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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방중 앞두고 중국, ‘하나의 중국’ 원칙 재확인 요구

2026년 01월 02일 오전 10:10
왕이 외교부장 만난 조현 외교부장 | 연합뉴스왕이 외교부장 만난 조현 외교부장 | 연합뉴스

외교장관 통화 뒤 중국 발표에만 ‘대만’ 언급, 한중 메시지 차이

이재명 대통령의 4~7일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한국 정부를 향해 대만 문제와 관련한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한·중 외교장관 통화 이후 중국 외교부 발표에만 대만 관련 내용이 포함되면서, 양국 간 외교 메시지의 온도 차이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군은 지난달 29~30일 실사격을 포함한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신년사에서 “양안 동포는 물보다 진한 피를 나눈 사이”라며 “조국 통일의 역사적 대세는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같은 날 신년 담화에서 “중국의 엄중한 군사적 야심에 직면해 있다”며 국방 특별 예산 투자를 공식화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이 대통령의 국빈 방중 일정을 조율했다. 한국 외교부는 통화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양국 모두의 새해 첫 국빈 정상외교 일정으로서 이번 국빈 방중의 성공을 위해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별도의 발표에서 왕 부장이 통화 중 “한국은 역사와 인민에 책임지는 태도를 견지하고,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해당 내용은 한국 외교부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측은 또 조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은 대중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하나의 중국 입장을 존중하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 역시 한국 정부의 공식 보도자료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만 문제와 관련한 자국의 입장을 국제적으로 선점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는 일본에 대한 비판도 포함됐다. 왕 부장은 “일본의 일부 정치 세력이 항일전쟁의 역사를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중·일 관계가 급속히 악화한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한국이 일본과 같은 노선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1992년 한중 수교 공동성명도 다시 언급하고 있다. 해당 성명에서 한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PRC) 정부를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 측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한국 정부로서는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요구에 그대로 호응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는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독려하고,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미국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역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한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기여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안보 현안을 포괄하는 공동성명이나 선언문이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북한 문제를 의식해 ‘한반도 비핵화’ 문구의 문서화를 꺼리고, 우리 역시 대만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며 “정상회담은 양자 관계 관리와 경제·민생 협력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런 구조적 제약 속에서 이 대통령이 중·일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달 중순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총리와 회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만을 둘러싼 미·중·일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