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장유샤 발언 원음 공개 뒤 삭제…이례적 신호에 해석 분분
장유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 Kevin Frayer/Getty Images 본방에선 내보내고 다시보기 영상에선 ‘재방송’ 표시 달고 삭제
정보 통제 정황에 엇갈린 평가…장유샤 존재감 VS 시진핑 체제 굳건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유샤(張又俠)의 연설을 이례적으로 육성 그대로 내보낸 뒤, 사후에 수정·삭제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공산당 내부 권력투쟁과 관련한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4중전회에서는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군 내부 결의사항 전달 회의’ 보고자로 나섰다.
이 소식은 이날 오후 CCTV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보도됐다. 신원롄보는 매일 저녁 7시에 방송되는 중국의 대표 뉴스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저녁 9시 뉴스에 해당한다. 중국 공산당의 공식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총 17개에 달하는 CCTV 공중파 채널 가운데 메인 채널인 CCTV-1과 뉴스 전문 채널인 CCTV-13에서 동시에 송출됐다.
이날 신원롄보는 장유샤의 보고 장면을 약 30여 초간 육성과 자막으로 내보냈다. 뉴스에서는 “시 주석의 중요 연설을 심도 있게 학습·관철하고”, “시진핑의 강군(強軍) 사상을 전면적으로 구현하자”는 장유샤의 목소리가 직접 들렸다.
중국에서는 고위급 관련 뉴스의 경우, 인물의 육성 없이 화면만 보여주고 연설문은 앵커가 대신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관련 뉴스조차 대부분 이러한 형식을 따른다. 그런데 이날 CCTV는 장유샤의 목소리를 무려 30초간 들려줬다.
이후 전개가 흥미롭다. CCTV 뉴스 전문채널의 ‘신원롄보’ 다시보기 영상에서 지난 3일 방송분 중 장유샤 발언이 통째로 삭제됐다. 화면 구석에는 ‘재방송(重播)’이라는 표시가 붙었다.
CCTV-13은 매일 오후 9시에 별도의 뉴스 프로그램을 편성하지만, 특별한 소식이 있는 날에는 같은 날 7시에 방송된 신원롄보를 재방송한다. 이때 오른쪽 상단에는 ‘재방송’ 표기가 붙어, 본방송을 그대로 다시 틀어주는 것임을 명시한다.
하지만 대만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3일 CCTV-13의 오후 9시 재방송분에서는 장유샤의 발언이 포함된 영상을 그대로 내보냈다. 즉, CCTV는 ‘재방송’ 표시를 붙인 채 원래 방송을 편집해 올린 셈이다. 장유샤의 육성을 그대로 내보낸 과거 기록을 지우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CCTV 내 다른 코너에서는 장유샤 발언만 별도로 모은 단일 영상을 여전히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편집 방식을 두고 온라인과 관측통 사이에서는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일부는 “장유샤의 군내 위상을 공중파를 통해 전국적으로 과시하려는 반(反)시진핑 진영의 움직임”이라고 주장했고, 다른 쪽에서는 “시진핑에 대한 충성 발언을 장유샤의 입을 통해 직접 들려줌으로써 군권 장악력을 과시하려는 친(親)시진핑 세력의 의도”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부에서는 또 “당 원로와 지도부가 단결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장유샤를 내세웠다가, 외부에서 정치투쟁 신호로 받아들이자 노출 수위를 조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권력투쟁의 우열과 관계없이, 이번 사안은 공산당과 군 지도부 내부에서 정보 통제 권한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며 그 민감성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분명한 것은 최근 전·현직 군사위 부주석과 군 사령관, 정치위원 등 다수 고위 장성이 줄줄이 숙청되거나 조사받는 혼란 속에서도 장유샤가 상장(上將·대장)으로서는 유일하게 정치국 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국 위원은 중국에서 최고 권력집단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하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다. 정치국 위원이라고 해서 반드시 상무위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국 위원을 거치지 않고 상무위원으로 발탁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인민해방군 고위급 숙청이 계속되는 가운데, 장유샤의 존재감은 체제 안정의 핵심을 쥔 키맨이자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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