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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간첩법’ 연내 처리 추진…정청래 대표가 미뤘던 법안 재가동

2025년 11월 06일 오전 10:13
2025년 3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첩수사 제대로 되는가? 간첩죄 개정안 대토론회'. | 연합뉴스2025년 3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첩수사 제대로 되는가? 간첩죄 개정안 대토론회'. | 연합뉴스

‘적국’→‘외국’ 확대 개정 추진…中 드론 사건 이후 법적 공백 보완 움직임

정부가 외국의 스파이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간첩법(형법 98조)’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무부는 간첩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10대 핵심 법안에 포함시키고, 여당에 연내 처리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 군사상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에 대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적국’은 사실상 북한만을 의미해, 중국 등 제3국의 간첩 행위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지난해 중국인들이 드론을 이용해 우리 군사시설과 정보기관 주변을 촬영한 사건이 잇따랐으나, 형법상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어 논란이 됐다. 이 같은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여야는 지난해 간첩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제동이 걸렸다.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이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예상치 못한 피해가 있을 수 있어 공청회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상정 보류를 결정했다. 민주당은 “군사기밀보호법·산업기술보호법 등 관련 법과 함께 종합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국민의힘은 “중국 눈치 보기”라며 반발했다. 이후 계엄 사태 등 정치 혼란으로 법안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간첩법 개정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적국 외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를 처벌할 근거가 부재해 관련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조만간 민주당 원내 지도부에 간첩법 개정안 처리를 공식 요청할 예정이다. 여권 관계자는 “작년에는 정청래 대표가 신중론을 폈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추진 의지를 밝힌 만큼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여야 모두 이번에는 연내 통과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이 통과될 경우, 간첩행위의 처벌 범위가 북한뿐 아니라 중국 등 외국 전반으로 확대되며, 국내 안보 대응체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