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둔갑 미국행 우회수출 급증…국제 신뢰도 시험대에

‘택갈이’·허위 증명서 통한 원산지 세탁
“한국산 신뢰도 위기”…정부, AI·국제 공조 활용 대응
한국이 중국·베트남 등에서 들어온 물품의 우회수출 경유지로 지목되면서 국제 무역 신뢰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적발된 우회수출 규모는 35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배 이상 급증했다. 건수 기준으로도 150% 넘게 늘었다. 전체 적발액 중 약 98%가 미국향 수출에서 발생했으며, 주요 품목은 금 가공 제품과 방수포였다.
주요 수법은 단순히 포장만 바꾸는 이른바 ‘택갈이’와 허위 원산지증명서 제출이었다. 한국 세관에는 외국산으로 신고한 뒤, 미국 세관에는 ‘한국산’으로 둔갑시킨 증명서를 내는 방식이다. 일부는 국내 법인을 세운 외국 기업이 수입 물품을 단순 재포장하거나 명의만 바꿔 한국산으로 위장했다.
대표 사례로 베트남산 방수포를 국내 수입업체 4곳 명의로 들여와 한국산으로 속여 미국에 수출하려던 업체가 적발됐다. 또 중국산 금 가공품에 붙는 최대 158%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한국산으로 둔갑시킨 뒤 미국에 수출한 혐의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적발된 물량은 2800억 원대에 달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발효된 행정명령을 통해 우회수출 단속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6개월마다 적발 기업과 국가 명단을 공개하고, 최대 40%의 추가 관세와 조달시장 참여 제한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한국 기업도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청은 ‘무역안보 특별조사단’을 신설하고, AI·빅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수출입 자료를 분석하고 우범 기업을 선별할 방침이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과 공조를 강화하고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관세국경보호청(CBP)과도 협력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원산지 세탁소’로 인식될 경우, 정직한 수출기업까지 연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 무역질서 속에서 한국의 신뢰도가 흔들리면 통상 협력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불법 우회수출은 선량한 수출기업과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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