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전 CIA 분석관 “중국군 고위층 숙청…시진핑 vs 태자당, 생존 건 권력투쟁”

2025년 10월 23일 오후 3:20
허웨이둥(좌)과 장유샤(유). 허웨이둥이 부패 혐의로 낙마한 가운데, 이를 주도한 것이 장유샤 측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3년 3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한 두 사람의 모습 | AFP/연합허웨이둥(좌)과 장유샤(유). 허웨이둥이 부패 혐의로 낙마한 가운데, 이를 주도한 것이 장유샤 측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3년 3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한 두 사람의 모습 | AFP/연합

前 CIA 중국 담당관,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 기고문서 분석
“31집단군 출신 대거 숙청…군심 동요, 인사 동결 장기화 가능성”

최근 단행된 중국공산당 인민해방군(중공군) 고위층 숙청은 시진핑(習近平) 세력과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2세대) 사이의 생존을 건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중국문제 전문가 데니스 와일더는 21일(현지 시각)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The Diplomat) 기고문에서 “2022년 이후 약 30명의 중국 공산당 고위 장성이 해임되거나 행방불명됐다”며 “현재 중앙군사위원회(군사위) 7명 중 3명이 공석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와일더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담당 국장을 지냈으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중국 및 동아시아 수석국장을 역임하는 등 30여 년간 미 정부의 중국·국가안보 분야 핵심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현재는 조지타운대 미·중 글로벌이슈 대화 프로그램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푸젠성 출신 ‘시진핑계’ 고위 장성 줄줄이 낙마

지난 17일 중국 국방부는 제2부주석(군 서열 3위) 허웨이둥(何衛東) 등 고위 장성 9명을 부패 혐의로 당과 군에서 제명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6월에는 해군 대장 먀오화(苗華)가 같은 이유로 해임됐다. 현직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부패 혐의로 해임된 것은 40년 만이다.

와일더에 따르면 이번 숙청의 중심에는 중앙군사위 제1부주석 장유샤(張又俠)로 대표되는 원로 세력과, 제2부주석 허웨이둥과 군사위 위원 먀오화 연합 세력 간의 권력 다툼이 있다. 허웨이둥과 먀오화는 시진핑이 직접 발탁한 측근이지만, 허웨이둥이 실각하면서 시진핑 측의 패배로 귀결됐다.

허웨이둥은 이례적인 속도로 승진한 인물이다. 그는 푸젠(福建)성 주둔 31집단군(현 제73집단군) 참모장을 지냈다. 푸젠성은 시진핑이 1985~2002년 17년간 근무하며 인맥을 다진 지역으로, 31집단군은 ‘시진핑 근위부대’로 불린다.

31집단군 출신 허웨이둥이 군 최고위직에 오른 것은 전적으로 시진핑의 지원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올해 초 두 달 가까이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추며 낙마설이 돌았고, 결국 당과 군에서 동시에 제명되며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이로써 시진핑의 군 장악력도 흔들리게 됐다.

와일더 “장유샤, 고집 센 군벌형 인물…태자당 대변”

허웨이둥과 먀오화가 시진핑의 지원을 업은 신흥 군부 세력이라면, 장유샤는 원로 군벌과 2세 그룹인 태자당을 대표한다. 그는 혁명원로 장중쉰(張宗遜)의 아들로, 16세에 입대해 30년 넘게 복무하며 장성에 올랐다.

와일더는 “장유샤를 만난 사람들은 그를 ‘거칠고 자만하며 완고한 성격’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장유샤는 2022년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중국군의 강경 보복훈련 계획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장유샤의 부친 장중쉰은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習仲勳)과 친분이 깊었다. 장유샤는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시진핑 집권 초반 군부의 든든한 지원 세력으로 자리 잡았으나, 이후 시진핑의 군 개혁이 본격화되면서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로켓군 숙청’이 불붙인 갈등…태자당 vs 시진핑계 정면 충돌

와일더는 “양측의 충돌은 2023년 7월 로켓군 고위층의 집단 숙청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로켓군은 핵미사일 전력을 담당하는 핵심 부대로, 2015년 시진핑의 군 개혁 과정에서 포병 부대에서 재편된 조직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태자당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

방위 산업 특성상 부패와 특혜의 온상이 되기 쉬운 로켓군은 태자당의 주요 자금줄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1월 미 정보당국을 인용해 “중국의 신형 핵미사일 상당수가 제조 부패 문제로 실전 투입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와일더는 “허웨이둥이 이 사건을 계기로 로켓군을 숙청했고, 이에 장유샤가 격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3년 10월 허웨이둥은 국방부장 리샹푸(李尚福)를 부패 혐의로 면직했다. 리는 장유샤의 측근이자 태자당 출신으로, 군수 부문 책임자로 재직했다. 군수 분야는 각종 무기 계약과 납품 과정에서 비리가 빈번한 영역이다. 리의 숙청은 장유샤에 대한 명백한 경고로 해석됐다.

결국 장유샤는 반격에 나섰다. 2024년 11월, 먀오화가 ‘중대한 기율 위반’으로 직무정지 처분을 받으며 허웨이둥 라인은 사실상 전멸했다. 먀오화 역시 31집단군 출신으로 시진핑의 지원을 받아 승진한 인물이다.

와일더는 “단순한 반부패라면 왜 31집단군 인맥만 표적이 됐는지 설명할 수 없다”며 “허웨이둥 관련 장성 대부분이 숙청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장유샤가 군 내 시진핑계 세력을 본격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음은 누굴까’…軍內 공포 확산, 시진핑 리더십 흔들

와일더는 “중앙군사위 7석 중 3석이 비어 있고, 신임 국방부장도 아직 중앙군사위나 국무원 상무위원으로 임명되지 않았다”며 “권력투쟁이 끝날 때까지 군 고위 인사는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중국군 내에서는 누가 다음 숙청 대상이 될지 몰라 모두가 불안해한다”며 “사실상 대부분의 장성이 부패 연루 전력을 가지고 있어 누구든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일더는 “이번 숙청은 시진핑의 인사 판단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며 “군 내부 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미국의 중국 문제 전문가 고든 창도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에 와일더의 분석을 공유하며 “시진핑은 이미 군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4중전회에서 시진핑이 당직에서 해임되지 않더라도 권력 회복을 위한 내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 특히 공산당 체제는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