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협박 받았지만” 타이베이 시의회, ‘중공 장기적출 다큐’ 예정대로 상영

남창희
2024년 11월 30일 오후 12:37 업데이트: 2024년 11월 30일 오후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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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 시의원들이 오늘(30일)로 예정한 다큐멘터리 영화 ‘국유장기(State Organ)’ 상영을 살해 협박에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타이베이 시의회 소속 홍젠이(洪健益), 천션웨이(陳賢蔚), 옌뤄팡(顏若芳) 의원은 29일 대만 입법원(국회 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악한 중국 공산당 세력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반드시 상영회를 잘 치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여당인 민진당 소속인 홍 의원 등 3명은 대만 국가안전국 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달 다큐 영화 ‘국유장기’의 대만 상영이 시작된 이후 이날까지 총통부, 문화부 등 여러 정부기관에 총 28통의 협박 이메일이 날아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30일 시의회 청사 상영회를 앞두고는 “10여 명을 데리고 칼부림 난동을 하겠다”며 ‘리훙싼(李洪山)’이라는 이름이 적힌 온라인 문서가 접수됐다. 해당 이름이 실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26일 국가안전국은 영화 ‘국유장기’ 상영과 관련한 협박 이메일이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투 공작이며, 대만의 주체성을 훼손하기 위한 통일전선 공작의 일환이라는 보고서를 대만 입법원(국회 격)에 제출했다.

국가안전국에 따르면 수사당국이 협박 이메일의 발송처 IP주소를 추적한 결과 프랑스, 독일, 일본, 베트남, 스페인, 미국 등 세계 10여 개국으로 분산돼 있었다.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한 공격 행위로 평가됐다.

의원들은 사법당국에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경찰에 시의회 청사 경비와 관람객에 대한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며 “사악한 중국 공산당 세력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안전하고 무사히 상영회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대만 전국서 ‘국유장기’ 상영회…중국 공산당 악랄함 폭로

영화 ‘국유장기’는 중국의 어두운 장기(臟器) 밀매 산업의 이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중국계 캐나다 감독 레이먼드 장이 연출했다.

이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증발해 버린 두 젊은이를 찾으려는 가족들의 행적을 무려 20년에 걸쳐 추적한다. 75분 러닝타임은 새로 찍은 영상과 재현 화면뿐만 아니라 실제 뉴스와 실존 인물들의 사진으로 촘촘히 채워졌다.

영화 제목인 ‘국유장기’는 중국의 국가 소유 기업인 ‘국유기업’에 빗댄 표현이다. 사람의 가장 개인적인 자산인 장기, 즉 신체기관마저 국가 정권에 언제든 약탈당할 처지에 놓인 중국의 참혹한 현실을 암시하고 있다.

가족들은 사라진 아들, 딸을 찾는 과정에서 중국의 청년들이 납치돼 장기를 적출당해 살해되는 끔찍한 실상을 마주한다. 이렇게 적출된 장기는 중국 공산당 고위 관리들의 생명 연장을 위한, 주기적인 장기 교체에 쓰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주된 희생자들이 1990년대 말부터 탄압받기 시작한 파룬궁 수련자들이었으며 이들 상당수가 교도소나 강제노역소, 심지어 군 병원 지하 수감시설에 갇혀 있었음이 드러난다.

영화는 대만에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대만에서는 수년 전부터 중국 원정장기이식 문제가 불거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만의 유명 이식 전문의가 포함된 일당 6명이 중국 원정장기이식을 알선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충격을 안겼다.

이들은 제공받은 장기가 사형수 혹은 자발적 기증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 파룬궁 수련자에게서 적출한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법 원정장기이식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입법부는 지난 2015년 관련법을 제정해 자국민의 해외 원정장기이식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 ‘국유장기’의 대만 배급사 대표인 관젠중은 “이 영화는 중국 공산당이 흡사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비밀공작으로 (기독교) 신자들과 파룬궁 수련자를 학살하는 장면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관젠중은 “그러한 이유로 대만 첫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2일 첫 번째 협박 편지를 받았는데 총기와 총알 사진이 들어 있었다. 이후로도 회사와 극장에만 40~50통 비슷한 협박 편지가 와서 많은 극장주가 상영을 망설였다”고 밝혔다.

영화 ‘국유장기’ 대만 배급사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 상영을 포기하라며 회사와 극장에 날아든 협박 편지 사본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숭삐룽/에포크타임스

이어 “대만은 언론의 자유, 영화 상영의 자유가 있다. 이런 협박에 굴복해 자유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이베이 시장 장완안(蔣萬安)은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타이베이시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며, 폭력적인 협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상영회를 위해 공공의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관할 경찰서는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이며 경찰 병력 수십 명을 파견해 타이베이 시의회 청사와 주변에서 경계를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