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야권 반발·즉각 제명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이 2024년 3월 서울 신당동 떡볶이타운 거리에서 중구성동구을 이혜훈 후보와 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배신·해당 행위 규정 제명, 대통령실 통합·실용 인사
이재명 대통령이 보수 진영 출신 3선 의원인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배신 행위”로 규정하며 즉각 제명했고, 대통령실은 “통합과 실용에 따른 인사”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8일 이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이 후보자는 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을 거쳐 국민의힘에서 활동하며 3선을 지낸 보수 중진으로, 지난해 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 중구·성동구을에 출마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선 배경에 대해 “민생과 경제 분야에서는 이념을 가리지 않고 전문성과 실무 능력을 중시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을 ‘통합과 실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이 후보자는 경제·예산 분야에서 누구보다도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함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김성식 전 의원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에 핵융합 스타트업 인애이블퓨전의 이경수 의장을 임명했다. 국토교통부 2차관에는 홍지선 경기 남양주시 부시장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는 김종구 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을 발탁했다. 정무특보에는 더불어민주당 6선 중진 조정식 의원, 정책특보에는 이 대통령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이 임명됐다.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가 재정과 예산 편성의 핵심 부처 수장으로, 새 정부 경제·재정 기조를 상징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번 인선은 상징성과 정치적 파급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전 의원에 대한 제명 조치를 의결했다. 당은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함으로써 국민과 당원을 배신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이번 인선과 관련해 “사전에 당에 어떤 보고도 없었다”고 밝혔고, 이 전 의원이 당적과 당협위원장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장관직을 수락한 점을 문제 삼았다. 배현진 의원은 SNS에서 “당원들의 신뢰를 짓밟은 명백한 배신”이라고 했고, 주진우 의원은 “보수의 변절은 유죄”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계엄 옹호, 윤 어게인 인사를 핵심 장관으로 지명하는 이재명 정권의 정체가 무엇이냐”고 반발했다.
이 전 의원은 지명 직후 지인들에게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청문회에 대한 부담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고, 자신의 블로그와 SNS를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는 2021년 윤석열 전 대통령 캠프와 올해 대선 국면에서 김문수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번 인선을 두고 일부 보수 성향 언론은 보수 중진의 전격 합류와 이에 따른 야권의 반발을 비중 있게 전한 반면, 진보 성향 매체들은 이념을 넘은 파격적 인사라는 점에 주목하며 새 정부의 통합·실용 기조를 강조하는 등 보도 관점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인선이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정책 성향과 재정 운용 철학,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치열한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통합 인사’ 기조가 실제 국정 운영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이번 인사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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