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물량 해소에만 100년”… 상하이 오피스 시장 한랭기류
상하이 시내 2022.7.11 | AFP/연합 공실률 21%, 임대료 4년 만에 최저인데 과잉투자로 신규 공급 쏟아져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중국 경제의 ‘풍향계’로 불리는 상하이의 A급(甲級) 오피스 시장이 전례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국제 부동산 컨설팅사와 현지 전문가들은 “상하이의 오피스와 상가 시장은 중국 실물경제의 체온계”라며 “현재의 공실률과 흡수면적 감소는 경제 전반의 심각한 위축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국제 부동산 서비스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와 콜리어스인터내셔널이 발표한 2025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의 3분기 A급 오피스 공급면적은 1781만㎡에 달하지만 순흡수면적은 2만9000㎡로 1% 미만에 그쳤다.
순흡수면적은 신규 임차 면적에서 신규 공실을 제외한 값이다. 순흡수면적이 플러스이면 신규 세입자가 계약한 면적이 같은 기간 해지된 면적보다 많다는 의미다. 새로 계약한 면적이 해지된 면적보다 적으면 마이너스가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베이징과 상하이의 중심업무지구(CBD)는 오피스 한 칸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기업들이 줄을 서서 계약하고, 중개인에게 웃돈을 얹어주며 입주 순서를 앞당기는 게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상하이의 오피스 빌딩마다 임차인을 찾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현재의 임대 속도라면 기존 재고를 흡수하는 데 10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건강할 때 재고 소진 주기는 6년 정도다. 지금의 상하이 오피스 시장은 ‘중환자실’ 상태”라고 비유했다.
민간 경제 전문가 메이따스도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콜리어스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3분기 상하이의 A급 오피스 순흡수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급감해 최근 5년 중 최저”라며 “2025년 연간 임대면적이 25만8000㎡에 불과한데, 같은 시기 신규 공급은 77만㎡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A급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신규 오피스 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는 곧 전국적인 공실 확대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상하이의 3분기 고급 오피스 공실률은 21.4%로 전 분기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순임대료는 1㎡당 하루 평균 6위안(약 1200원)으로 전 분기 대비 3.3% 하락했다.
그는 실례도 들었다. “상하이 훙차오·카이쉬안로 인근에 사무실을 두던 한 기업인은 관리비가 부담돼 퇴거했는데, 건물주 측이 바로 임대료를 인하하며 ‘다시 돌아와 달라’고 요청했다. 그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전국 80개 상권 중 64곳 임대가 하락… “상업 부동산 전체 흔들”
중국 부동산 컨설팅기관 중즈연구원의 ‘2025년 3분기 중국 오피스 임대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80개 주요 상권 중 64곳(80%)의 오피스 임대료가 전 분기보다 하락했다.
평균 임대가는 1㎡당 하루 4.55위안(약 917원)으로 전 분기 대비 0.33% 하락했으며, 올해 전체 누적 하락폭은 1.39%에 달했다. 상하이의 대표 상권인 화이하이루(淮海路)도 예외가 아니었다.
메이따스는 “상업 부동산의 핵심 축인 오피스 시장이 이 정도로 흔들리는데, 쇼핑몰 등 리테일 부문은 더 심각하다”며 “이제는 노동절(5월 1일)이나 국경절(10월 1일) 같은 대형 연휴에만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일 정도”라고 했다.
베이징의 유명 경제 블로거인 웨이후(微湖)는 “1선 도시의 오피스·상가 공실률과 임대료 폭락, 판매 속도 등을 종합하면 중국의 진짜 경기 침체는 이제 시작된 수준”이라며 “성도(省都)나 3·4선 도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만약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1선 도시)의 상황이 발암 초기라면, 지방 도시 상업 부동산은 이미 말기 단계”라며 “사람들의 구매력과 기업의 투자 능력은 약화됐는데, 부동산은 거품과 공급 과잉, 투기로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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