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소액 관세 면제 ‘틈’ 막는다…중국 테무 등 타격 전망

강우찬
2025년 02월 03일 오후 2:59 업데이트: 2025년 02월 04일 오전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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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로부터 ‘최소 기준 면제’를 적용받아 미국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온 테무에 제동이 걸린다.

2일(현지시각) 백악관이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행정명령 세부 사항에 따르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등 3국에 한 덩어리로 포장된 800달러 이하 수입품 면제 조치가 해제된다.

전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예고한 대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 관세,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6년 관세 면제 한도를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해, 개인이 수입하는 물품은 800달러까지 관세를 면제해 왔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업체 쉬인, 테무는 이러한 제도를 악용해 미국 정부의 세금을 피하면서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거둬왔다.

미국 의회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 때 최소 기준 면제로 미국으로 유입된 제품은 2019 회계연도의 두 배인 10억 개를 넘었으며 이 중 쉬인과 테무가 3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쉬인과 테무는 세금만 피한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 정권의 인권 탄압을 사실상 지지하고, 안전 기준 등을 지키지 않은 제품으로 미국인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미국 의원들과 일부 기업들은 쉬인과 테무 등 중국 기업들이 강제노동으로 생산한 제품, 미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유해 물질을 원료로 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이러한 정치권과 재계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동시에, 펜타닐 혹은 펜타닐 원료를 미국에 반입하고 있는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책임을 묻는 조치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수개월에 걸쳐 펜타닐로 인한 미국인 피해를 공론화하며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조속한 대책 시행을 촉구하면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또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해 미군의 해외 군사작전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뒀다.

신임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미군이 멕시코 카르텔을 겨냥한 특수작전을 수행할 권한이 허용됐다며 강력한 대응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백악관의 중국 제품 10% 관세 부과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펜타닐 문제 해결에도 협력해 왔다며 반발했다.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철저한 마약 통제 정책을 갖춘 국가 중 하나”라며 “펜타닐은 미국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라는 게 에포크타임스 평론가 왕허의 지적이다. 왕허는 “중국 현지에서 펜타닐 판매와 구매가 엄격히 금지된 것은 맞다. 하지만 수출 통제는 느슨하다”며 “이처럼 논점을 벗어난 교묘한 말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공산당의 상투적인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당초 중국 상품에 6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실제로는 10%만 추가 부과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의 관세를 피해, 미국과 무관세 협정을 맺은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에서 거의 완성한 재료를 두 나라로 옮겨 조립만 해 현지 생산처럼 껍데기만 바꾸는 식이다. 일부 멕시코의 공장에는 노동자까지 모두 중국인으로 채워 넣고 있어, 멕시코는 중국의 생산기지로 이용만 당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캐나다·멕시코 25%, 중국 10%를 규정한 트럼프의 관세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중국 기업들에 최소 25% 이상의 관세 효과를 발휘한다. 여기에 중국에서 두 나라로 자재 등을 운송하는 비용을 포함하면, 중국 기업들의 현지 공장은 더 이상 운영할 이유가 없어질 수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10%를 시작으로 중국과 협상하며 향후 20%, 30% 등 예고했던 60%까지 관세 인상 카드를 가지고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려 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 중국 측 전문가들은 중국과 협상하려는 트럼프의 태도가 중국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번 관세율 10%의 의미를 애써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