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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중국 공산당, 스스로 구원할 능력 잃었다

2025년 11월 09일 오전 6:05
2024년 4월 22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 개막식에서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유샤(張又俠) 상장이 연설하고 있다. | Kevin Frayer/Getty Images2024년 4월 22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 개막식에서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유샤(張又俠) 상장이 연설하고 있다. | Kevin Frayer/Getty Images

최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모든 공식 직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시진핑의 권력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고 보아온 다수의 중국 전문가들에게 예상 밖의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군부 장악력이 눈에 띄게 약화된 조짐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은 어떻게 자신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일까?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전 교수이자 반체제 인사인 차이샤(蔡霞)는 이번 사태에 대해 설득력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차이샤는 시진핑과 마찬가지로 ‘태자당(太子黨)’, 즉 중국공산당 건국과 정권 수립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혁명 원로들의 자녀 세대에 속한다.

4중전회가 열리기 며칠 전, 중국군은 돌연 상장(上將) 9명을 당적에서 제명하는 대규모 숙청을 단행했다. 숙청 대상에는 중앙군사위원회(CMC) 부주석 허웨이둥(何衛東)과 CMC 정치위원 먀오화(苗華) 등 핵심 군 수뇌부 인사들이 포함돼 있었다.

차이샤는 이 조치를 중앙군사위원회 제1부주석 장유샤(張又俠)가 시진핑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단행한 선제적 정치공세로 보았다.

4중전회 기간 동안 CMC 부주석 장유샤의 측근인 장성민(張升民)이 CMC 부주석으로 승진했으나, 중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진입에는 실패했다.

차이샤는 이를 ‘공포의 균형’ 상태로 분석하며, “어느 한쪽도 완전히 상대를 제압하지 못한 채, 불안정한 공존 속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버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장유샤가 그 기세를 몰아 시진핑을 완전히 몰아내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차이샤는 “장유샤는 ‘반(反)시진핑’이지만 ‘반(反)공산당’은 아니다”라며, 그가 “자신의 권력과 생존을 지키기 위해 시진핑에 맞서고 있으나, 체제 자체를 뒤흔들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당 원로들의 통제 아래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차이샤는 또 시진핑의 현재 처지가 과거의 화궈펑(華國鋒)과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1976년 마오쩌둥 사후, 화궈펑은 후계자로 지명되어 당 원로들과 함께 ‘4인방’을 체포하며 문화대혁명을 종식시켰다.

그러나 그는 이후에도 마오의 노선을 고수하며, “마오 주석이 결정한 것은 모두 확고히 지지하고, 지시한 것은 모두 철저히 따른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로 인해 덩샤오핑(鄧小平)의 반발을 샀고, 덩은 화궈펑의 정치적 역량 부족을 이유로 그를 사퇴시켰다.

하지만 지금의 시진핑 체제에는 덩샤오핑처럼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원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차이샤는 “현재의 당 원로들은 시진핑과 장유샤의 정면 충돌이 당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을 우려해, 양측 모두를 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군부를 장악한 장유샤와 공산당 원로들 모두 시진핑에 깊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불만은 단순한 개인적 권력 다툼 때문이 아니라, 시진핑의 통치가 공산당 체제를 붕괴 직전까지 몰아넣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다.

차이샤는 “그들은 시진핑이 당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동시에 당 원로들과 장유샤는 시진핑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축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시도는 곧 공산당 체제 전체를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양측은 위험한 교착 상태 속에 서로를 억누른 채 버티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차이샤의 분석에 따르면, 당 원로들과 장유샤는 현 체제를 유지한 채, 작은 전술적 조정을 통해 ‘불안정 속의 안정’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매번 극도로 신중한 한 걸음씩만 내딛는 식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자기 구원 능력 상실’ 위기 직면

현재의 상황은 중국공산당이 스스로 개혁하거나 위기를 극복할 능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산당은 과거에도 수차례 심각한 위기를 겪었지만, 매번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문화대혁명이었다. 당시 중국 경제는 붕괴 직전까지 몰렸으나,
마오쩌둥 사망 이후 당은 정치적 희생자들을 복권시키고 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간신히 회생의 길을 찾았다.

이 회복의 중심에는 후야오방(胡耀邦), 자오쯔양(趙紫陽) 등 개혁 성향의 지도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공산당을 구해냈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 10여 년이 지난 지금, 공산당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위기 속에 빠져 있다.
문화대혁명 이후와 달리, 당 내부에는 더 이상 개혁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비교적 온건파로 평가됐던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와 왕양(汪洋) 전 정협 주석조차
덩샤오핑 시기의 개혁가들에 비하면 영향력이 미미했고, 결국 모두 주변으로 밀려났다.
특히 리커창은 석연치 않은 정황 속에서 사망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2022년 10월 열린 중공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는 시진핑의 측근들이 당내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

시진핑이 신뢰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권력과 이익만을 좇는 기회주의자들로,
이들로는 정치 개혁의 동력도, 의지도 기대하기 어렵다.

시진핑의 경쟁 세력으로 꼽히는 장유샤와 당 원로들 또한
“무엇보다 공산당 체제의 존속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시진핑과 다르지 않다.

당 내부에 진정한 개혁 의지를 가진 인물이 일부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들은 실질적인 권력이나 영향력이 전혀 없어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결국 현재의 공산당은 ‘출구 없는 교착상태’에 빠진 셈이다.

차이샤는 이에 대해 “공산당은 끝없는 권력투쟁의 수렁 속에서 각종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며,
그 과정에서 점진적 붕괴와 해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