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베네수엘라 이어 니카라과도… 중남미 친중공 독재정권, 잇따라 정치범 석방

2026년 01월 12일 오후 2:52
니카라과 오르테가 정권이 최근 정치범 19명을 석방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오르테가 정권에서 석방·추방된 정치범 200여명의 도착을 워싱턴 델레스 공항에서 기다리는 니카라과 민주화 활동가들의 모습. | 로이터/연합니카라과 오르테가 정권이 최근 정치범 19명을 석방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오르테가 정권에서 석방·추방된 정치범 200여명의 도착을 워싱턴 델레스 공항에서 기다리는 니카라과 민주화 활동가들의 모습. | 로이터/연합

오르테가 정권, 반대파 소속 정치범 19명 석방
주니카라과 미국 대사관 “베네수엘라 진전, 니카라과는 여전” 발언 하루 만에
중남미 지정학 변동 지속…니키라과, 2023년 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남미의 또 다른 독재 국가인 니카라과가 정치범 석방에 나섰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상대로 강력한 물리적·정치적 압박을 가하자, 이에 위협을 느낀 인근 독재 정권들이 줄줄이 백기를 드는 모양새다.

1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행정부는 수십 명의 수감자를 석방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날 하루 동안 최소 19명이 풀려난 것을 확인했다. 니카라과 반정부 지도자인 아나 마르가리타 비질은 “석방된 이는 모두 정치범”이라고 밝혔다.

니카라과 반정부 연합(이하 연합)인 ‘자유 니카라과’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강력한 대외 정책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연합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독재 정권에 가한 정치적 압력과 그로 인한 정치적 게임의 결과임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최근 중남미 독재 정권을 향해 유례없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3일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를 전격 체포하며 전 세계 독재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9일에는 주니카라과 미국 대사가 니카라과의 정치범 박해 문제를 정조준했다.

주니카라과 미국 대사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조치를 평화를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한 후 “니카라과에는 여전히 목회자와 종교인, 환자, 노인을 포함한 60여 명이 부당하게 구금되거나 실종된 상태”라며 오르테가 정권을 압박했다.

이는 전날(8일) 베네수엘라 정부가 정치범 일부를 석방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것이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결과라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주니카라과 대사관의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목표는 니카라과가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됐다.

오르테가 정부의 이번 석방 발표는 미 대사의 지적 직후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주니카라과 주미 대사관의 경고가 먹혀든 셈이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해 최소 350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부인과 함께 군대와 사법부 등 국정 전반을 장악해 왔다.

특히 오르테가 집권기 동안 니카라과는 대만과 두 차례 단교하고 중국과 밀착해 왔으며, 2023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포하기도 했다. 이는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흐름이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2001년 유고 차베스 정권에서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했으며, 2023년 마두로 정권에서 이를 ‘전천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바 있다.

중남미 국가들…우파 정권 “민주주의 승리” VS 좌파 “주권침해”

중남미 국가들은 정부 성향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내 친미·우파 성향 정부들은 이번 사태를 독재 종식의 신호탄으로 평가하며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두고 “자유를 향한 중남미의 위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조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친미 성향의 파라과이 등도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의 변화가 역내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콜롬비아 등 전통적인 반미·좌파 성향 국가들은 미국의 압박 정치를 ‘제국주의적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제법에 반하는 일방적 압박”이라며 미국의 개입주의를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쿠바 역시 성명을 통해 “미국의 패권적 계획이 역내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정치범 석방이 자발적 조치가 아닌 외압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압박을 통해 중남미의 지정학적 구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대사관 측은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해 “우리는 좋은 이웃이 필요하며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니카라과 정권의 변화를 촉구했다.

다만 이번 정치범 석방이 체제 전환의 신호라기보다는 위기 국면을 넘기기 위한 한시적 대응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오르테가 정권은 과거에도 국제사회의 제재와 외교적 압박이 강화될 때마다 정치범을 석방해 긴장을 완화한 뒤, 감시의 강도가 낮아지면 다시 반대파를 체포·구금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2023년 2월 정치범 222명을 미국으로 전격 석방하면서도 동시에 이들의 국적을 박탈하고 재산을 몰수한 사례는, 오르테가 정권이 정치범을 인권의 대상이 아니라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인질 카드’로 활용해 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