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일 관계 악화…일본 기업들, ‘탈중국’ 가속화

샤위(Xia Yu)
2025년 11월 27일 오전 5:11
2024년 일본의 대중(對中) 수출은 3년 연속 감소했다. 사진은 2022년 1월 20일 도쿄 항만의 국제 화물 터미널 모습. | Kazuhiro Nogi/AFP/연합2024년 일본의 대중(對中) 수출은 3년 연속 감소했다. 사진은 2022년 1월 20일 도쿄 항만의 국제 화물 터미널 모습. | Kazuhiro Nogi/AFP/연합

최근 몇 년간 일본과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일본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발을 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교 갈등이 심화되고, 사업 환경의 위험이 커지며, 중국 내 시장 점유율까지 떨어지자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제조·판매 비중을 줄이려는 전략을 더욱 서두르고 있다.

닛케이 아시아는 11월 26일 보도에서 일본의 ‘테이코쿠 데이터뱅크’가 실시한 최신 조사 결과를 인용해, 해외 사업을 운영하는 일본 기업 가운데 중국을 ‘최중요 시장’으로 꼽은 곳은 16.2%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는 2019년 23.8%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다.

또한 중국을 주요 판매처로 보는 기업 비율도 25.9%에서 12.3%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전략적 비중이 전반적으로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조사는 10월 20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됐으며, 총 1,908개 기업이 참여했다. 그중 59%는 직원 1000명 이상의 대형 기업으로, 이번 조사 결과는 전반적인 산업계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대(對)중국 무역 감소 추세와 일맥상통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대중(對中) 수출과 수입 모두 감소

일본의 대중(對中) 교역이 수출·수입 모두에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의 대중 수출은 3년 연속 줄어들었으며,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품목은 자동차 부품이다. 자동차 부품 수출은 3년 연속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일본 브랜드의 중국 신차 시장 점유율도 크게 하락해 11.2%에 그쳤다. 이는 불과 몇 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로, 현재 중국 신차 시장의 약 3분의 2는 중국 토종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등 ‘특정 기능 기계’ 수출 역시 3년 연속 두 자릿수 감소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 역시 감소세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의 중국산 제품 수입은 10% 줄었다. 품목별로 보면, 2024년 중국산 노트북의 일본 내 수입 점유율은 전년 대비 4.3%포인트 감소한 94.4%로 떨어졌으며, 그 빈자리를 베트남산 제품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스마트폰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중국산 스마트폰의 일본 수입 점유율은 1.8%포인트 하락해 87.7%를 기록했으며, 대신 베트남과 인도산 스마트폰의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일본 산업 전반, ‘탈중국’ 움직임 확산

중국은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밝힌 ‘대만 유사(有事)’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 여행·유학 자제 경고를 내리고 일본산 해산물 수입까지 금지했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는 중국 내 일본 기업들이 직면한 위험을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중일 관계가 이번에 다시 악화되기 전부터 일본의 여러 산업은 이미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다각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관광업에서 먼저 변화가 나타났다. 홋카이도의 경우 중국 본토와 홍콩 관광객 비중은 2019년 42%에서 올해 8월 기준 23%로 크게 떨어졌다. 현지 업계는 “현재 이 지역에서는 한국인 관광객 수요가 가장 높다”고 전했다.

소비재 업계에서도 움직임이 있다. 일본 유아용품 제조사 피존(Pigeon)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도와 서방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와 인도 시장 점유율 40%에 달하는 스즈키는 인도에서 총 11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발표했다. 이는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한 인도의 제조·수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혼다 역시 인도를 향후 전기차(EV) 생산 및 수출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업계 고위 관계자들은 인도가 ‘탈중국’ 전략의 핵심 수혜지로 떠오르는 이유로 ▲낮은 인건비 ▲풍부한 노동력 ▲모디 정부의 적극적 인센티브를 꼽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25년 1월 발표한 ‘아시아 투자 동향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보고서는 일본의 아시아 지역 해외 직접투자 가운데 중국 투자 비중이 팬데믹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환경 규제 강화, 에너지 비용 상승, 인건비 변화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제조 공장 이전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