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데이터 분석 기업 SAS, 20년 만에 중국서 철수…직원 400명 해고
미국 통계분석 기업 SAS의 베이징 R&D센터에 회사 로고가 붙어 있다. | 베이궈왕 “지속가능한 사업 재편” 명분…중국 IT업계에 충격
델·IBM·마이크론 이어 또다른 美 유력 기술기업 중국 이탈
미국의 통계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 ‘사스(SAS 인스티튜트)’가 중국 본토 시장에서 철수하며 현지 직원 400명을 해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월 31일 “SAS가 중국 내 직접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회사 측은 “이번 결정은 글로벌 운영 방식을 최적화하고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SAS는 1999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2005년 베이징에 연구개발(R&D)센터를, 2006년 중국 본사를 설립했으며 상하이·광저우에도 지사를 운영해 왔다. 주요 사업은 상업용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 컨설팅 서비스 등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小紅書)’ 등에서는 전날(30일)부터 “SAS가 중국 시장에서 전면 철수하고 전 직원 해고를 통보했다”는 소식이 확산되며 IT업계에 파문이 일었다. 특히 SAS는 중국에서 17년 연속 ‘최고 고용주(Top Employer China)’로 선정된 바 있어,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 충격이 크다.
회사 측은 이메일로 구조조정 방침을 통보하고 영상회의를 통해 철수 배경을 설명했으며, 직원들에게 오는 11월 14일까지 퇴직 계약서 서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 보상안에는 ‘N+1’ 규정(근속 1년당 1개월치 급여 + 추가 1개월분), 두 달치 임금, 연말 보너스, 올해 말까지의 급여 지급 등이 포함됐다.
SAS의 중국어 공식 웹사이트는 현재 접속이 불가능하며, 채용 페이지에서도 중국 내 채용 공고가 모두 삭제됐다.
이번 조치는 서방 IT기업들의 중국 이탈 흐름 속에서 나왔다. 앞서 지난 9월 미국 델(Dell)은 상하이와 샤먼 지역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테크놀로지(Micron)도 낸드(NAND) 플래시 사업 철수를 계기로 중국 내 인력 감축을 진행했다.
IBM 역시 지난해 중국 개발실험실 인력을 1000명 이상 줄인 데 이어, 올해는 32년간 운영해 온 중국 R&D 조직을 폐쇄했다. 에릭슨, 아마존, 인텔 등도 지난해 중국 내 인력 감축과 사업 축소를 단행했다.
SAS는 1976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Cary)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 통계 분석 및 데이터 관리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데이터 분석’ 개념을 상업화한 선구자로, 현재 150개국 이상에서 8만여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외자 IT기업 ‘퇴각 러시’ 가속…데이터 주권과 기술 자립 기조가 압박
전문가들은 SAS 철수를 중국 공산당의 외국 기업 데이터 제공 강요와 맞물린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2021년 ‘데이터안전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시행하며, 모든 데이터를 국경 안에서 저장·처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계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자사 서버나 클라우드 인프라를 현지화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도 심화됐다.
특히 최근에는 공공기관·금융권·국유기업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국산화’ 비율을 의무화하면서 외국산 전문 프로그램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SAS와 같은 고급 분석 플랫폼은 알고리즘과 데이터 접근 구조가 ‘블랙박스’ 형태이기 때문에 중국 당국의 보안 심사 통과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이 기술 패권 분야에서 중국의 도전을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면서, 서방 기업들이 중국 내 영업 유지를 ‘정치적 리스크’로 인식하게 된 점도 작용했다. 지난해부터 다수의 미국 IT기업이 중국 내 인력 감축이나 현지법인 축소를 추진한 배경이다.
SAS의 철수는 단일 기업의 경영 판단을 넘어, 외국계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중국의 데이터 규제와 검열 등 위험성에 직면해 전략적 후퇴를 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산당 체제 아래 중국이 글로벌 기술 생태계에서 점차 분리(decoupling)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례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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