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FDA 국장 “화이자 mRNA 독감 백신, 고령층 임상시험서 실패”

2025년 12월 03일 오전 6:23
2020년 11월 9일, 한 여성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뉴욕의 화이자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 Kena Betancur/AFP via Getty Images/연합2020년 11월 9일, 한 여성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뉴욕의 화이자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 Kena Betancur/AFP via Getty Images/연합

화이자의 실험용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은 고령층에 대한 보호 효과를 입증하는 추가 데이터가 제출되지 않는 한 승인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밝혔다.

FDA 국장인 마티 마카리 박사는 지난 11월 2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백신은 고령층 대상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며 “시험 결과 효능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효과가 없고 임상시험에서 실패한 신제품을 무조건 승인해 줄 수는 없다. 아무런 데이터도 없이 형식적으로 승인만 한다면 이는 과학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화이자 측 홍보팀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해당 실험용 mRNA 백신은 18~64세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다른 회사의 기존 승인 백신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임상시험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세부 결과가 연구 논문에서 누락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연구진은 백신을 접종한 고령층 가운데 0.5%가 독감 유사 증상을 보였고, 이 중 실험실 검사로 실제 인플루엔자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는 점을 논문에 명시하지 않았다. 해당 수치는 기존에 승인된 백신 접종군과 동일한 비율이었다.

또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고령층의 68.7%가 접종 후 7일 이내 이상 반응을 보고한 반면, 기존 백신 접종자 가운데 이상 반응을 보고한 비율은 25.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안전성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됐다.

이 같은 고령층 대상 임상 결과는 올해 초 미국 임상시험 등록 사이트인 ClinicalTrials.gov에 공개됐으며, 이후 논문 발표 뒤 백신 정책을 자문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단 소속 인사들과 독립 언론인들에 의해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레체프 레비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는 전문가 심사 과정에서의 중대한 윤리적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어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편집위원회는 이러한 문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명확히 해명해야 하며, 저자들에게 논문 수정을 통해 임상시험 전체 결과를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NEJM 측은 고령층 대상 결과가 논문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에포크타임스의 질의에 “해당 질문에 가장 잘 답할 수 있는 것은 연구 저자들”이라는 입장을 이메일로 전했다.

한편 해당 연구의 교신저자인 화이자 소속 연구원은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마카리 국장의 발언은 FDA 산하 생물의약품 평가·연구센터(CBER) 수장인 비네이 프라사드 박사가 최근 내부 메모를 통해 현행 인플루엔자 백신 승인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나왔다. 프라사드 박사는 현 제도를 두고 “저품질 근거, 부실한 대리 지표 검사, 부적절한 환자-대조군 연구에 기반한 불확실한 백신 효능이 만들어낸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내부 논의를 거쳐 추가 세부 방침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승인 체계는 매년 유행이 예상되는 바이러스 균주를 겨냥한 개량 독감 백신을 해마다 승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식품의약국는 2024년 갱신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승인된 독감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09년 이후 독감 백신의 예방 효과가 19%에서 60%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프라사드 박사는 또 앞으로 대부분의 신규 백신에 대해 질병 예방 등 임상적 결과를 근거로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CDC 자문위원회 독감 분과를 이끌고 있는 로버트 말론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에 “이번 메모는 매년 반복돼 온 독감 백신 접종 체계 전체가 이제 중대한 혼란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윤승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