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공급 지연과 북한의 ‘무확진자’ 주장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94개 회원국 가운데 올 7월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나라는 북한을 포함해 탄자니아, 아이티, 에리트레아, 부룬디 등 5개국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원래 5월까지 코로나19 백신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99만여 회 분 가운데 170만여 회 분을 제공받을 예정이었다. 이는 대략 100만 명이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백신 수급난과 북한의 수급 준비 부족으로 인해 백신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계획은 없지만, 화이자, 모더나 백신의 경우 각각 영하 70도와 영하 20도 보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설사 북한에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평양을 제외한 북한 내 다른 지역은 냉동시설 부족 등 인프라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을 포함한 저개발국가에 대한 대규모 백신 지원은 당사국이 백신 공급을 원하더라도 내년 상반기 이후나 가능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높다.
WHO 남·동아시아 사무소의 7월 16일자 27주차 ‘코로나19 주간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보건성’은 7월 8일까지 총 33,208명의 주민을 상대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격리자는 있다면서도 북한은 2020년 2월 2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코로나19가 내부에서 발병하지 않았다고 처음 공개적으로 밝힌 뒤 지금까지 확진자는 한 명도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작년 2월 평양에 주재하던 각국 외교관과 WHO 등 국제기구와 국제구호단체 직원들도 대부분 북한을 떠나는 바람에 북한의 코로나19 현황보고 내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북한에 대해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지만 ‘코백스(COVAX) 퍼실리티’ 외에도 코로나19 백신 지원은 북한이 원할 경우 가능하다. 미국 정부도 북한에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인도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지원의 전제 조건인 효과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면 코로나19 백신의 대북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북한은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북한 외부의 물자 반입을 코로나19 위험에 대한 우려로 거부하고 있다. 작년 가을 대규모 홍수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도 코로나19를 이유로 거부하고 국경 폐쇄를 더욱 강화했다. 여기에다 자력갱생을 내세우면서 외부의 인도적 지원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인다. 4월 6일 ‘조선중앙통신’이 게재한 ‘보건성’ 소장의 담화에는 코로나19 비상방역조치로 수많은 영양실조 어린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유엔보고서의 내용이 황당한 날조라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유엔과 비정부단체의 간판을 가지고 진행되는 대북인도주의협조사업이 북한에 과연 도움이 되는가를 엄정히 검토하며 적대 세력들과 한편인 기구와 단체들에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비상방역전은 국내의 원료와 자재, 자원으로 경제건설과 인민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체로 생산 보장할 것을 더욱 절실하게 요구한다”고 함으로써 코로나19로 인해 자력갱생의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는 북한의 주장은 북한이 코로나19가 만연하는 상황을 매우 두려워한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관측에 따르면 남북접경지역에서 북한 측 직원들은 건물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오렌지색 화학방호복을 상시 착용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 북한은 현재 코로나19 사태, 경제제재, 태풍피해의 삼중고를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정책은 없다. 2017년 이후 강화된 대북제재 이후 작년의 경우, 북한의 수출은 90%가량 감소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북중무역도 2020년 9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72.8%나 감소했다. 북한은 장기간의 경제제재에 이어 코로나19, 수해와 같은 예기치 않은 도전들이 겹치면서 정면돌파전 수행이 어려워지자 올 1월 8차 당대회에서 기존의 경제건설 목표들을 축소하는 등 정책을 조정했다.
코로나19 초기 북한의 강력 대응
북한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초기에 위생방역시스템을 국가비상방역시스템으로 전환해 중앙 및 각 지방 단위에 비상방역지휘부를 긴급 설치했다. 중앙비상방역지휘부에는 각 단위의 사업 정황을 매일 파악하고 엄격히 총괄해 문제에 빠르게 대응했다. 이와 같은 코로나19 관련 북한의 초기 대응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던 2020년 1월 말 북중 접경지를 통한 주민 왕래와 외국인 입국을 완전 차단했다. 이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 및 국제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인적 이동은 물론 상품과 물자 반입도 철저히 통제됐다. 북한은 1월 30일에는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마스크 생산도 독려하고 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평양피복공장, 만경대피복공장, 형제산피복공장에서 마스크 생산을 위한 긴급 대책을 세우고 내부 예비를 총동원했으며, 강동피복공장과 사동옷공장 등에서도 매일 수만 개의 마스크를 생산한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초기에 강력한 국가비상방역체계를 발동한 이래 북한의 ‘로동신문’은 대륙별, 전 세계 코로나19 관련 현황을 매일 같이 게재해왔다.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한 강력한 격리도 실행했음을 알 수 있는 보도도 있다. 2020년 3월 20일 북한의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밝힌 북한 내 도별 누적 격리 해제자 수는 평안남북도 4,300여명, 강원도 1,430여명, 자강도 2,630여명 등 최소 8,360여명이라고 보도했다. 5월 11일 WHO가 공개한 ‘코로나19 주간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코로나19 누적 검사자 수는 25,986명이었으나 보고된 확진자는 한 명도 없었다. 2020년 8월에는 코로나19 감염자로 의심되는 개성을 3주간 폐쇄했는데 집단 발병도 아닌 의심만으로 개성 전체를 봉쇄할 정도로 북한은 코로나19에 강력하게 대처했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개성에 대한 완전 봉쇄령을 내렸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도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이행하라는 특급경보를 발령했다.
이후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북한은 2020년 국정과제를 기존의 경제건설에서 위생방역사업 및 보건의료사업으로 우선순위를 조정했다. 계획된 위생방역 및 예방사업에 자원을 우선 투입하는 등 코로나19 유입 방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다. 김정은은 코로나19 사태를 단순한 전염병 관리 차원이 아닌 국가안보차원의 엄중한 문제로 인식하고 이례적으로 당 주요 정책결정기구를 빈번히 소집해 대책을 지시하는 등 직접 지시해 왔다. 2020년 2월과 4월에 개최된 정치국확대회의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국가적 대책에 대해 철저히 논의하고 법을 수정, 보완해 법적 감시를 강화하고, 교육사업을 강도 높게 진행했다. 2020년 4월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북한의 코로나19 대응:특징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에볼라 사태 때 북한 당국이 국가비상방역체계 전환 이후 1개월간 보도 건수는 총 20건, 메르스 사태 때에는 7건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보도는 76건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언론 매체를 통해 과거 개인위생 방법과 관련한 보도의 내용에서 벗어나 국가방역 활동 동참 촉구와 경각심 유지 필요성 강조 등 다양한 내용을 보도했다. 2020년 8월 2일 북한 ‘중앙방송’이 보도한 코로나19 유입과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비상방역사업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평양시와 지방의 모든 노선버스, 개인보호기재를 착용하고 위생방역절차를 준수하도록 요구, 평양 먼 거리 여객차 사업소・평양 먼 거리 자동차 수송대회, 교통망과 운전 기재를 통한 유입 및 전파 차단, 청진・흥남・남포항 화물들에 대한 소독처리와 자연방치규정 준수 및 납입물자를 취급하는 주요 항구의 철저 봉쇄 등이다.
코로나19 백신 대북지원 가능성과 대북의료지원 사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코로나19백신 국제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백신 199만 2천 회분을 받기로 했으나,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해외에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올 5월 초부터 거론했다. ‘로동신문’ 기사를 통해 2020년 말부터 유럽 등지에서 왁찐(백신)접종이 개시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은 백신이 도입돼도 방역조치가 약화될 수는 없다며 백신이 “만능의 해법”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북한이 제한적으로나마 국제사회로부터 방역물자들을 받아들이는 점에서 북한도 보건의료부문에서의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도 북한은 올 연초부터 공개적으로 백신 확보와 관련해 논의 중인데 문제는 백신 공급에 대한 모니터링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초에도 북한은 미국의 인도적 지원 조건을 문제시하면서 국제사회와의 협의를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CNN’에 따르면 북한은 쿠팩스 측에 전국적인 백신 접종 계획과 접종 완료 인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북제재 하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된 인도적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물품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승인을 받는 한편 모니터링 문제가 해결된다면 승인받은 물품들을 해상을 통해 전달하는 것과 같은 비대면 전달방식 등은 모색할 수 있다. 7월 27일 남북 통신선이 복구됨으로써 남북관계개선 의지를 담은 협의들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는데 그럴 경우, 일단 대북제재 영향을 덜 받는 의료분야의 남북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현재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진행 중이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담요와 신발, 난방용 연료 등 인도주의 물품과 유엔의 인도주의 구호 노력을 지원하는 물품, 의약품 등은 제재대상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가능하다. 한국과 미국도 수차 북한에 대한 백신 공급 의사를 밝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4일 대북 백신 공급에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했으며 미국도 이에 대한 인도적 지지를 밝혔다. 2018년 9월에 있었던 평양 남북정상회의 공동선언 내용 중에도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분야의 협력을 강화한다고 했다. ‘통일부’는 2021년도 예산편성에서 보건의료부문과 가축방역부문, 공유하천 홍수 예방사업 등등 감염병,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공동대응이 필요한 분야의 예산을 증액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코로나19 치료와 백신과 같은 의약품의 인도적 지원을 북한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모니터링과 함께 북한이 도발을 재개할 경우 인도적 지원은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의료지원은 남북관계가 악화됐을 때도 북한이 거부하지 않으면 간헐적으로 진행된 사례들이 많다. 예로 2009년 12월 18일 신종플루 치료제 50만명분이 육로를 통해 개성에서 북측에 전달됐다. 당시 대북의료지원이 이루어진 계기는 북한 내 신종플루 발병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의사를 밝히고 북측도 이에 즉각 호응함에 따라 당국 차원의 첫 번째 인도적 지원이 성사됐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중단됐던 민간의 대북 인도적지원이 재개된 것도 의약품지원에서부터 시작됐다. 2011년 3월에는 북한 취약계층을 상대로 하는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면서 민간의 ‘유진벨재단’의 대북 물품 지원 반출을 승인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인도적 대북지원으로 북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B형 간염백신도 전달했다. 당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좋지 않았던 상황이었지만 북측도 의약품 지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 제기나 반대를 하지 않고 수용했다.
북한에 대한 의료지원은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실행한 적이 있는데 2011년 경기도와 인천시는 남북 접경 지역의 말라리아 확산 방지를 위한 대북 방역물자지원에 나섰다. 당시 지원됐던 방역 물품은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본격적 출현 이전에 유충을 퇴치하기 위한 유충구제약품과 개인 방역물품인 모기향이었다. 5월 23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말라리아 방역 물품 25t이 트럭 3대에 나눠서 북한으로 들어갔다. 당시 대북지원은 2010년 11월에 있었던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이루어진 대북지원이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물자 수령을 거부하면서 방역물자의 대북지원도 끊어졌다.
그러나 ‘유진벨재단’의 대북 의료지원은 이후에도 유지됐다. 2017년 7월 한국 정부는 북한에서 결핵치료사업을 진행하는 ‘유진벨재단’의 대북지원물자 반출을 승인했는데 대북물자 반출이 승인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통일부’가 승인한 ‘유진벨재단’의 대북 물자지원은 의약품과 병동 건축자재 등 19억 원어치 규모로 세부적으로 의약품 15억 원, 병동 건축자재 3억 5,000만원, 대표단 방북 시 필요 물자 5,000만원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남광규·매봉통일연구소 소장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