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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미국의 자산 추적, 이란을 넘어 중난하이까지 흔들다

2026년 01월 18일 오후 8:50
이란 권력의 정점에서 국가 자원을 집결시켜 온 인물인 알리 하메네이. 그의 가문이 통제하는 ‘세타드’ 조직은 사실상 하나의 상업 제국으로,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산을 축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 AP/연합뉴스이란 권력의 정점에서 국가 자원을 집결시켜 온 인물인 알리 하메네이. 그의 가문이 통제하는 ‘세타드’ 조직은 사실상 하나의 상업 제국으로,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산을 축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 AP/연합뉴스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이후, 테헤란 상공에서 심상치 않은 공중 동선이 포착되고 있었다. 영국의 『항공화물주간(Air Cargo Week)』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부터 러시아 군용 수송기가 정기적으로 테헤란을 오가고 있으며, 한때는 하루 다섯 차례에 달하는 왕복 비행이 이어진 날도 있었다.

미국 외교·안보가에서는 이를 단순한 군수 보급이나 외교적 협력 차원의 움직임으로 보지 않았다. 정권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란 권력 핵심부가 자산과 인적 네트워크를 외부로 이전하고 있는 ‘탈출 준비’의 신호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독재 체제가 말기에 접어들 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징후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렇다면 국민의 생존 위기에는 무감각했고, 경제는 추락하던 상황에서 이란 권력 핵심부는 과연 어느 정도의 부를 축적했기에 자산을 이처럼 여러 차례에 걸쳐 수송기로 옮겼을까.

중국 대륙 매체들은 과거 이란 전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2012년 연설에서 언급한 발언을 반복 인용해 왔다. 그는 당시 “이란에서 가장 부유한 300개 성직자 가문이 국가 전체 부의 60%를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정점에는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가문이 있다. 중동의 ‘4대 권력 가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이 가문이 통제하는 자산 규모는 3000억 달러(한화 약 400조 원대)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이란의 연간 석유 수출액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세타드(Setad)’라는 비밀의 상업 제국

이미 2013년 11월, 로이터 통신은 심층 조사 보도를 통해 하메네이가 장악하고 있는 거대 상업 조직의 실체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조직의 이름은 ‘세타드(Setad)’로, 하메네이가 장기간 권력을 유지해 온 핵심 기반으로 지목된다.

세타드는 금융·석유·통신 산업은 물론 피임약 제조업체, 심지어 타조 사육장에 이르기까지 이란 거의 전 산업 분야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종교적 소수파, 시아파 무슬림, 상인, 해외 거주 이란인 등 일반 시민들의 부동산 수천 채를 조직적으로 몰수한 뒤, 경매와 매각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온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이른바 ‘혁명 가문 2세대’로 불리는 중공 권력층과 마찬가지로,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한 극소수 이란 권력층은 국가의 핵심 자원과 부를 사실상 독점해 왔다. 그 결과 빈부 격차는 극단적으로 확대됐고, 민생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붕괴됐다. 이것이 지금까지 이란 국민들이 오랜 기간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배경이다.

가혹한 유혈 진압으로 시위의 확산은 일시적으로 둔화됐지만, 이란 전역의 저항 움직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 지지와 공습을 겨냥한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의 중동 이동이 맞물리면서, 체제 변화 가능성은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이란 권력층을 극도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대규모 유혈 진압에도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경우, 결국 해외 도피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고, 그 첫 단계로 자산을 외부로 빼돌리는 것은 그들로서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들은 이미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1월 14일 뉴스맥스(Newsmax)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정황을 사실상 확인해 줬다. 그는 이란 고위 인사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수천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이미 이란을 빠져나가고 있다”며 “그들은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 돈은 전 세계 은행과 금융기관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권력층의 이런 시도가 실제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베센트의 발언은 단호했다. “재무부의 임무는 이러한 자금을 끝까지 추적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이든, 디지털 자산이든 예외는 없다.”

이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이란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든 결국 미국의 추적망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적발될 경우 자산은 동결되고, 궁극적으로는 이란 국민에게 반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재자 자산 동결, 이미 전례는 충분하다

독재자 자산 동결은 결코 새로운 일이 아니다. 과거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 정권을 제재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은 각각 370억 달러(약 54조 4천억 원)와 120억 파운드(약 240조 원대)를 동결했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90억 유로, 캐나다·오스트리아·스웨덴 등은 60억 달러, 프랑스는 10억 달러, 스위스는 9억 달러를 각각 동결한 전례가 있다.

또 2018년 7월 전후, 미국은 이란 고위 관료 자녀 5000여 명을 추방하는 한편, 이들이 미국 내에 보유하고 있던 약 1500억 달러 규모의 은행 예금을 동결했다.

2023년 10월 18일,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가자지구를 비롯해 수단·터키·알제리·카타르 등에 분산된 하마스 핵심 인물과 금융기관 10곳에 대해 제재를 발표했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하마스 지도부의 해외 자산 총액은 110억 달러(약 16조 2천억 원)를 넘는다. 시누아르는 22억 달러, 하니예는 30억 달러, 카삼여단 창설자와 그의 배우자는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산은 주로 카타르, 미국, 스위스 등에 분산돼 있었다.

이란 다음은 중국인가, 커지는 불안

베센트의 이 같은 발언을 들으며 긴장하는 것은 이란 고위층만이 아닐 것이다. 중국공산당 고위 인사들 역시 이를 남의 일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미국 하원을 통과한 2026년 ‘국방수권법’ 제6704조에는 ‘중공 지도부의 재산에 관한 보고서’ 조항이 포함됐다.

법안 발효 후 1년 이내에 국가정보국장은 국무장관·국방장관과 협의해 중공 지도부의 재산 실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공개 웹사이트에 게시해 상·하원 관련 위원회에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조사 대상에는 중공 총서기,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 정치국 전체 위원이 포함된다.

지난해 3월 공개된 『중공 지도부의 재산과 부패 활동』 보고서에는 시진핑의 형제자매와 조카들이 보유한 상업 투자 및 부동산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4700억 원)를 넘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진핑 집권 이후 일부 자산을 처분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2024년 기준으로도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자산만 수백만 달러에 이르며, 실제 규모는 이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것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공이 스스로 공개한 부패 사건만 보더라도 몰수된 재산 규모는 수천만 위안에서 수억, 수십억, 심지어 수백억 위안에 이른다. 이 같은 사례를 감안하면, 자금의 출처와 흐름을 미국이 이미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위스 은행에 숨겨진 중국 권력의 돈

2019년 8월, 중공 전국정협 위원이자 전 재정부 산하 연구소장이었던 지아캉(贾康) 교수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글을 공유한 바 있다. 스위스 은행 발표에 따르면 중국인 100명이 예치한 자금 총액이 7조 8000억 위안(약 1600조 원대)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2013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중국 비밀문건’과도 맞물린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중공 고위층은 스위스 은행에 약 5000개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3분의 2가 중앙 고위 관료 명의였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이름만 150개에 달하며, 대부분 가족 명의로 추정된다. 부부급 이상 간부와 상당수 중앙위원들이 예외 없이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외의 분석가들을 통해서도, 중공 권력층 인사들이 체제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산과 가족을 서방으로 옮기고 있다는 사례가 여러 차례 포착된 바 있다.

최근 한 사법청장은 퇴직을 앞두고 아내와 위장 이혼을 했고, 아내는 자금과 자녀를 데리고 미리 유럽으로 이주했다. 그는 퇴직과 동시에 해외로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중국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의 ‘사전 탈출’이 마치 유행처럼,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중국에서도 베네수엘라나 이란과 같은 대규모 민중 항쟁이 발생한다면, 중공 지도부는 남은 자산을 계속 해외로 빼돌릴 수 있을까. 더 근본적인 질문은 그들이 과연 그 돈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미국과 서방 정부가 의지를 갖고 나선다면 자산 추적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국민의 손에서 강탈된 이 막대한 부가 다시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선거 전략과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축적했습니다. 이후 한국정치사회연구소 연구위원과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 현장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