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회사 8개월간 3470곳 폐업…“기업가 정신 사라져”

정향매
2022년 09월 20일 오전 10:26 업데이트: 2022년 09월 20일 오전 10:26
P

1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에서 8개월 사이 반도체 회사 3470곳이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SCMP “中 반도체 회사 무더기 창업·폐업…반도체 자립 드라이브 ‘덜컹'”

SCMP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반도체 자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2년간 반도체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그 결과 2020년, 2021년에 새롭게 등록한 반도체 관련 회사는 각 2만 3100곳, 4만 7400곳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치차차(企查查)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에서 ‘반도체’라는 단어를 회사명이나 브랜드에 사용한 회사 3470곳이 사업 등록을 취소했다. 벌써 지난해에 폐업한 반도체 회사 수(3420곳)를 넘어선 것이다. 2020년(1397곳)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SCMP는 중국 당국이 계속해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국내 경제, ‘제로 코로나’를 비롯한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미·중 관계 악화 등은 모두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무더기 폐업은 중국 당국의 반도체 자립 드라이브가 덜컹거리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 “中 반도체 산업 기업가정신 사라져” 

홍콩중문대 선전금융학원 정레이(Zheng Lei) 객원교수는 SCMP에 “반도체 산업은 자본 집약형 산업이다”라며 일부 새로 등록한 반도체 회사들은 치열한 경쟁과 가혹한 시장 환경 속에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 집약형 산업은 노동력 또는 생산량에 비해서 자본의 투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이다. 

일례로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누링크(Nurlink)는 2억 위안(약 398억원)의 ‘자금 조달 라운드(Financing round·주식 또는 유가 증권을 사용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이벤트)’를 완료한 지 1년도 안 돼 지난 5월과 6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했다. 

중국 푸젠성의 반도체 설계회사 GSR전자의 창업자 중린(Zhong Lin)은 지난 6일 ‘반도체 산업 관찰’이라는 위챗(중국의 카카오톡) 공식 계정에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기업가정신이 사라졌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기업가가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도모하여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의식이다. 

중린은 “낮은 수익 전망 때문에 투자자금이 고갈되면 많은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도산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中 8월 반도체 생산량 24.7% 감소…1997년 이후 월간 최대 낙폭 

한편 지난달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한 7월(272억 개)에 이어 연속 2개월째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중국 국가통계청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집적회로(IC·반도체 칩)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7% 감소한 247억 개에 그쳤다. 24.7%는 1997년 이후 사상 최대의 월간 감소 폭이다. 또한 지난 8월의 집적회로 생산량은 월간 기준으로 2020년 10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아울러 1~8월 사이 중국의 집적회로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2181억 개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