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가 걱정되는 까닭

허영섭/ 언론인
2022년 01월 10일 오후 5:15 업데이트: 2022년 01월 10일 오후 5:15
P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일이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벌써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서방 주요국들이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 대열에 합류하면서 이번 행사가 과연 지구촌 축제로 끝날지, 아니면 중국과의 갈등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지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잠시 주춤하던 코로나 확산세가 다시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중국에서도 베이징(北京)의 관문인 톈진(天津)까지 오미크론 변종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이다. 중국이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장애물에 부딪힌 셈이다.

물론 중국으로서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장담한다. 특히 베이징이 2008년 하계올림픽에 이어 세계 처음으로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치르는 도시가 됐다는 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대회를 앞두고 경기장 시설과 경기진행 계획의 마무리 점검에 더욱 철저를 기하는 이유다. 겨울철이면 온통 매연과 미세먼지로 뒤덮였던 대기도 상당히 깨끗해졌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코로나 문제에 있어서도 참가 선수단이나 보도진이 이른바 ‘폐쇄 루프’ 시스템에서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채 지내게 되므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위상이 14년 전 베이징 올림픽 때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대회가 그동안 이뤄진 개혁·개방 정책의 결실을 내세우면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으려는 행사였다면 이번에는 훨씬 더 높아진 경제·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호령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008년 4조 6000억 달러에서 올해는 17조 7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 하나만으로도 최강대국 대열에 올라선 ‘차이나 파워(China Power)’를 실감하게 된다. 때마침 새해 들면서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출범한 마당이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이런 상황을 두루 감안해 볼 때 이번 대회는 중국식 질서와 가치를 세계에 강요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금껏 세계 곳곳에서 논란을 야기한 중국의 일방주의가 한층 강화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대회가 어떤 식으로 끝나든지 마찬가지일 것이다.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이미 장기집권 체제에 들어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악력을 기반으로 배타적인 ‘차이나 퍼스트(China First)’ 노선이 적극 펼쳐지게 될 것이고, 대회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경우에도 미국을 포함한 보이콧 국가들에 책임이 돌려질 소지는 충분하다.

그렇지 않아도 외교적 보이콧의 단서가 된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문제로 인해 이미 양측의 갈등이 심화된 상태다. 중국이 이 일대에 거주하는 이슬람 소수민족 주민들을 수용소에 감금하고 노역을 시킨다는 증언이 제기된다. 심지어 강제로 낙태 및 불임시술을 시킨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인권 단체들까지 나서서 이러한 현실에 침묵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성토하면서 토마스 바흐(Thomas Bach) 위원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사퇴를 촉구하는 까닭이다. 중국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며 미국에서 벌어지는 유색인종 차별대우 등을 들어 역공을 시도하고 있지만 위구르 인권문제가 부각됐다는 자체로 뼈아픈 일일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홍콩의 민주화 탄압 문제도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쟁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대만 문제다. 중국이 대만의 독립을 추구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민진당 정부에 위협적인 경고를 보내는 가운데 대만이 올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RIMPAC·림팩)에 초청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미국으로서는 대만을 정식 독립국으로 인정한다는 뜻을 표시한 것이지만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는 중국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견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 대규모 군사적 충돌까지 야기될 소지가 적지 않다.

결국 이번 동계올림픽이 주최국인 중국과 관련된 논란들조차 그대로 놓아둔 채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부터가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갈등이 대회가 끝나기를 기다려 더욱 확대될 조짐이 다분하다. 스포츠 교류를 통해 세계 평화를 모색하자는 올림픽의 취지가 퇴색해 버린 현실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패권주의 행보가 더욱 걱정스러워지는 이유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