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 관광객 갈등, 비난도 처벌도 답이 아니다
명동 거리를 걷는 중국 관광객들. 무비자 입국 확대 이후 방문객이 크게 늘면서 양국 시민 간 규범·문화 차이를 조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취임 직후 중국인 무비자 입국 제도를 시행하면서 명동·동대문은 물론 부산, 제주 등 주요 관광지는 다시 중국 단체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관광업계는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기회라며 환영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예상치 못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중국 관광객의 무질서한 행동, 공공장소 예절 논란이 이어지면서 일부 한국인이 불만을 표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에는 관광지에서 중국인에게 욕설을 하거나 “한국에서 나가라”는 과격한 발언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문제 삼아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제시하며, 중국인을 비방한 한국인에게 벌금형이나 심한 경우 징역형까지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사회적 균열을 오히려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 중국 관광객 일부의 행동 뒤에는 중국 공산당 체제가 오랜 기간 형성해 온 집단적 행동 패턴이 자리한다는 점에서, 이를 개인적 결함이나 악의로 단순 처리하는 것은 갈등을 재생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부가 한국인의 문제 제기 자체를 범죄화한다면, 국내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국민적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어느 한쪽만을 두둔하는 접근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공산당식 행동 패턴의 뿌리와 현실
중국 관광객의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공산당 체제가 구축한 사회문화적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49년 공산당 집권 이후 문화대혁명 등 급격한 정치·사회적 격변은 중국의 전통 사상과 윤리를 크게 훼손했다. 그 결과 전통적 예절과 도덕 규범은 붕괴했고, 수십년 동안 개인적 책임보다 집단 지시와 생존 경쟁을 우선시하는 사고방식이 일상화됐다.
줄을 서는 규범보다 ‘먼저 선점한 사람이 유리한’ 생활 규칙, 공공장소에서의 소음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집단 공간 사용 방식, 법·규칙보다 ‘상부의 허용 여부’를 중시하는 정치 문화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일상적 행동일 수 있으나 한국 사회에서는 충돌을 야기하기 쉽다.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체감해 온 단체 중 하나가 파룬궁(法輪功) 수련자들이다. 이들은 중국인들의 행동을 ‘당(黨)문화’ 혹은 ‘공산당 문화’로 규정하며, 수십 년간 형성된 체제적 습관이 중국인의 일상적 태도에 깊게 배어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중국 관광객을 만나면 중국이 본래 지녔던 전통 예절·도덕·인성 수양의 가치를 먼저 소개하고, 이어 공산당 집권 이후 문화와 도덕이 어떻게 파괴됐는지를 차분히 설명해 왔다. 이러한 방식은 거부감을 줄이고 상대의 체면을 세워주기 때문에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관광객들 가운데는 현장에서 기본적인 설명을 들은 뒤 태도를 바꾸거나 예절을 더욱 지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세계 각지의 수련자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사실을 알리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 왔고, 그 과정에서 공산당이 주입해 온 잘못된 정서를 깨닫고 여행 중 스스로 공산당 조직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히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문제의 핵심을 개인이 아닌 ‘체제적 행동 패턴’에서 찾고, 이를 근거로 공손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높은 효과를 보여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한국인의 문제 제기를 ‘비방’으로 규정해 처벌을 강화하는 접근은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나친 보호 조치나 일방적 처벌은 오히려 사회적 불신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한국과 중국 관광객 간 관계를 더 긴장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가 마련해야 할 공정한 규범 안내
중국인 무비자 제도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정부가 ‘질서 있는 관광’을 위한 명확한 안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비자 확대만 강조한 채 공공 규범 안내를 소홀히 한다면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해야 할 조치는 복잡하지 않다.
첫째, 한국의 공공 예절과 금지 사항을 중국어로 명확하게 안내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중국식 행동이 한국 사회에서 왜 문제로 인식되는지 설명하는 기본 브리핑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중국 관광객을 과도하게 보호하거나 한국인의 지적을 무조건 억압하는 편향적 접근을 피하고 양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마련돼야 중국 관광객도 스스로 행동을 고칠 수 있고, 한국인 역시 불필요한 적대감을 줄일 수 있다. 파룬궁 수련자의 사례는 “강압이나 처벌보다 이해와 설명이 훨씬 강력한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해외의 성공 사례와 한국이 참고할 점
해외에서도 규범 안내와 문화 교육으로 갈등을 완화한 사례가 존재한다. 대표적 사례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중국 관광객 증가로 질서 문제가 대두됐을 때, 강한 처벌보다 공항·지하철·관광지에 다국어 안내체계를 촘촘하게 설치하고 기본 예절 캠페인을 확대해 문제를 안정적으로 통제했다.
일본 역시 비슷한 접근을 택했다. 대도시 관광지에서 갈등이 심화되자 ‘방문객 매너 가이드’를 제작해 중국어로 널리 배포했고, 교토·홋카이도 등 지역에서는 중국 인플루언서와 협력해 일본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SNS에 확산시키며 행동 변화를 유도했다. 일본 정부는 처벌보다 안내·설명을 우선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는 자연스러운 행동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국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단속이나 처벌보다 규범 안내와 문화 설명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한국이 참고해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중국 관광객 증가로 인한 갈등은 단순한 예절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공공 규범, 중국 체제의 구조적 특성, 정부의 대응 방식이 모두 맞물린 복합적 문제다. 감정적 대응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며, 한국인은 중국인의 행동 배경을 이해하고 중국인은 한국의 규범을 배워야 한다. 정부는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지 말고 양측을 조율하는 공정한 안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쌓았습니다. 이후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을 깊이 이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서, 정무·언론·홍보 전반에 걸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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