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라트비아 외무장관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은 유럽 위한 충고”

2025년 12월 12일 오전 11:42
2025년 4월 29일 덴마크 발트해 섬 보른홀름의 뢰네에서 노르딕-발트 8개국 외무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 중인 라트비아 외무장관 바이바 브라제. │ Thomas Traasdahl/Ritzau Scanpix/AFP/연합2025년 4월 29일 덴마크 발트해 섬 보른홀름의 뢰네에서 노르딕-발트 8개국 외무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 중인 라트비아 외무장관 바이바 브라제. │ Thomas Traasdahl/Ritzau Scanpix/AFP/연합

라트비아 외무장관 바이바 브라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 국가안보전략 때문에 미국이 유럽을 포기할까 봐 공황에 빠질 것이 아니라 이를 유럽이 자체 방어력과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자극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포크TV ‘미국의 사상 지도자들(American Thought Leaders)’과의 12월 9일(이하 현지시간) 단독 인터뷰에서 브라제는 라트비아 관리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전략을 검토했으며 유럽의 많은 비판자가 제시하는 것보다 더 일관성 있고 건설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히 충실한 문서”라며 소셜미디어에서 떠도는 맥락을 벗어나 각색된 단편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체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문서는 유럽을 대규모 이민과 인구 고령화부터 정치적 양극화, 그리고 근면성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압박에 시달리는 곳으로 묘사하며, 이러한 추세가 반전되지 않으면 유럽 대륙이 “문명의 소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일부 유럽 국가의 “핵심적 자유에 대한 엘리트 주도의 반민주적인 제한”을 비판하면서 “유럽이 문명적 자신감을 되찾고, 자체 방어에 대해 훨씬 더 큰 책임을 지며, 실패로 드러난 규제 위주 정책을 버릴 것”을 촉구한다.

이 전략은 “미국은 유럽의 동맹국들이 이러한 정신의 부활을 촉진하도록 독려한다. 애국적 유럽 정당들의 영향력 증대는 미래를 낙관하는 근거가 된다”며, 미국의 우선순위 중 하나가 “유럽 국가들 내에서 유럽의 현재 궤도에 대한 저항 세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부 유럽 지도자들은 이 전략을 비판했다.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그중 일부는 유럽의 관점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하며 이 전략은 유럽이 안보 정책 측면에서 미국으로부터 훨씬 더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메르츠는 12월 9일 독일 마인츠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인들이 이제 유럽의 민주주의를 구하겠다고 하는데, 나는 그럴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만약 구할 필요가 있다면 우리가 혼자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사회 의장 안토니우 코스타는 유럽을 동맹으로 묘사한 전략의 내용은 칭찬했지만 “동맹국은 다른 동맹국의 국내 정치적 선택에 간섭하겠다고 위협하지 않는다”고 워싱턴에 경고했다.

코스타는 12월 8일 파리의 싱크탱크 자크 들로르 연구소에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유럽 정치에 대한 간섭 위협”이라며 “미국은 어떤 정당이 좋고 나쁜지를 선택하는 데 있어 유럽 시민들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라트비아 외무장관 브라제는 트럼프의 전략이 유럽의 역할과 유럽 동맹국들이 방어 및 경제 회복력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필요성을 “분명히”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중국과 인도∙태평양에 대해서든, 또는 기술에 관한 것이든, 유럽에 관한 것이든, 미국의 우려를 다루는 것과 관련해 유럽의 역할을 분명히 인정하고, 유럽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라면서, “우리가 더 경쟁력 있고, 더 강하며, 우리가 원하는 세계에서 존재하기 위해 취해야 할 일련의 조치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12월 8일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서도 “유럽이 러시아를 포함한 현재의 도전에 대응하려면 문명적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지지했다.

그녀는 “우리는 부유하고, 강하며, 인구도 많다”며, “유럽 각국이 너무 소극적이며, 유럽이 나서서 유럽의 안보 부담을 더 많이 떠맡으려면 이런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는 것과 같은 목표들이 달성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유럽이 미국과의 관계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궁극적으로, 그녀에 따르면, ‘동맹국들에 국방비 지출을 확대하고 집단적 방위를 위해 훨씬 더 많이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트럼프의 국가 안보 전략은 유럽과 관계를 단절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미 진행 중인 추세를 더욱 심화시키자는 것이다.

“우리는 매우 친미적이다”

브라제는 발트 지역의 대답은 워싱턴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우리는 매우 친미적이다. 노르딕-발트 지역은 유럽에서 가장 친미적인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협력하는 국가들의 집단은 이보다 더 큰 게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러한 입장이 라트비아의 역사적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미국이 냉전 기간 동안 발트 국가들에 대한 소련의 점령을 승인하지 않았던 점을 상기시켰다.

그녀는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소련이 차단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밤에 단파로 자유유럽방송(RFE)과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듣곤 했다며 이렇게 회상했다.

“그것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독립을 되찾고 재건하며 다시 성공할 수 있게 해준 자유의 빛나는 등불이었다.”

브라제는 오늘날 라트비아가 미국의 더 깊은 관여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트비아는 이미 캐나다가 주도하는 나토군과 여러 동맹국 부대를 주둔시키고 있지만, 그녀는 이 지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강력한 억지 효과를 발휘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녀는 “우리는 라트비아에 더 많은 미국인, 더 많은 미군, 더 많은 미국 투자, 더 많은 관계를 원한다. 우리는 미국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라트비아가 러시아 제재의 최일선 집행자라고 자임했다. 특히 러시아산 석유를 운반하는 노후 유조선들로 구성된 ‘그림자 선단’을 차단하고 EU 수출통제 체제의 허점을 막는 노력에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녀는 라트비아가 이미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수입을 중단했으며, 현재 에너지 수요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