조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

▣ 러시아—남미의 유일한 거점 상실 가능성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의 방공망 구축, 미사일 운용 교육, 군사고문단 파견, 무기 판매 등 군사 부문의 핵심 후원국이다. 정권이 붕괴하면 러시아는 남미에서 사실상 유일한 전략 거점을 잃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력이 크게 소모된 상황에서 이는 치명적인 부담일 수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에 공급한 러시아산 무기체계와 군사 인프라가 새 정권에서 폐기되거나 미국으로 넘어갈 경우, 첨단 기술·정보 유출 위험까지 뒤따른다. 이는 러시아가 추진해 온 ‘역외 전략 억제’의 핵심 축이 무너지는 것이며, 글로벌 군사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 이란—제재 회피 통로 붕괴 우려

이란은 정유시설 복구와 연료 공급을 통해 베네수엘라 정권을 떠받쳐 온 후원국이다. 미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해상 제재를 강화할 경우 이란 경제는 즉각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베네수엘라 협력을 통해 미국 제재를 우회하는 ‘비공식 통로’를 유지해 왔다. 정권 붕괴는 이 통로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며, 연료·금융 네트워크가 차단되면 인플레이션과 재정 압박은 더 심화될 수 있다.

카리브해 사태,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의 출발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지역 분쟁이나 마약 카르텔 문제의 연장선으로 보지 않는다. 베네수엘라 정국은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남미에서 영향력을 회복할 경우, 중국·러시아·이란 등 반미(反美) 축은 동시에 전략적 타격을 입게 된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번 국면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첫 단추”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 시점’은 국제질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전쟁 수행이 가능한 수준의 전력을 현장에 배치해 두었고, 정상 간 비공개 통화는 사실상의 마지막 선택지였다. 베네수엘라 정권의 다음 선택은 중남미를 넘어 중동·유럽·인도태평양으로 확산되는 지정학적·군사전략적 연쇄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국제정치학자인 시카고대학교 정치학과 석좌교수 존 미어샤이머는 “이번 사태는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세계 권력 구조가 재배열되는 초기 진동”이라며 “베네수엘라 정국의 향방은 향후 수년간 글로벌 전략 환경을 좌우하는 국제정세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가 이제 그 결말을 지켜보고 있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쌓았습니다. 이후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을 깊이 이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서, 정무·언론·홍보 전반에 걸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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