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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 캄보디아 범죄조직 기소장에 “中 공안·국가안전부” 명시

2025년 10월 22일 오후 4:32
캄보디아 범죄기업 프린스 그룹 회장 천즈(좌)와 훈 센 캄보디아 전 총리(우) | 연합뉴스캄보디아 범죄기업 프린스 그룹 회장 천즈(좌)와 훈 센 캄보디아 전 총리(우) | 연합뉴스

“프린스 그룹 천즈 회장, 中 공안과 소통하고 국가안전부에 뇌물”
전직 중국 정보요원 주장 인물 “프린스 그룹, 中 해외 공작망 자금줄”

미국 법무부가 최근 중국계 사업가 천즈(陳志·38)를 국제 범죄 혐의로 기소하면서, 그가 이끄는 프린스(太子·태자) 그룹이 중국공산당(중공)의 해외 공작망과 연결된 정황이 드러났다.

프린스 그룹은 표면적으로 부동산·금융·전자상거래를 아우르는 대형 기업집단이지만, 내부에서는 인신매매·강제노동·암호화폐 사기에 관여하고 중공 당국의 비밀 공작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캄보디아 국적의 천즈 회장을 인신매매, 강제노동, 암호화폐 사기 등 중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기소장)(법무부 보도자료).

천 회장은 중국 푸젠(福建)성 출신으로, 이후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하며 ‘공작’ 작위를 받았다. 그는 24세에 부동산 시장에 진입해 급속히 사업을 확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 공안부(MPS)와 국가안전부(MSS)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이 미국 법무부의 조사 결과다.

기소장에 따르면 한때 프린스 그룹의 하루 평균 사기 수익은 3천만 달러에 달했으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형태로 최소 150억 달러(약 21조원)에 이르는 범죄 수익을 보유했다.

법무부는 이를 전액 몰수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사건은 국제 인신매매와 불법 금융이 결합된 사례이며, 단순한 사기 조직이 아니라 국가 지원형 네트워크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68쪽 분량의 암호화폐 몰수 소송 기소장에는 ‘공안부(MPS)’와 ‘국가안전부(MSS)’가 각각 6차례, 4차례 등장한다. 천 회장이 공안부 관계자와 직접 소통했으며, 국가안전부의 지원을 받아 단속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美 법무부 기소장 “천즈, 中 국가안전부에 뇌물 제공”

자신을 전직 중국 정보요원이라고 소개하며 ‘에릭(Eric)’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인물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게시한 글에서 천즈를 지목해 “중국 공안·국안부 고위층과 긴밀히 연결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린스 그룹은 중공이 동남아에서 운영하는 핵심 위장조직으로, 통신사기와 강제노동을 통해 공작자금을 조달해 온 조직”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범죄조직들이 한국인을 포함한 각국 피해자들로부터 끌어모은 자금을 이용해 해외에서 인권활동가나 반체제 인사를 추적·탄압하거나 친중 세력을 포섭하고 간첩활동을 지원해 왔다고 주장했다.

에릭에 따르면 베이징과 충칭의 사법당국 간부들은 천즈의 캄보디아 고급클럽 ‘윈쉔거(雲軒閣)’에서 비밀 회동을 열고, 해외로 망명한 반체제 인사를 납치할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황금색 소파와 대형 어항이 있는 현장에서 천즈가 중국 측 윗선에 청탁하는 모습을 직접 봤다”고 밝혔다. 다만 그 윗선에 대해서는 룽거(龍哥·‘용형’)라는 코드명 외에는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 내 스마트폰 설비 | 미국 뉴욕동부 연방지방검찰 제공

전직 중국 정보요원 “프린스 그룹, 中 국가안전부 해외공작 수행”

기소장에 따르면 프린스 그룹은 캄보디아 각지에 최소 10개의 구금시설을 운영하며 수백 명의 외국인을 불법 감금하고 암호화폐 투자 사기에 동원했다.

두 시설에서만 사용된 휴대전화가 250대, 운영된 소셜미디어 계정은 7만6천 개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여권을 빼앗기고 폭행 위협을 받았으며, “때려도 되지만 죽이지는 말라”는 지시가 천즈로부터 내려졌다고 기소장에 적시돼 있다.

이러한 구금시설은 그 운영 방식과 인권 침해 실태에서 중국 강제노역소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두 곳은 모두 외부와 차단된 폐쇄 공간에서 피해자들의 신분증을 압수하고 감시와 폭력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심지어 일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고문과 강제 장기적출까지 가한다는 점에서 더욱 비슷한 양상을 드러낸다. 중공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감옥 내 파룬궁 수련자들을 상대로 강제 장기적출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장기 밀매를 위한 살인이다.

에릭 역시 프린스 그룹을 ‘민관 융합형 조직’으로 묘사했다. 중공 정보기관이 기업 등 상업 조직을 이용해 해외에서 자금과 인력을 조달하고, 외국 정부의 추적이 시작되면 민간인을 희생양 삼아 빠져나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중공의 해외 공작은 중앙 당국이 아니라 각 지방 국가안전부가 분산 수행한다”며 “서로 실적 경쟁을 벌이는 구조 탓에 국제사회가 이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중공 ‘강제노역소’와 유사한 형태

미국 재무부 조사에서는 프린스 그룹과 중공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의 연계 정황도 드러났다.

천즈와 협력 관계에 있는 마카오 범죄조직 ‘14K’의 두목 완 콕코이(尹國駒)는 통전부 관련 조직의 수장으로, 그가 실소유한 법인 3곳이 2020년 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올랐다.

또 프린스 그룹 산하 페이퍼컴퍼니 ‘그랜드 레전드(Grand Legend)’는 팔라우 범죄조직 두목이자 팔라우 화교협회 부회장 왕궈단(王國丹)의 도움을 받아 현지 섬의 99년 임대권을 확보했다. 왕궈단은 2018년 완콕코이를 팔라우 대통령에게 소개해 카지노 사업 허가권을 얻도록 도왔다.

이처럼 복잡한 이권 관계는 프린스 그룹을 중심으로 한 중국계 범죄조직과 중공 통전부가 동남아 전역에서 긴밀히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재미 중국 문제 전문가 장톈량(章天亮)은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캄보디아 내 중공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프린스 그룹의 급성장은 공안부·국안부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천즈는 현재 도피 중이다. 미국 정부는 그의 런던 부동산 자산을 동결하고, 관련 인물 6명과 기업 6곳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그는 최대 징역 4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