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젤렌스키·유럽정상들 간 회담의 6가지 핵심 내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지 며칠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유럽 정상들을 백악관에서 만났다.
8월 18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이번 회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한 미국의 최근 외교적 노력이 갖는 중요성을 부각했다. 이번 논의는 트럼프-푸틴-젤렌스키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는 계기가 됐다.
유럽 정상들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낙관적인 분위기를 보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협정 속에서 우크라이나 안보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뒤 긍정적 기류가 형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푸틴 대통령과 통화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양자 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회담이 성사되면 이후 푸틴–젤렌스키–트럼프 3자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수개월 전 체결을 시도했던 휴전 협정이 러시아의 협상 참여를 끌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만 명, 많게는 백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 백악관에서 유럽 정상들과의 회담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8월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열려 푸틴과 젤렌스키가 함께하는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의 다자 회담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처음엔 쉬운 문제일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상 가장 어려운 사안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번 백악관 정상회의의 6가지 핵심 쟁점이다.
- 안보 보장에서의 돌파구 마련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이어진 외교적 대화를 통해 푸틴 대통령과의 교착 상태를 “깨뜨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해 유럽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길 원하고, 그 의지가 매우 강하다.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라며 “이 협정을 성사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게시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은 유럽이 중심이 되고, 미국은 조정 역할을 맡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뤼터 사무총장은 “당신이 ‘안보 보장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사실 자체가 큰 진전”이라며 이를 “돌파구”라고 표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미국의 안보 보장 가능성을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파병을 약속하지는 않았으나 해당 보장이 “나토(NATO)와 유사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보장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일부 단서를 제시했다.
8월 17일 미국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CNN의 제이크 태퍼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안보는 북대서양조약 제5조가 나토 회원국에 제공하는 보장과 유사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회의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역시 “제5조와 유사한 안보 보장에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하며, 그 중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북대서양조약 제5조는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집단방위 조항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5조 유사 보장’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가장 우려했던 사안이 바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7일 늦게 올린 트루스 소셜 게시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양도하고 나토 가입을 포기한다면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및 다른 유럽 지도자들과 회담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나토(NATO) 유사’ 안보 보장을 유럽과 함께 추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 Win McNamee/Getty Images
- 이전 회담보다 우호적인 분위기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만난 이번 회담은 2월의 격렬했던 만남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남겼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과 부통령 JD 밴스가 신경전을 벌이면서 회담은 조기 종료됐고, 미국은 잠시 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현관에서 미소와 악수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이했으며 밴스 부통령은 발언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회담과 달리 검은색 군복 스타일 정장을 착용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칭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가 푸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편지에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고려하고 전쟁을 끝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2월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지금은 카드가 맞지 않다”고 말했으나 8월 18일에는 기자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어느 쪽이 우세한지 밝히지 않았다.
이후 공개된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주요 유럽 지도자 간 상호 존중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알렉산더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지난 2주 동안 우리는 아마 지난 3년 반보다 더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 트럼프 “휴전 없이 평화협정 가능”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5일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휴전 합의를 목표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오늘 성사될지 모르겠다. 오늘이 아니면 기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2025년 8월 1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양국 정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회담을 위해 만난 자리다. ⎟ Andrew Harnik/Getty Images
그러나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기대를 낮췄다.
젤렌스키와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휴전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휴전이란 개념은 인명 살상을 즉시 멈출 수 있다는 한 가지 이유로 좋아한다. 그렇지 않으면 1주일, 2주일, 혹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그때까지 계속 죽음이 이어진다. 하지만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평화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끌 수도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어 그는 젤렌스키 및 다른 유럽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문제를 다시 다뤘다.
“우리 모두는 당연히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마련하면서 즉각적인 휴전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트럼프는 유럽 지도자들에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에게 이 문제를 재차 촉구하며 향후 트럼프·푸틴·젤렌스키 간 회담과 연계될 경우 지속 가능한 평화를 향한 진전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 우리가 진행하는 이러한 노력들의 신뢰성은 적어도 다음 단계의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휴전이 확보되는 것에 달려 있다”라고 메르츠 총리는 말했다.
- 영토 교환 논의 임박
휴전 합의와 함께 평화 협상의 일환으로 예상되는 영토 교환 논의도 8월 18일 회의에서 다뤄졌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를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또한 동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어 사용 인구가 많은 돈바스 지역에서도 일부 영토 손실이 예상된다. 이 지역은 현재 대부분 러시아의 통제 아래 있다.

한 10대 소년이 2025년 3월 22일 우크라이나 크라마토르스크의 민간 주거 지역에서 러시아 폭격으로 파괴된 불타는 주택 옆을 달리고 있다. ⎟ Philippe de Poulpiquet/Hans Lucas/AFP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주요 유럽 지도자들과의 다자 회의에서 이 주제를 꺼냈다.
“우리는 또한 현재 접촉선, 즉 전쟁 지역을 고려한 영토 교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이 주제에 언급하며 영토 경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하는 미래 3자 회담에서 그와 푸틴, 트럼프가 논의할 여러 ‘민감한 사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 3자 회담 추진력 확보
여러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미국 대표 간의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관심을 나타냈다.
“오늘 모든 일이 잘 진행된다면 우리는 3자 회담을 갖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전쟁을 끝낼 합리적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첫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말했다.
그는 8월 18일 늦게 트루스 소셜에서도 이러한 관심을 재차 밝히며 “이 회담은 푸틴-젤렌스키 양자 회담 이후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3자 회담이 다음 합리적인 단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논의를 추진할 의지가 있는 점에 감사를 표했다.
메르츠 총리와 마찬가지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자 회담이 열리기 전에 전투를 일시 중단하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한 3자 회담 이후에도 논의가 계속돼야 하며 궁극적으로 더 많은 유럽 국가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말하는 안보 보장은 유럽 대륙 전체의 안보를 의미한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2025년 8월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유럽 지도자들과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Andrew Caballero-Reynolds/AFP via Getty Images
- 백악관에서 보기 드문 유럽 지도자 집결
이번 백악관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본거지에서 주요 유럽 지도자들이 대규모로 모인 보기 드문 행사였다.
진행 중인 갈등 속에서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조율하려 노력해 왔다. 또한 대륙 전역의 집단 안보 노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스타머, 마크롱, 메르츠, 멜로니, 스투브, 루테, 폰데어라이엔은 젤렌스키, 트럼프와 함께 백악관 회의에 참석하며,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폭넓은 관심을 보여줬다.
트럼프는 8월 18일 월요일 아침 트루스 소셜에 “백악관에서의 큰 날이다. 이렇게 많은 유럽 지도자가 한 번에 모인 적은 없다. 미국에 큰 영광!!!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자??? 대통령 DJT”라고 썼다.
스투브 대통령은 논의의 협력적 분위기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오늘 우리가 이 테이블에 함께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이다. 유럽 팀과 미국 팀이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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