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은 최근 몇 년 동안 상승세를 보이며 5년 만에 세 배로 증가했다.
베이징 중심 업무지구에 개업한 후 오피스 시장의 흥망성쇠를 목격해왔다는 한 세무법인 대표는 “오피스 시장은 붕괴했다”고 직설했다.
중국의 부동산 전문 블로거 이디찬(壹地產)은 27일 베이징에서 잘나가던 세무법인 대표 리야오(李堯)의 시선에서 지난 5년간 베이징 중심업무지구의 번영과 쇠퇴 과정을 묘사했다.
이에 따르면, 리 대표는 “2018년 베이징 중심업무지구의 중국세계무역센터 사무실은 한밤중에도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며 사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을 떠올렸다.
리 대표는 “주요 고객들이 모두 중국국제무역센터에 회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회사를 그 건물로 이전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하지만 이후 베이징 오피스 시장이 내리막을 걸을 줄은 그때는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 베이징 중심업무지구에는 전국의 내노라하는 기업들이 앞다퉈 모여들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그해 베이징 전체 오피스 시장에서 A급 사무실 공실률은 7.6%에 그쳤고, 평균 임대료는 1㎡당 월 427.5위안(약 8만원)으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베이징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당시 중국국제무역센터를 비롯해 금융지구와 첨단 산업단지인 중관춘 등 핵심 지역에는 거의 공실을 찾기 어려웠다. 로열층은 입찰 경쟁이 치열했다.
블로거 이디찬은 “베이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중국국제무역센터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인 3등급 사무실은 1㎡당 월 임대료가 1500위안(28만원)으로 일반 A급보다 3배 이상 비쌌다”고 전했다.
베이징 오피스 시장은 2019년 공급 물량이 포화상태에 달하면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탄탄한 수익모델보다는 투자 유치로 명맥을 이어가던 스타트업 기업들이 잇따라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철수 썰물’이 발생했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19(중국공산당 바이러스 감염병) 확산이 덮쳤다.
텐센트, 바이트댄스(틱톡), 화웨이, 메이퇀, 알리바바 등 TMT(테크/미디어/통신) 기업들이 선전하면서 오피스 시장을 지탱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다.
2022년, 한때 혁신의 산실이었던 중관춘과 화려한 번화가였던 왕징 모두 공실률이 급상승했다.
바이트댄스가 중관춘에서 대거 빠져나가며 10만㎡의 사무실을 반납했고,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iQIYI)가 훙청(鴻城)의 빌딩에서 떠났다. 메이퇀은 왕징의 빌딩 임대계약을 예정보다 앞당겨 종료하는 등 기업들의 철수가 잇따랐다.
2023년에는 베이징의 많은 기업들이 임대계약을 중도 해지하기에 이르렀다. 보증금을 잃더라도 빠져나가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베이징의 최고급 오피스 빌딩인 잉란궈지(英藍國際)의 임대료는 1㎡당 월 28위안에서 19위안으로 떨어졌다. 왕징 소호의 공실률은 50%에 육박하면서 임대료가 1㎡당 월 7위안에서 3.5위안으로 반토막 났다.
중국 부동산 컨설팅 기업 CBR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베이징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은 22%로 2018년 공실률의 3배, 평균 임대료는 1㎡당 월 283.3위안으로 2018년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피라미드의 정점’으로 불리던 중국국제무역센터 3등급 오피스의 최고 임대료는 현재 1㎡당 월 780위안으로 2018년에 비해 반값이다.
리 대표는 아직 중국국제무역센터에 입주해 있지만, 달라진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고객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고 저녁 9시쯤에 사무실(중국국제무역센터)에 돌아왔다. 대부분 사무실에 불이 꺼져 있어 건물 전체가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