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 중국 쇼핑몰 겨냥 ‘패스트패션 규제 법안’ 가결

한동훈
2024년 03월 20일 오후 2:42 업데이트: 2024년 03월 20일 오후 2:42
P

충동구매 유도·인플루언서 소셜 마케팅도 금지
佛 환경부 장관 “조악한 옷…금방 버려져 생태계 파괴”

프랑스 하원은 14일(현지 시각) 패스트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과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패스트패션 규제 법안은 환경 보호를 내세웠지만, 중국의 저가 온라인 쇼핑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환경부 장관 크리스토프 베슈는 지난 6일 의류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패스트패션은 생태계를 파괴한다. 옷은 조악하게 만들어지고, 대량으로 구매돼 거의 입지도 못하고 금방 버려진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광고를 금지하고 규제를 따르지 않는 브랜드에는 의류 한 벌당 5유로(약 7200원)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했는데, 5년 내에 이 금액을 10유로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소셜미디어에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패스트패션 제품 광고를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법안에 따르면, 규제 대상이 되는 패스트패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의류 생산량과 신규 제품의 회전 속도 등이 기준이 된다.

이러한 규제는 중국 저가 의류 쇼핑몰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퍼진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쉬인, 테무 등 중국 업체들은 세계 각국에 진출해 구매욕을 자극하는 광고와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으로 청년층 중심의 고객을 대량 확보했다.

저가 의류 상품은 당장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 같지만, 중장기적으로 자국 산업에 악영향을 미쳐 결국 일자리 감소, 경제 침체 등으로 소비자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현지 매체 프랑스24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 의류 시장에는 값싼 수입 의류가 넘쳐나면서 여러 자국 브랜드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

중국 저가 패션 쇼핑몰 쉬인이 도쿄에서 상설 매장을 개설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2022.11.10 | RICHARD A. BROOKS/AFP via Getty Images/ 연합뉴스

법안 작성을 주도한 안느-세실 비올랑 의원은 “쉬인의 경우 매일 7200건의 신규 의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 이는 전통적 의류 산업의 수백 배에 달하는 수치”라며 중국 업체들이 과도하게 빠른 제품 회전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부추기고 환경 오염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료 의원들도 “프랑스 제품의 적은 패스트패션”이라며 “방치하면 고용과 산업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법안을 주도한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 소속 의원들은 환경 문제에만 집중하고 국내 산업에 대한 타격은 언급하지 않았다.

베슈 환경부 장관 역시 엑스( X·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 법안은 큰 진전”이라며 “섬유 부문의 환경 부하를 줄이기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저가 중국산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대책은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지난 7일 중국계 온라인 쇼핑 사이트가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범부처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미국에서는 6개 주의 주법무장관들이 지난 9일 열린 슈퍼볼 경기를 앞두고 “중국계 쇼핑몰의 광고를 허용하지 말라”고 주관 방송사인 CBS와 모기업 파라마운트사에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 쇼핑앱 테무는 이번 슈퍼볼 광고에 수백억을 쏟아부어 총 5건의 광고를 내보내며 엄청난 공세를 퍼부었다. 다만, 중국 쇼핑 앱에서 저가 상품을 구매해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애니메이션 광고는 CBS 자체 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았고 일부 시청자들도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