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英∙佛 공공부채, 해결 기미 안 보여…위기 우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2024년 7월 18일 영국 우드스톡 블레넘 궁전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 회의에서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와 대화하고 있다. │ Hollie Adams/Getty Images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2024년 7월 18일 영국 우드스톡 블레넘 궁전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 회의에서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와 대화하고 있다. │ Hollie Adams/Getty Images

런던과 파리에 경보등이 깜빡이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늘어나는 부채, 불안정한 정치, 시장 불안이 유럽 2위와 3위 경제국인 영국과 프랑스의 국고를 압박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분석가들은 두 나라 모두 지금 금융 위기에 직면해 있지는 않지만, 과거 위기를 앞두고 종종 나타났던 부채 누적, 흔들리는 재정 신뢰도, 정치적 어려움과 같은 상황에 몰렸다고 말한다.

영국과 프랑스 모두 공공부채가 불편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런던의 경우 1960년대 이후 최고치이고, 파리의 경우 유로존 내에서 최대 규모다.

높은 차입 수준과 금리 변동으로 부채 상환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올가을 국가 예산안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프랑스는 10월, 영국은 11월인데, 두 발표 모두 각국 정부가 상충하는 재정적•정치적 압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을 시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안정한 정치가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런던에서는 키어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 정부가 지출 증가나 세금 인하를 제한하는 재정 규칙으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위기를 심화시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 부과한 것이다.

파리에서는 9월 8일(이하 현지시간) 내각이 불신임으로 붕괴된 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의석 과반 확보 없이 통치해야 하는 상황으로, 정쟁 속에서 예산 승인이 지연되고, 이는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과 늘어나는 부채를 이유로 피치 신용평가회사는 9월 12일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사상 최저 점수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투자 플랫폼 AJ벨의 투자 이사 러스 몰드는 에포크타임스에 “분명히 경고 신호가 깜빡이고 있다. 영국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와 프랑스 신정부는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 정치와 지출 삭감 및 세금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부족” 때문에 정부들이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공공부문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6.1%로 1960년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114%로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2021년부터 금리를 인상해 현재 4%에 안착시키면서 부채 상환 비용이 더 비싸졌고, 정부 차입 비용도 올라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정하는 프랑스에서도 차입 비용이 더 비싸졌다. ECB 기준금리는 2022년 0%에서 작년 4% 이상으로 급등했다가 6월에 2% 조금 넘는 수준으로 완화됐다.

정치, 부채, 그리고 촉발 요인들

런던 소재 컨설팅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들은 에포크타임스와 공유한 분석에서 과거 재정 위기를 초래했던 많은 조건이 현재 영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9월 5일 경제 업데이트는 “이것이 영국의 재정 위기가 임박했거나 불가피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촉발 요인이 작동하면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재정 건전성을 공약으로 내세워 2024년 당선된 영국 노동당 정부는 이전 보수당 정부로부터 220억 파운드(296억 달러)의 ‘블랙홀’, 즉 예상치 않은 추가 예산적자를 물려받았다고 강조했다.

공공지출을 삭감하려는 시도는 노동당 자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차질로 인해 재무장관 리브스가 어려운 균형 잡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한다.그녀는 추가 세금 인상을 금지하고 공공서비스에 대한 긴축 정책 복귀를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11월 26일 예산에서 재무장관이 무엇을 하든, 정부는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계속 재정 건전성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 재정 규율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채권시장에 확신시키는 동시에 신중하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예산 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영국 재정 위기의 잠재적 촉발 요인들로 정치인들이 자체 예산 규칙을 위반하거나, 지출 삭감이나 증세에 실패하거나, 글로벌 시장 혼란, 또는 투자자들이 리브스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경우 등을 나열했다.

예산 교착상태

프랑스에서 새로 임명된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는 정국의 안정을 회복하고 예산 교착 상태를 끝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전임자 프랑수아 바이루는 공휴일 2일 축소와 약 200억 달러 증세를 포함한 제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후 퇴진했다.

이러한 계획들은 마린 르펜이 이끄는 우익 국민연합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IPAG 비즈니스 스쿨의 지정학 및 국제관계 교수인 알렉상드르 델 발레는 에포크타임스에 르코르뉘하에서도 동일한 문제들이 재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는 실질적인 공공지출 삭감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은 증세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들은 지쳤다. 프랑스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델 발레는 정부 지출이 낭비적이라고 비판하며, 비용이 많이 드는 지역 프로젝트들과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국제 컨설팅 회사에 외주화하는 것, 정부 관리들의 높은 급여 등을 지적했다.

정치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르코르뉘는 바이루의 공휴일 2일 축소 제안을 철회하고 전직 정부 요인들의 종신 혜택이 2026년 1월 1일부로 종료된다고 발표했다.

전직 총리들의 경우 경찰 보호는 3년으로 제한되며 보안상 이유로만 연장이 가능하고, 국가 지원 차량과 운전기사 이용은 10년으로 제한된다.

이러한 변화로 연간 약 440만 유로(520만 달러)를 절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델 발레는 재정 규율을 강화하기 위한 더 큰 구조적 개혁을 요구했는데, 일상적인 지출이 아닌 장기 투자에만 적자를 허용하는 재정 정책의 소위 ‘황금 규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가 이를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이며, 지도자들이 대중의 시위를 두려워해 결정을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유사점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 전 소장 자그지트 차다를 포함한 영국 경제학자들은 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했던 1970년대를 연상시키는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몰드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영국은 당시 그 대출이 실제로 필요하지도 않았고, 엄청나게 빨리 상환했다. 그러니 우리가 그 문제와 관련해서 하는 말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두 나라 모두 IMF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면서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며 무위험 금리 대비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고 경고했다.

국채 수익률은 정부가 차입할 때 투자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이자를 나타내므로, 그 상승은 차입 비용이 증가하고 재정 정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고조됨을 의미한다.

영국의 30년 국채 수익률은 9월 2일 약 5.7%까지 올라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재정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프랑스의 10년 국채 수익률은 2020년에 거의 0%에 가까웠지만 현재는 3.4% 위에서 맴돌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영국이 부채 발행에 있어 외국 투자자들에게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고 덧붙였으며, 이는 스트레스 기간 동안 급작스러운 철수 위험을 높인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컨설팅 회사는 영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도록 강요받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프랑스에서는 정부 붕괴로 예산 적자가 큰 폭으로 유지되고 부채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으며, 프랑스 국채 스프레드가 더 상승해 잠재적으로 이탈리아를 넘어설 수 있지만 유로존 전체에 걸친 광범위한 전염 위험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몰드는 “채권 자경단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 부채에 대한 추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있다면, 일부 채권 펀드들은 이를 보유할 수 없거나 보유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프랑스에게 불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유로존 밖에 있어 더 많은 유연성을 갖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재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제 영국의 차입 비용은 한때 유럽 부채 위기의 중심에 있었던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같은 국가들보다 더 높아졌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