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측근 군 장성 9명, 4중전회 앞두고 공산당서 전격 제명

10월 17일, 중국 공산당(CCP)은 당내 부패 및 권력 남용 혐의로 9명의 고위 군 지도부를 제명하고 조사를 의뢰하는 극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이들 중에는 당 총서기 시진핑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상장도 포함돼 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정치국 위원이며 중앙군사위원회(CMC) 부주석을 맡고 있던 허웨이둥(何衛東)장군이 당적을 박탈당하고 중국인민해방군(PLA)에서도 배제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는 군을 통제하는 당의 권력 구조 내 핵심 인사였다.
이번 발표로 허웨이둥은 지난 10년간 공산당의 이른바 반부패 운동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군부 인사 낙마 사례로 기록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2년 말 집권 직후부터 추진해 온 반부패 캠페인은 당초 그의 권력에 반대하는 파벌 인사들을 주된 표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최근 단행된 숙청은 점차 시 주석의 측근들과 오랜 동료들로까지 확대되며, 권력 내부의 갈등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에 제명된 인물 중에는 정치국 위원 허웨이둥 외에도 시진핑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먀오화(苗華) 상장도 포함됐다.
그는 인민해방군의 정치 충성도를 감독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를 이끌었으나, 2024년 11월 돌연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기 시작했고, 올해 6월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직위를 상실했다.

2019년 10월 14일,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 주임 먀오화(苗華) 상장이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전용기에서 하차하고 있다. | Kim Won Jin/AFP via Getty Images/연합
또한 국방부는 같은 날 먀오화의 부하였던 허훙쥔(何宏軍) 정치공작부 상임부주임 역시 이번 반부패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 장샤오강(張曉剛)은 브리핑에서 “이들 인사는 당 규율을 심각하게 위반했으며, 직무 관련 중대한 비리 혐의에 연루돼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위반 행위의 성격이 매우 중대하며, 그 결과 또한 극히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장샤오강 대변인은 “이번에 제명된 9명의 장성 전원은 이미 인민해방군에서 축출됐으며, 사건은 군 검찰에 이관돼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당국이 공개한 명단에는 왕시우빈(王秀斌) 전 중앙군사위원회 합동작전지휘센터 상임부주임, 린샹양(林向陽) 전 동부전구 사령관, 친수퉁(秦樹桐) 전 육군 정치위원, 위안화즈(袁華智) 전 해군 정치위원 등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왕춘닝(王春寧) 전 무장경찰총사령관과 중국의 핵미사일 전력을 지휘하는 로켓군 전 사령관 왕허우빈(王厚斌) 역시 제명 대상에 올랐다.
이번 발표로 숙청된 군 간부들은 모두 중국군의 핵심 전력 지휘라인에 속한 인물들로, 시진핑 체제 내 군부의 충성심과 내부 권력 재편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4중전회 앞두고 권력 약화설
이번 9명 군 고위 인사 전격 제명 발표는, 오는 10월 20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불과 사흘 앞두고 나왔다.

2024년 3월 1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에 중국 인민해방군 대표단이 입장하고 있다. | Wang Zhao/AFP via Getty Images/연합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이번 비공개 회의의 핵심 의제는 향후 5년간의 사회·경제·정치 목표를 담은 제15차 5개년 계획 수립이며, 동시에 고위 인사 개편도 논의될 예정이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회의를 “시진핑 체제의 권력 구조 변화를 가늠할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최근 공산당과 군 지도부를 겨냥한 전례 없는 숙청이 이어지면서 정권 내부의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 정치권 사정에 밝은 일부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원로 그룹과의 지속적인 갈등으로 인해 권력 장악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INDSR)의 선밍스(沈明室) 연구원은 “이번 군 숙청은 시진핑이 다가올 4중전회에서 권력 기반을 일부 상실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회의 전까지 시 주석의 측근 인사들에 대한 추가 숙청이 이어질 경우, 이는 그가 내부적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밍스 연구원은 “시진핑 본인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가 발탁한 수많은 장성이 잇달아 낙마한 것은 인사 판단력의 심각한 결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 주석이 중용한 군 지도자들이 부패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면, 그 책임의 최종 귀결지는 결국 시진핑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3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에 중국 중앙군사위원회(CMC) 부주석 허웨이둥(何衛東) 상장이 참석하고 있다. | Pedro Pardo/AFP via Getty Images/연합
中 군부 숙청 ‘빙산의 일각’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9명의 장성 제명은 “현재 조사 중인 더 광범위한 군 수뇌부 숙청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군은 고위층 인사 이동을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군 지도부를 겨냥한 부패 수사와 내부 조사가 잇따르면서 군의 실전 능력과 통제 체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 발표 이전에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허웨이둥은 참석이 예상됐던 주요 정치행사들, 특히 9월 3일 열렸던 대규모 열병식에 불참해 실종설이 확산됐다.
그는 20여 년 전 푸젠(福建)성 시절부터 시진핑과 인연을 맺은 측근 인물로 알려져 있어, 그의 운명은 중국 관찰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허웨이둥이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지난 3월 중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간이었다. 당시 국방부는 “그가 조사받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대만 국가안보국장은 이번 주 의회 보고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현직 상장 32명 중 16명이 지난해 12월 이후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의 군사전문가 훙즈제(洪子傑)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통계는 군 수뇌부에 대한 숙청과 조사가 이미 훨씬 광범위하게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며 “이번 9명 제명 발표는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베이징이 고위 장성 숙청 사실을 공식화한 것은 후속 인사 정리와 권력 재편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군 숙청, 中의 대만 침공 능력에 의문 제기
대만 국방안보연구원의 양안관계 전문가 쿵산쑨(孔上順) 연구원은 “인민해방군 고위층에 대한 연이은 숙청은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공 수행 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보 및 군 당국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대만 침공을 위해 완전한 작전 능력을 갖춰야 할 시점을 2027년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공산당은 자치 민주국가인 대만을 ‘반역 성(省)’으로 간주해 왔으며, 시진핑은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최근 몇 년간 대만 침공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중국은 거의 매일 전투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인근으로 출격시키고, 대규모 ‘대만해협 실전훈련’을 실시하며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 왔다.
전문가들은 “군 내부의 부패와 숙청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목표한 2027년 침공준비 계획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중국군의 전투 준비태세와 지휘체계 전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허웨이둥은 2022년 10월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승진하기 전, 중국의 대(對)대만 군사 전략 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국방부 평가에 따르면, 그는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실시된 대만 포위 실사격 훈련 계획 수립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지목됐다.
그러나 중국군 지도부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숙청이 이어지면서, 단기적으로 중국 공산당이 대만에 가할 군사적 위협은 다소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의 쿵산쑨(孔上順)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임명된 장성들은 각자의 직책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당분간 중국군의 즉각적인 위협 수준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3년 4월 10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식사하는 가운데, 중국군 동부전구 소속 항공기들이 대만 주변에서 전개한 전투 대비 순찰 및 연합 훈련 관련 뉴스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 Tingshu Wang/Reuters/연합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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