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의 저주? 시진핑과 밀착했던 정상들의 공교로운 연쇄 몰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국외 이송 모습. 그는 안전가옥 침실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적대해 온 독재자가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미국 기업 상품을 착용하고 있었던 점은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로 살펴본 시진핑 ‘좋은 친구들’의 현주소
네팔 올리 총리 하야, 방글라 하시나 총리 망명,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
中과의 전략적 밀착 이후 국내 정치 균열…‘공정함’ 중시하는 청년의 분출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전격 체포하면서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공산당(중공)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손을 잡았던 정상들이 잇따라 실각하는 잔혹사가 화제가 됐다.
시 주석이 공개 석상에서 ‘좋은 친구’라 칭하며 밀착을 과시했던 정상들이 연이어 권좌에서 물러나자,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시진핑과 악수하면 오래 못 간다”는 냉소 섞인 말까지 입에 오르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 “셰셰”…시진핑은 “좋은 파트너” 화답
2026년 병오년 새해 벽두였던 지난 3일, 미군은 베네수엘라를 기습 공격해 안전가옥에 머물고 있던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하고 재판을 위해 뉴욕으로 압송했다. 미군에 따르면, 마두로는 델타포스 대원들이 거처에 진입하고 약 5분 만에 체포됐다.
이로써 버스기사 출신 대통령 마두로의 13년 독재도 종지부를 맺게 됐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 6만5천 명이 거리에 모여 국기를 흔들고 마두로 체포를 축하했다. 이들에게 마두로는 복지 확대를 약속했지만 오히려 생활고로 고국을 떠나게 만든, 가혹한 통치자였기 때문이다.
마두로는 시 주석에게만은 좋은 파트너이기도 했다. 그는 집권 이듬해였던 2014년 중국을 국빈 방문, 마침 국가주석 취임 2년째였던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임 차베스 정권 시절 맺었던 중공-베네수엘라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연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2023년에는 중국을 또 한 번 방문해 양측 관계를 ‘전천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중공과 이런 관계를 맺은 국가는 베네수엘라를 포함해 파키스탄, 벨라루스, 에티오피아, 우즈베키스탄, 헝가리 등 6개국뿐이다.
시 주석은 이러한 마두로 정권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해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전승전 열병식’에서 마두로와 악수하며 “서로 신뢰하고 공동 발전하는 좋은 파트너”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 역시 중공과의 ‘전천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자고 화답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화웨이의 특급 홍보대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사회주의 혁명에 관한 연설을 하던 중 최신 화웨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시진핑 주석이 선물했다”며 “미국 스파이도 도청할 수 없는 안전한 전화기”라고 극찬했다.
이 자리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니하오(안녕하세요)”, “셰셰(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중공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를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약 6개월 후 미군에 붙잡혀 뉴욕 법정에 설 처지에 놓였다.
미군은 체포 작전 후 기자회견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의 동선을 포함 일거수일투족을 완전히 파악하고 이번 작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마두로의 체포가 그가 신뢰했던 화웨이폰의 위치 추적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그가 중국 대표단을 접견한 당일 밤 대통령궁에서 붙잡혔다는 점을 들어 미군이 시진핑의 ‘도움’을 받은 셈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네팔 올리 총리, 방중 일주일 만에 대규모 시위로 퇴진
지난 2025년 8월 말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난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 역시 ‘악수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당시 시 주석은 양측 관계를 “대대로 우호적이며 서로를 잘 아는 친밀한 관계”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올리 총리는 귀국 후 일주일 만에 거세게 몰아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직면해 결국 불명예 하야를 했다. 이 사태는 정부의 소셜미디어 규제 조치 추진이 불씨가 됐으나 본질은 부패와 불공정, 기회 부족에 대한 MZ 세대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결과였다.
여기에는 중공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도 기저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대일로 주요 파트너국 중 하나인 네팔은 지난 2017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철도 및 전력 연계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으나 이후 몇 년간 실질적 진전은 미미했다.
그사이 네팔은 일대일로 대출금으로 인한 나라빚이 급속히 불어나고 사업 이권을 둘러싼 부패가 심각해졌지만, 친중공 성향의 올리 총리는 2024년 일대일로 강화를 위한 포괄적 협정에 서명하며 정부에 대한 여론의 불신을 악화시켰다.
방글라데시 하시나 총리, 방중 직후 유혈 사태 속 망명
또 다른 일대일로 협력국인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도 비슷한 궤적을 걸었다. 장기 집권 체제 아래에서 중공과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해 온 하시나 전 총리는 2024년 7월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인프라-에너지 협력을 재확인하며 ‘전통적 우의’를 다졌다.
그러나 귀국 직후 방글라데시 정국은 급격히 흔들렸다. 이번에도 네팔과 유사하게 ‘공정함’을 중요시하는 청년 세대가 촉발점이 됐다. 공공부문 채용 제도와 정치적 특혜 논란을 계기로 촉발된 대학생·청년층 시위는 단기간에 반정부 항쟁으로 확산됐고, 당국이 경찰과 준군사 조직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사태는 유혈 국면으로 치달았다.
사망자가 1000명 이상으로 추산되면서 전국이 분노 여론으로 들끓자 15년 가까이 권력을 유지해 온 하시나 총리는 2024년 8월 사임을 발표한 뒤 인도로 출국했다. 이후 방글라데시 국제범죄재판소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하시나 전 총리에 대해서도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 ‘환난지교’ 선언 후 50년 통치 종말
2023년 9월 가족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전 대통령의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재임 중이던 그는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중공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과 아사드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환난을 함께하는 사이(환난지교)’로 규정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는 외부 압력 속에서도 양측이 신의를 지켰다는 의미다. 아사드 정권은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됐으나 중공은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며 외교 관계를 강화했다. 이런 상태에서 이뤄진 아사드의 방중은 외교적 성과로 선전됐다. 그러나 이듬해 12월 수도 다마스쿠스가 반군에 함락되면서 50년 철권통치의 아사드 정권도 무너졌다.
중공 관영 매체들이 공식 논평을 자제하는 가운데,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시리아와의 협력 구상이 실익 없이 끝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는 이를 두고 “또 하나의 투자 실패 사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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