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회원국인 체코의 대규모 방문단이 30일 중화민국(대만)을 방문했다.
이날 밀로스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을 단장으로 상원의원 8명과 학술·문화계 대표들과 기업인 36명, 기자단이 포함된 89명이 중화항공 전세기 편으로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했다.
방문단에는 중국 공산당 반대 입장을 표명한 체코의 대만통인 즈데니에크 흐리브 프라하 시장도 있었다. 대다수가 대만과 체코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대만 측에서는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장관) 역시 대만과 체코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항에 나와 직접 체코 방문단을 맞이했다.
비스트르칠 상원의장과 우자오셰 외교부장은 코로나19 등을 고려해 악수 대신 서로 팔을 맞부딪치며 인사했다.
이 자리에서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은 마스크에 찍힌 대만과 체코 국기를 가리키며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유행이 심각한 상황에서 마스크를 기증한 대만 정부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이번 체코 방문단의 대만 방문은 지난 1월 숨진 야로슬라프 쿠베라 전 체코 상원의장의 유지를 잇는 차원으로 추진됐다.
쿠베라 전 상원의장은 당초 1월 중 대만 방문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심장 이상으로 숨을 거두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유족과 주치의 등에 따르면 그는 숨지기 3일 전 체코 주재 중국 대사관의 저녁 만찬에 초청됐으며, 이 자리에서 장젠민(張建敏) 중국대사와 단독 밀실 회담을 가진 뒤 건강이 급속히 악화됐다.
유족은 또한 고인의 가방에서 중국대사가 보낸 충격적인 내용의 협박 편지가 발견됐으며, 고인이 이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민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체코 방문단을 이끈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의장 역시 중국대사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반드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며 이번 방문을 성사시켰다.
체코 방문단은 오는 1일 대만 입법원(국회)을 방문하고 경제무역포럼에 참석하며, 3일에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만나 양국 간 협력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4일에는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행사에 참가한 뒤 5일 귀국길에 오른다.
체코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은 출발 전 체코는 자유와 독립적인 주권을 지닌 민주 국가로서 대만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경제적 효과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대만 방문에 앞서 유럽과 미국, 캐나다, 호주 의원 70여명이 성명을 내고 체코를 지지해줬다고 덧붙였다.
대만 기업들은 체코의 중요한 외자 공급원으로 체코에서 총 2만 개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헌법에서 상원의장은 행정부에서 대통령 다음가는 고위직이다. 이번 체코 상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지난 1989년 11월 민주화 혁명을 통해 민주 국가로 전환한 이후 최고위급의 방문이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들은 중국 공산당의 국제적 견제로 봉쇄된 대만 외교에 돌파구 마련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